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해도 통증 지속되고 저림·근력 저하·보행장애 동반하면 주의
폐암·유방암·전립선암 등 척추 전이 가능…MRI로 위치·신경 압박 확인
대소변 조절 어렵거나 다리 힘 갑자기 빠지면 지체 없이 진료 받아야
신명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더파워 이설아 기자] 허리 통증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만큼 흔하다. 문제는 모든 허리 통증이 디스크나 근육통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통증이 갈수록 심해지고 쉬어도 나아지지 않거나, 밤에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다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팔다리 저림과 근력 저하, 보행장애까지 나타난다면 척추 종양을 비롯한 중증 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체중이 줄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이 동반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척추 종양은 발견이 늦어 신경 손상이 진행되면 기능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어 초기 진단이 중요하다.
척추 종양은 척추 또는 척수 주변에 발생하는 종양이다. 종양이 커지면서 척추를 약하게 만들거나 신경을 압박하면 통증과 각종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발생 위치에 따라 척추뼈에서 생기는 종양과 척수 또는 이를 둘러싼 막에서 생기는 종양으로 나뉜다. 척수 주변에 발생하는 종양 가운데는 신경초종이나 수막종처럼 양성인 경우도 적지 않다.
처음부터 척추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척추 종양’과 다른 장기의 암이 척추로 퍼지는 ‘전이성 척추 종양’으로도 구분한다.
전이성 척추 종양은 폐암과 유방암, 전립선암, 신장암, 갑상선암을 비롯해 다발골수종과 림프종 등에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을 일으키는 척추 전이는 흉추에서 가장 흔하고 요추와 경추가 뒤를 잇는다.
신명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척추 종양은 드문 질환이지만 초기에는 디스크나 단순 근육통 등 흔한 척추 질환으로 오인되기 쉽다”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복이 어려운 신경 손상이 남을 수 있는 만큼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 지속되거나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다면 정확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척추 종양의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이다. 초기에는 일반적인 척추 질환과 마찬가지로 허리나 목이 아픈 정도로 시작할 수 있다.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난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휴식을 취해도 좋아지지 않거나 밤에도 계속될 수 있다.
종양이 신경을 압박하기 시작하면 팔다리가 저리거나 감각이 달라지고 근력이 떨어질 수 있다. 보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병이 더 진행되면 대소변 기능 이상이나 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대소변 조절이 어려워지거나 다리 힘이 갑자기 빠지는 경우에는 응급 상황일 수 있어 지체하지 않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척추뼈 자체도 약해질 수 있다. 이 경우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하면서 통증이 갑자기 심해질 수 있다.
암을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경험이 있다면 새로운 허리·목 통증을 더욱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전이성 척추 종양은 기존 암세포가 혈액이나 림프계를 통해 척추로 이동하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원발성 척추 종양은 일부 유전적 요인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렵다.
척추 종양이 의심되면 신경학적 검사와 영상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한다.
단순 X선 검사는 척추뼈가 변형됐거나 골절이 발생했는지 확인하는 데 이용된다. 다만 뼈가 상당 부분 파괴되기 전에는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척추 종양이 의심될 경우 MRI 검사가 중요하다. MRI를 통해 종양이 어디에 있는지, 어느 정도 범위까지 퍼졌는지, 신경을 얼마나 압박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CT 검사는 뼈가 파괴된 정도와 척추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전이성 종양이 의심되면 PET-CT 등 전신검사를 통해 원발암과 전이 범위를 확인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조직검사를 실시해 종양 종류를 확진한다.
신 교수는 “척추 종양 치료는 종양의 종류와 위치, 신경 압박 정도, 전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며 “환자마다 치료 전략이 다른 만큼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치료법도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종양이 발생한 위치와 종류, 진행 정도 등을 따져 수술과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을 선택한다.
원발성 척추 종양은 종양의 특성과 위치를 고려해 완전 절제를 목표로 수술하거나 일부를 절제한 뒤 방사선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양성 종양 등에서는 성장 속도를 관찰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
전이성 척추 종양은 상황이 다르다. 모든 종양을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신경 압박이 뚜렷하거나 척추가 불안정하다면 압박을 풀고 척추를 안정화하는 수술을 우선 시행한다.
이후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를 병행할 수 있으며, 척추가 약해졌다면 나사못 고정술과 척추 유합술 등을 이용해 보강한다.
최근에는 척수 주변에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는 ‘분리수술’을 시행한 뒤 정위적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는 방법도 활용되고 있다. 수술 범위를 줄이면서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종양에 고용량 방사선을 정밀하게 조사하는 방식이다.
신경 압박 없이 척추뼈의 병적 골절만 나타난 경우에는 피부를 통해 골시멘트를 주입해 통증을 조절하기도 한다.
척수 압박으로 신경 부종이 심하면 스테로이드 치료로 신경학적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골전이가 있는 환자에게는 골 흡수를 억제하는 약물을 함께 사용해 병적 골절이나 척수 압박 등 골격계 합병증 위험을 낮춘다.
치료가 끝난 뒤에는 신체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재활도 중요하다. 악성 척추 종양 환자는 통증이나 신경 손상 때문에 일상생활에 제약을 겪을 수 있어 재활치료와 함께 환자와 가족에 대한 심리적 지지도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척추 종양을 특별히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알려져 있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허리 통증이 수주 이상 지속되거나 야간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 팔다리 저림과 근력 저하, 보행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한다면 진료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걸을 수 있는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한 환자가 마비가 진행된 뒤 치료받은 환자보다 보행 기능을 지킬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전에 없던 허리나 목 통증이 발생했다면 척추 전이 가능성도 고려해 조기에 검사받는 것이 중요하다.
신 교수는 “척추 종양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신경 기능을 보존하고 치료 성적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며 “통증을 단순한 허리 질환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면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