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 대책 공급부문 21개 과제 중 12개 8월 조치 완료
위험가중치·충당금·대출제한 등 주거 PF 규제 유예…이르면 9월 세부안
금융권 자체펀드 현재 7조3000억원…증권업계 연내 2조1000억원 추가 조성
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해 주거용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적용할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2년간 유예한다. 금융권의 PF 자금 공급도 확대해 증권업계가 연내 2조1000억원 규모의 자체펀드를 추가 조성하고, 내년에는 5000억원 규모의 캠코 PF 정상화 지원펀드 조성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9일 전요섭 금융정책국장 주재로 ‘주택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지원 대책 점검회의’를 열고 지난달 13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 가운데 공급부문 세부과제 21개의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금융감독원과 한국산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은행·금융투자·보험·저축은행·새마을금고 관련 협회 등이 참석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공급부문 21개 과제 가운데 12개는 지난달 조치를 마쳤다. 나머지 과제도 한국주택금융공사의 PF대출 유동화를 위한 법 개정과 예산 확보 등 후속 절차를 거쳐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유관기관이 맡은 8개 과제에서는 정상 사업장에 대한 자금 공급을 늘리고 주택공급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던 일부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PF보증 공급 규모와 ‘건축공사비 플러스 PF보증’ 규모를 확대했고, 지난달 31일부터 보증수수료 인하와 주거사업장 보증비율 확대를 시행했다. 준주택을 보증 대상에 포함하고 고가주택의 보증한도도 현실화했다. 이주비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산정방식을 개선하고 주택매매·임대사업자에 대한 금융지원도 강화했다.
금융권 협조가 필요한 4개 과제도 추진됐다. 금융·건설업계 정례 간담회가 지난달 28일 시작됐고,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통한 자금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PF 사업장과 건설사의 자금 조달 애로를 해결하기 위한 별도 창구도 지난 1일부터 가동됐다. PF 관련 애로는 금융감독원, 건설사 관련 금융애로는 산업은행이 각각 맡는다. 이주비대출 등 주택공급에 필요한 자금을 금융회사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도 금융권과 협의를 마쳤다.
이번 점검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PF 자기자본비율 규제의 적용 시점이다. 금융당국은 주택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주거사업장에 대한 PF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2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PF 자기자본비율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조정하거나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고 대출 취급을 제한하는 등 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경우 주택사업장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해 공급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금융당국은 다만 규제 유예가 PF 시장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살필 방침이다. 금융·건설업계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이달 중 주거사업장에 적용할 구체적인 유예 방안을 발표한다.
주거사업장과 달리 비주거사업장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2027년 PF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도입한다. 비주거사업장의 상대적인 부실률이 높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기존 업권별 건전성 규제도 그대로 유지된다.
여러 금융회사가 함께 자금을 공급하는 PF 신디케이트론도 손질한다. 금융당국은 은행·보험업권과 정기적인 실무회의를 열어 신디케이트론의 투자 대상과 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장의 자금 수요와 투자 과정에서 제기되는 의견을 반영해 투자 대상을 넓히고 보다 원활하게 자금이 집행될 수 있도록 세부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개별 PF 사업장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금융당국은 사업장별 담당자 지정과 밀착관리 대상 선정을 마쳤으며, 각 사업장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실제 사업 재개나 주택공급으로 이어지도록 현장 대응을 강화한다.
지난 1일부터 가동한 PF·건설사 금융애로 해소센터도 이 과정에 연계한다. 사업 과정에서 자금조달 문제가 발생하면 현장의 애로사항을 빠르게 파악해 금융회사와 관계기관이 지원방안을 찾는 구조다.
민간 금융권의 PF 지원 여력도 확대한다. 현재 금융업권이 자체적으로 조성한 PF 관련 펀드는 모두 7조3000억원 규모다. 금융당국은 추가 자금 공급을 위해 업권별 자체펀드 조성계획을 취합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연내 2조1000억원 규모의 자체펀드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기존 금융권 펀드와 추가 조성분을 활용해 정상화가 가능한 PF 사업장이나 주택공급 사업장 등에 자금이 공급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주택금융공사의 PF보증 제도도 이미 상당 부분 개편됐다. PF보증 공급 규모와 보증비율을 확대하고 고가주택과 준주택 관련 보증요건을 개선하는 조치를 지난달 31일 완료했다.
지방은행은 지난달 20일, 시중은행은 27일, 증권사는 이달 4일 각각 제도개선 내용을 안내받았다. 금융당국은 정비사업과 임대사업자를 위한 새로운 보증상품과 보험업권 등과 연계한 협약보증도 추진하고 있다.
캠코 PF 정상화 지원펀드에는 내년 5000억원의 재정 투입을 추진한다. 해당 예산은 정부안에 반영돼 현재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과 캠코는 예산이 확정될 경우 신속하게 펀드를 조성할 수 있도록 다음달 운용사 모집공고를 내고 연내 운용사 선정을 마칠 계획이다.
기존 1차 캠코 PF 정상화 지원펀드도 집행을 서두른다. 1차 펀드는 1조1000억원 규모로 조성됐으며 이 가운데 8137억원의 투자가 완료됐다. 남은 자금 역시 주거사업장을 중심으로 조속히 집행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대책 발표 이후 제도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주택 착공과 공급으로 연결되는지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주택공급 금융지원 대책 점검회의를 주 1회 개최한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정책금융기관, 금융업권 간 협의를 통해 과제별 이행 상황과 현장에서 발생하는 자금 공급 문제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전요섭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8·13 대책 발표 이후 즉시 추진 가능한 과제들이 신속히 이행되고 있으나 더욱 중요한 것은 개선된 제도·조치들이 실제 주택공급 확대로 이어지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는 공급과제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향후 점검회의를 당분간 주 1회로 정례화해 유관기관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금융 측면에서 주택공급 촉진을 뒷받침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