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되면 일감몰아주기 계열사 7곳으로 증가...한화, 신규 지주회사 되려면 오너 지분 약 6.9% 정리해야
공정거래 3법 시행으로 규제대상에 속하는 한화그룹 계열사가 증가하면서 경영 승계를 준비 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좌측)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측은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파워=김필주 기자] 지난 9일 상법 일부 개정안·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공정경제 3법이 본격 시행되는 내년 말부터 대기업 집단 다수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대상에 포함되면서 재계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10대그룹 중 한화그룹은 이번 공정경제 3법 도입으로 향후 경영승계에 적잖은 난항이 예상되는 모습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을 현행 총수일가 지분율 30% 이상인 상장사 및 20% 이상 비상장사에서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 상장·비상장사로 일원화했다. 여기에 이들 계열사들이 지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까지 규제대상에 포함시켰다. 내부거래액이 연간 200억원 이상이거나 전체 매출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된다.
한화그룹의 경우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가 기존 1곳에서 7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김승연 회장 등 총수일가가 지분 26.89%(11월말 현재)를 보유한 사실상의 지주사 (주)한화도 그중 하나인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총수일가가 보유 중인 (주)한화 지분율 20% 아래로 낮춰야 한다.
만약 (주)한화가 지분 정리를 하지 않으면 (주)한화에서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한화호텔앤리조트(50.62%), 한화건설(95.24%), 한화테크엠(100%) 등의 계열사들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속하게 된다.
지주사 체제 전환 시 비용 대폭 증가...경영승계도 순탄치 않을 듯
무엇보다 한화그룹은 지주사 체제 전환 시 치러야 할 비용이 급증한다는 점 때문에 앞으로 상당히 골머리를 앓게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갖추면서 동시에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싣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신규 지주회사가 보유해야하는 자·손자회사의 지분율을 상장회사는 기존 20%에서 30%로, 비상장회사는 40%에서 50%로 대폭 강화했다. 따라서 한화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주)한화의 계열사 보유지분을 대폭 늘려야 한다.
현재까지 10대 대기업집단 중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못한 곳은 삼성·현대자동차·한화·포스코 등 4곳이며 오너가 없는 포스코를 제외하면 3곳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재계는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경제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 대기업집단이 지주사 전환시 과세특례를 부여하는 기간이 내년 말까지인 점 등을 들어 한화그룹 역시 근시일 내 지주사 전환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지주사격인 (주)한화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의 사기업이나 다름없는 에이치솔루션의 합병으로 지주사 전환을 끝마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두 회사 간 합병이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등 후계자들에게 가장 안정적으로 지배력을 넘겨주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그룹이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난 2017년 시스템통합(SI) 계열사 한화S&C에서 투자부문만 떼어 물적분할한 회사로 김동관(50%) 사장과 차남 김동원(25%) 한화생명 전무, 삼남인 김동선(25%) 전 한화건설 팀장이 지분 100%를 나눠 갖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주)한화 4.34%(보통주+우선주), 한화에너지 100%, 한화시스템 13.41% 등 핵심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면서 그룹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해 (주)한화와 함께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회사다.
‘3% 룰’ 적용시 7개 계열사 감사 선임 과정에서 평균 43.4% 의결권 제한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상법 개정안도 김승연 회장 등 총수일가에게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른바 ‘3%룰’로 불리는 상법 개정안은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시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씩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상법 개정안 적용시 한화그룹은 감사위원회가 있는 7개 계열사에서 평균 지분의 43.4%가 의결권 행사시 제한을 받게 된다.
(주)한화의 경우 김승연 회장 등을 비롯한 총수일가와 금춘수 한화 대표이사 등 특수관계자가 총 38.10%(보통주 기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을 통해 3%룰이 적용되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의 지분율은 15.81%까지 크게 낮아진다. 남일호·박준선 감사위원(사외이사)의 임기는 내년 3월말이다.
김동관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한화솔루션은 3명의 감사위원 중 김재정 사외이사의 임기가 내년 3월말로 예정돼 있다. 최대주주인 (주)한화(37.25%)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하면 총 37.42%가 총수일가에 우호적인데 3%룰을 적용하면 이중 약 31%의 의결권이 제한된다.
에이치솔루션의 자금줄인 한화시스템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3%룰 적용시 에이치솔루션은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지분의 59.9%가 의결권 행사에 제한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상법 개정안으로 인해 한화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 집단도 향후 신임 감사위원 선출 과정에서 해외투기자본·시민단체·노동조합 등 외부세력과 총수일가 간 표 대결은 더욱 치열해질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그동안 지분 매각·합병 등을 통해 일감몰아주기를 해소하고자 노력했으나 이번 공정경제 3법 통과로 오히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늘어났다”면서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총수일가와 지주사격인 회사 등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매수·매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가하락, 자금조달 등 많은 리스크를 안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