실거주 강화·공제 한도 신설로 고가주택 세후수익률 하락
40억원 이상 주택 중심 매도 유인 커질 전망…2027~2029년 매물 출회 가능성
비거주 1주택 실거주 전환 땐 임대물량 감소…전월세 상승 압력 변수
/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집을 팔도록 유도하는 세금이 오히려 전월세 시장의 공급을 줄일 수 있다. 2026년 부동산 세제개편이 매매시장에는 매물 증가라는 하방 압력을 만들지만, 임대시장에서는 실거주 전환에 따른 공급 감소로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다주택자보다 ‘비거주 1주택’과 ‘초고가 1주택’에 가깝다.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의 공제 혜택에 상한을 두면서 그동안 ‘똘똘한 한 채’에 집중됐던 세제상 이점을 줄이는 방향이다.
대신증권은 최근 ‘부동산 세제개편 영향: 늘어나는 매도물량만큼 줄어들 임대물량’ 보고서를 통해 이번 세제개편이 정책 의도대로 작동할수록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의 흐름이 반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매도 물량은 늘어나는 반면 실거주 전환으로 임대 물량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고가 1주택은 세제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누려왔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가액 12억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되고, 10년 이상 보유·거주할 경우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장기보유특별공제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양도차익이 수십억원에 달하더라도 실효세율이 9% 안팎까지 낮아지는 경우가 있었다. 종부세 역시 고령·장기보유 세액공제를 합쳐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어 고가 1주택을 오래 보유하는 전략이 세후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했다.
이번 개편은 이 구조를 흔든다. 우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가 거주 중심으로 바뀐다. 기존 제도는 장기거주소득공제와 장기보유소득공제로 나뉘고, 주택과 조합원입주권에는 사실상 거주 기간을 중심으로 한 공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더 큰 변화는 공제금액의 상한이다. 2027년까지 현행 제도를 유지한 뒤 2028년 과도기를 거쳐 2029년부터 장기거주소득공제 한도를 10억원으로 제한한다.
고가주택일수록 파급력이 커진다. 대신증권 분석에서는 10년 보유·실거주하고 매매가격이 매입가격의 두 배가 됐다고 가정할 경우, 양도차익 12억원까지는 현행과 개편안의 세 부담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양도차익이 15억원이면 실효세율이 현행 약 6.4%에서 개편 후 11.6%로 높아진다. 양도차익 30억원에서는 27.8%까지 올라가며 추가 세 부담은 6억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주택가격 자체가 높아질수록 차이는 더 벌어진다. 보고서는 매도가 40억원, 매입가 12억원인 주택의 경우 추가 양도세 부담을 약 5억4000만원으로 추정했다. 매도가 50억원, 매입가 12억원에서는 증가액이 약 9억1200만원까지 커진다.
정부가 세제개편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만큼 고가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는 세 부담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전에 매각을 검토할 유인이 생기는 셈이다.
종부세 역시 방향은 비슷하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아지지만 비거주 1주택자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아진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단계적으로 올라 2029년 70%가 적용될 예정이다.
세율도 고가 구간을 중심으로 높아진다. 과세표준 6억원 이하 세율은 유지하지만 6억~12억원 구간은 1.0%에서 1.3%로 올라가며 상위 구간의 인상 폭은 더 커진다. 최고세율은 5%로 높아진다.
대신증권은 2028년부터 시가 30억원대 초반을 넘어가는 주택에서 종부세 부담이 증가하기 시작할 것으로 봤다. 시가 50억원 주택의 보유세는 현행 약 1700만원에서 약 2200만원으로 27%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시가 52억원 부근부터는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세 증가율이 30%를 넘어가고, 75억원대에서는 50%, 100억원대에서는 70%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세율보다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공제 한도’다.
현재 고령자와 장기보유자가 받을 수 있는 종부세 공제율은 최대 80%다. 개편안은 보유공제를 거주공제로 전환하면서 공제금액 자체도 제한한다. 2027년 800만원, 2028년 이후에는 600만원까지만 공제하도록 했다.
