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금양이 또다시 유상증자 납입 일정을 미루며 투자자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금양은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정정신고(보고)’를 제출하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납입일을 기존 10월17일에서 11월28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주 상장 예정일은 12월19일로, 상환우선주(RPS) 상환기간은 11월29일까지로 늦춰졌다. 회사는 정정사유를 모두 ‘납입 일정 변경’으로 기재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총 4050억원 규모로, 보통주 1300만주와 상환우선주 1400만주 등 총 2700만주가 발행된다. 발행가는 주당 1만5000원, 기준주가(9900원) 대비 51.5% 할증 발행이다. 자금 사용 목적은 부산 기장군 ‘드림팩토리2’ 공장 준공 및 2차전지 설비 구축이다. 신주 전량은 1년간 의무보호예수가 적용된다.
금양은 이번 유상증자를 사우디아라비아계 법인 ‘SKAEEB Trading & Investment Co., Ltd.’에 제3자배정 방식으로 진행한다.
회사 측은 배정 대상자 선정 경위를 “이사회 추천 및 투자의향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신주 발행 관련 구체적 일정과 세부 조건은 “배정 대상자와의 협의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시상 해당 법인은 2025년 3월 10일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중동계 개인 투자자 AL SHEHRI, ALI FAIZ S가 대표이자 100% 지분 보유자로 등록돼 있다. 자본금은 1억원이며, 감사보고서나 재무제표는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주목할 점은, 동일한 이름의 인물이 대표로 등재된 국내 법인 ‘㈜스카엡인베스트멘트’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앞서 본지가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이 법인은 2025년 2월 27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설립됐으며, 표준산업분류는 ‘기타 일반 기계 및 장비 수리업(C34019)’으로 등록돼 있다.
금양 관계자는 본지의 “SKAEEB가 금천구 가산동 소재 법인과 동일 법인이냐”는 질문에 “거기가 맞을 것 같다”고 답했으며, 사우디 법인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공시된 내용 외에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이번에 발행되는 RPS는 비상장주식으로 발행되며, 의결권이 없고 연 2% 우선배당이 적용된다. RPS 보유자는 만기 전 언제든 상환을 요구할 수 있고, 회사는 요청 후 15일 이내 현금 상환해야 한다. 다만 배당가능이익이 부족할 경우 상환기간은 자동으로 연장된다. 상환가액은 “발행가액 + 연 5% 복리(IRR) – 기지급 배당금”으로 산정된다.
금양의 유상증자 일정은 당초 8월2일 → 9월3일 → 9월17일 → 10월17일 → 11월28일로 네 차례 변경됐다. 신주 상장 예정일도 10월10일 → 11월7일 → 12월19일로 세 번 늦춰졌다. 매번 사유는 “납입 일정 변경”으로 동일하며, 발행가와 조건은 유지됐다.
금양은 이미 올해 3월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돼 누적 벌점 17점을 받은 상태다. 유상증자 납입이 최초 결정일(6월4일)로부터 6개월 이상 지연되거나 조건 변경이 발생하면 추가 제재가 가능하다. 관리종목인 상태에서 벌점이 누적될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로 직행할 수 있다.
금양의 주식은 현재 매매거래정지 중이다. 감사의견 ‘의견거절’ 이후 한국거래소가 개선기간을 부여했으나, 아직 거래 재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재무 구조 역시 악화돼 있다. 올해 반기 기준 매출 584억원, 누적 결손금 2000억원 이상,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6350억원 많은 수준이다.
금양은 같은 날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회사 측은 “10월17일 이내 투자금 납입을 받기 위해 담당 임원이 SKAEEB 실무 담당자와 지속적으로 통화 및 미팅을 진행했으며, SKAEEB 대표이사가 직접 납입 의지를 표명했지만 현재까지 당사 계좌로 대금 납입이 완료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사는 금양에 대한 투자의지를 재차 강조했고, 회사도 투자금이 조속히 납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납입일 연기 공시를 또 하게 되어 죄송하다. 주주 및 투자자 여러분의 깊은 이해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납입이 무산될 경우 회사 존속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 조사 가능성도 거론되며, 투자자 커뮤니티에는 “이제는 공시보다 실제 납입이 먼저”라는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4차례 연기라는 것은 구조적 유동성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11월28일 납입이 성사되지 않으면 상장 유지 여부가 직접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