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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정상곤 'PRINT DIALOGUE' 판화2인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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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정상곤 'PRINT DIALOGUE' 판화2인전 개최

이강율 기자

기사입력 : 2026-09-04 13:16

시간을 새기고, 사라진 풍경을 부르다

사진= 갤러리 자인제노 제공이종철_sunshower_37.5 x 26.5cm_Etching, Aquatint on paper(Arches)_2026
사진= 갤러리 자인제노 제공이종철_sunshower_37.5 x 26.5cm_Etching, Aquatint on paper(Arches)_2026
[더파워 이강율 기자] 갤러리 자인제노는 2026년 9월 11일부터 20일까지 이종철과 정상곤의 판화 2인전‘PRINT DIALOGU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판화라는 매체를 통해 시간과 기억, 흔적과 사라짐을 탐구해 온 두 작가의 서로 다른 조형언어를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전시 제목 ‘PRINT DIALOGUE’는 두 작가의 대화이자 판과 종이, 과거와 현재, 작가의 의도와 물질의 우연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의미한다.

두 작가는 모두 판화의 중요한 속성인 ‘새김’과 ‘되돌릴 수 없는 흔적’에서 시간의 문제를 발견한다. 그러나 시간을 바라보는 방향은 서로 다르다. 이종철이 30년 만에 다시 동판 앞에 서서 시간을 새긴다면, 정상곤은 이미 새겨진 판 위에서 사라진 시간을 다시 호명한다.

이종철 ― 다시, 시간을 새기다

이종철은 1996년 동판화 ‘Out of Nature–Kalpa’ 연작으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회화와 사진, 디지털 이미지와 영상, LED와 네트워크, 그리고 AI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변화하는 이미지의 조건을 탐구해왔다. 그리고 30년이 흐른 지금 다시 동판 앞에 섰다.

신작 ‘여우비(Sunshower)’는 성수동의 풍경에서 출발한다. 햇빛이 비치는 날 갑자기 내리는 비, 젖은 건물의 표면과 그 사이를 스쳐가는 빛과 사람들의 움직임은 판 위에서 선과 얼룩, 점과 색의 흔적으로 해체되고 다시 결합된다.

맑음과 비가 동시에 존재하는 ‘여우비’처럼 그의 화면에서도 선명함과 흐릿함, 통제와 우연,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작가는 금속을 긁고 부식시키며 잉크와 압력을 거치는 느린 판화의 시간을 통해 빠르게 생성되고 소멸하는 오늘날의 이미지와 다른 시간성을 만들어낸다.

그가 다시 새기는 것은 단순한 성수동의 풍경이 아니다. 30년 전 동판 앞에 섰던 자신과 현재의 자신 사이에 놓인 시간이며, 지나간 시간을 통해 아직 오지 않은 이미지를 바라보는 행위이다.

정상곤 ― 사라진 풍경을 다시 호명하다

정상곤에게 풍경은 눈앞의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과 현재가 다시 만나는 장소이다.

작가는 이미 한 번 파낸 판의 표면을 복구하고 그 위에 새로운 풍경을 새긴다. 이전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새롭게 새겨진 선과 겹쳐지면서 어느 한 시점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Time lapse’와 ‘두 개의 풍경’ 등의 작품에서 수많은 선과 긁힘, 색면과 파편화된 형상은 과거의 풍경과 현재의 풍경을 중첩시킨다. 특히 한 번 깎으면 완전히 되돌릴 수 없는 목판의 성질과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은 정상곤에게 중요한 조형언어가 된다.

그가 말하는 ‘호명’은 사라진 것을 원래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다. 사라진 것에 다시 이름을 붙이고 현재의 감각 속으로 불러내는 것이다. 과거의 판 위에 다시 풍경을 새기는 행위는 결국 지나간 것들이 여전히 현재의 자신과 관계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두 개의 판, 두 방향의 시간

(PRINT DIALOGUE)에서 두 작가는 같은 판화라는 언어를 사용하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시간을 바라본다.

이종철은 과거의 매체로 돌아와 현재에서 앞으로의 시간을 바라보고, 정상곤은 과거의 흔적 위에서 사라진 시간을 현재로 불러낸다.

한 사람은 시간을 다시 새기고, 한 사람은 사라진 시간을 다시 부른다.

디지털과 AI를 통해 이미지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시대, 두 작가는 오히려 깎고 긁고 지우고 다시 찍어내는 판화의 느린 과정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종이 위에 남은 흔적을 통해 이미지가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사라진 풍경을 어떻게 다시 현재로 불러올 수 있는가를 묻는다.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시간이 만나는 지점, 그곳에서 (PRINT DIALOGUE)의 대화가 시작된다.

사진= 갤러리 자인제노 제공정상곤_두개의 풍경_ 56.5x38.5cm_ woodcut_ 2026
사진= 갤러리 자인제노 제공정상곤_두개의 풍경_ 56.5x38.5cm_ woodcut_ 2026


이강율 더파워 기자 adamleeky@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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