그동안 수천만원의 종부세가 산출되더라도 80% 공제를 적용받아 실제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었던 초고가주택일수록 변화가 커지는 구조다.
특히 장기간 주택을 보유하면서 공제율 80%를 적용받았지만 실제 거주하지 않았던 소유자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공제율 80%를 적용받는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 시가 50억원대 주택에서 보유세가 약 1541만원 늘고, 60억원대에서는 증가액이 약 2412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증가율로는 200%를 넘어설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매도’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비거주 주택을 직접 거주용으로 바꾸면 강화된 세 부담을 일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집주인이 들어가는 순간 시장에서는 임대주택 한 채가 사라진다.
양도세 역시 거주 기간의 중요성이 커진다. 매각 대신 직접 입주하는 선택을 할 유인이 종부세와 양도세 양쪽에서 동시에 생기는 셈이다.
결국 고가주택 시장에서는 ‘매도하거나 들어가 살거나’라는 압력이 커진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기존 임차인이 이용할 수 있는 임대물량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
특례 종료 시점이 2027~2029년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세제 혜택이 사라지기 전에 주택임대사업자 등이 물건을 시장에 내놓으면 매매 매물은 늘지만, 임대주택 재고는 반대로 줄어들 수 있다.
대신증권은 이번 세제개편으로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전환, 4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매물 출회, 양도차익이 큰 장기보유자의 매도, 주택임대사업자 만기 물량의 출회가 나타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매매시장만 놓고 보면 정부가 기대한 방향과 맞닿는다.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 상승 압력이 낮아지고, 특히 대출 규제로 구매력이 이미 약해진 고가주택 시장에서는 조정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대신증권은 중고가와 초고가 시장에서 가격 조정과 기간 조정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중저가 주택은 상황이 다르다. 세제개편의 직접적인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고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이 많아 전월세 가격 상승이 매매가격의 하단을 떠받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7월 서울 25개구 전세가율을 보면 금천구와 강북구는 각각 64%, 중랑구 63%, 도봉구 61%, 은평구 60% 수준이다. 반면 강남구는 38%, 용산구 39%, 송파구 40%로 가격대에 따라 차이가 크다.
서울 전체 평균만 놓고 전세가율이 낮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임대 공급이 감소할 경우 이미 전세가율이 높은 중저가 지역에서는 임대료 상승이 매매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 세제개편의 가장 큰 역설도 여기 있다.
매매시장에서는 세후수익률을 낮춰 주택을 내놓게 하지만, 임대시장에서는 실거주를 늘려 빌려줄 집을 줄인다. 정책이 강하게 작동할수록 두 효과가 동시에 커질 가능성이 있다.
대신증권은 이를 “세제개편이 잘 작동할수록 매매 물량은 증가하는 만큼 임대물량은 감소하는 구조”로 분석했다.
장기적인 관건은 줄어든 민간 임대를 누가 대신하느냐다.
이번 개편에는 개인 다주택자를 대신해 임대주택을 공급할 새로운 주체를 만드는 방안이 뚜렷하게 담기지 않았다. 기관투자자나 공공, 연기금·공제회 등이 임대주택 공급자로 들어올 수 있도록 세제와 규제를 동시에 손보는 장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매물이 늘어 집값 상승세를 누를 수 있어도 임대 공급 감소가 계속된다면 전월세 가격 상승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세제 혜택 종료에 따른 매도 물량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7~2029년은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시기와 겹친다. 매물 증가 효과가 소진되는 2029~2030년 이후까지 신규 주택과 임대주택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면 시장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결국 이번 세제개편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세율 그 자체만이 아니다. 고가주택에서 얼마나 많은 매물이 나오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임대주택이 사라지는지, 그리고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우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세금이 매매가격을 누르는 데 성공하더라도 전월세 가격까지 함께 안정시키지 못한다면 정책 효과는 절반에 그칠 수 있다. 2026년 부동산 세제개편 이후 시장이 확인해야 할 숫자는 매매 매물만이 아니라 임대 매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