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정보 월 1회→매일 공유…금융회사가 거래 전 실시간 확인
은행·보험·카드·증권·저축은행·상호금융 등 4890개 금융회사 참여
예금 인출·대출 실행·카드 결제·주식 거래·ATM 사용 등 즉시 차단
[더파워 이경호 기자] 오는 11일부터 사망신고가 접수되면 다음 날부터 고인 명의의 예금 인출과 대출 실행, 신용카드 결제, 주식 거래 등 금융거래가 전면 차단된다.
지금까지 금융회사가 사망 사실을 확인하는 데 최대 2개월가량 걸릴 수 있었던 정보 공백을 없애 사망자 명의 도용을 이용한 불법 금융거래를 막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 제공
7일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오는 11일부터 은행·보험·카드·증권·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 신속차단 시스템’을 정식 가동한다. 유가족이 별도로 금융거래 차단을 신청하지 않아도 사망신고만 하면 정보 공유부터 거래 차단까지 자동으로 이뤄진다.
핵심은 사망자 정보가 금융회사에 전달되는 속도를 대폭 높이는 것이다. 현재 일부 금융회사는 한국신용정보원을 통해 행안부의 사망자 정보를 월 한 차례 제공받아 금융거래 차단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법정 사망신고 기한이 최대 30일이고 금융권으로 정보가 전달되는 주기도 월 1회여서 시점에 따라 금융회사가 실제 사망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최대 2개월 정도가 걸릴 수 있었다.
더구나 사망정보를 활용하는 곳도 은행 등 일부 금융회사에 한정돼 사망자의 명의를 이용한 대출이나 결제 등 부정 금융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새 시스템이 가동되면 행안부가 사망자 정보를 한국신용정보원에 매일 한 차례 제공한다. 신용정보원은 정보를 가공한 뒤 모든 금융권에 제공하고 금융회사는 대면·비대면 금융거래를 처리하기 전에 거래 당사자의 사망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사망 사실이 확인되면 금융회사는 해당 거래를 즉시 차단한다. 이에 따라 사망신고가 접수된 다음 날부터 사망자 명의의 금융거래가 사실상 정지되는 구조다.
적용 대상 금융회사도 크게 확대된다.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상호금융, 카드사, 캐피털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손해보험사, 생명보험사, 대부업체, 우체국 등 총 4890개 금융회사가 시스템에 참여한다.
차단 대상도 특정 거래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망자의 예금 인출을 비롯해 대출 실행, 신용카드 결제, 보험금 수령, 주식 거래, 모바일뱅킹 이용, ATM 사용 등 사망자 명의로 이뤄지는 대부분의 금융거래가 차단된다.
다만 모든 거래를 일률적으로 막는 것은 아니다. 사망자 계좌로 돈을 입금하는 거래는 계속 허용한다. 입금까지 차단할 경우 상속인이 고인에게 지급돼야 할 돈을 받기 위해 별도의 채권회수 절차를 밟아야 하는 불편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비나 장례비처럼 긴급하게 돈을 써야 하는 경우에는 ‘예외 인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유가족이 가족관계증명서와 병원비·장례비 관련 증빙서류 등을 금융회사에 제출하면 금융회사가 서류를 확인한 뒤 고인의 계좌에서 필요한 금액을 인출해 병원이나 요양원, 장례식장 등에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생활비나 상속자금 등을 임의로 빼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머지 금융자산은 적법한 상속 절차를 거쳐 처리해야 한다.
유가족이 따로 금융기관을 돌며 거래정지를 신청할 필요도 없어진다. 사망신고가 접수되면 행안부와 한국신용정보원, 금융회사 간 시스템이 자동으로 연계돼 금융거래 차단까지 진행된다.
다만 사망자 계좌의 자동이체도 함께 중단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인 명의 계좌에서 빠져나가던 전기·가스 등 공과금이나 보험료, 통신비 등이 있다면 미납이 발생하지 않도록 납부계좌나 납부방법을 미리 변경해야 한다.
사망자 정보를 금융권 전체가 활용하는 만큼 개인정보 오남용 방지 장치도 강화한다.
한국신용정보원은 신용정보관리규약을 개정해 사망자 정보를 금융거래 차단 목적 이외에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금융회사도 사망자 정보 처리 과정과 관련 금융거래 이력을 전자적으로 기록·관리해야 한다.
금감원은 관계기관과 함께 금융회사의 사망자 정보 관리와 내부통제 실태를 상시 점검할 예정이다.
상속인이 고인의 금융재산을 확인할 수 있는 기존 서비스는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상속인 금융거래조회 서비스’에서는 고인 명의의 금융거래와 채무 등을 조회할 수 있고 행안부의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서도 상속재산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번 시스템 도입으로 사망신고 이후 금융권에 정보가 전달될 때까지 발생했던 최대 2개월의 사각지대가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행안부·금융위·금감원은 “이번 개선이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고 부정 금융거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신용정보원 및 금융회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유가족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