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뉴스=최성민 기자) 올해 들어 임금체불과 관련된 법적 분쟁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용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임금체불 총액은 1조4500억 원으로 2022년 1조3472억 원보다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연도별 임금체불 총액이 매년 1조 원 이상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도 이런 기조가 그대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금체불의 숫자와 금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근로자들이 느끼는 심각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인 중 66%가 '한국 사회의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실제 임금체불을 경험한 근로자의 비율도 44%에 달했다.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023년 발표한 노동 상담 통계 또한 전체 상담 중 임금체불 상담 비율이 29.2%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으며, 민주노총에서는 임금체불 사건이 가장 많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심각성을 인지하고 임금체불 근절 방안으로 1. 구속 수사 강화 2. 상습 체불사업주 제재 3. 체불근로자 생계비 융자 확대를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제도 마련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지난해 6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임금체불 기간만큼의 지연이자를 피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황인데다, 체불된 임금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의사불벌죄 폐지는 여전히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임금체불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서는 이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다. 체불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악용해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가 체불임금 일정액만 빠르게 지급한 뒤 사건 자체에서 법을 무효화 시키는 ‘꼼수’가 빈번한 것이 사실이다. 근로자가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악용해 최소한만 보상하고 혐의 자체를 없애버리는 방식이다.
노동계 제일선에서 임금체불 사건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적어도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할 수 있는 기한을 공소제기 이전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초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체불사업주에 대해서 검찰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할 방침이라고 했지만 실질적인 법 집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과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의사불벌죄 폐지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근로자라는 것을 인정받지 못하는 프리랜서의 체불임금 문제도 사회적인 당면 과제다. 고용노동청의 수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근로자라는 것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프리랜서나 개인 외주 제작자 등은 근로자로 인정받는 것부터가 난항에 부딫여 있는 상황인 것이다. 현재 고용노동청은 사용자와의 종속성이 적을 수밖에 없는 프리랜서가 임금체불 진정을 할 경우 근로자가 아니므로 민사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는 상황이다.
결국 프리랜서들은 근로자성 입증부터 고용노동청이나 근로감독관 등 정부기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법률구조공단의 국선변호인 지원을 받고 싶어도 현실은 높다. 근로감독관의 '지급명령'이 있어야 근로자로 인정이 되고 국선변호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첫 단추부터 꿰지 못하는 셈이다. 많은 프리랜서들이 임금체불민사소송 자체를 포기하는 이유다.
때문에 노동법전문 법무법인인사이트 손익곤 대표변호사는 임금체불에 대한 심각성을 고려해 정부에서 빠르게 법률 제정을 촉구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반면, 근로자 개인 또한 법적인 대처를 통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손익곤 노동전문변호사는 “임금체불민사소송이 부담될 경우 프리랜서권익센터 등의 단체를 통해 직접 소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언급한 뒤 “현실적인 피해를 원복하기 위해서는 임금체불민사소송을 개인이 움직여 대처해야 하는데 개인이 모르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으므로 법률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라고 강조하며 말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