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석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상 기후로 배추·시금치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지만, SK텔레콤의 통신 요금 인하가 전체 물가 흐름을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3일 8월 생산자물가지수가 120.12(2020=100)로 전월(120.19) 대비 0.1%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0.1%), 7월(0.4%) 연속 상승세 이후 다시 내림세로 전환한 것이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0.6% 올라 2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품목별로는 농림수산품이 전월 대비 3.4% 상승했다. 배추(35.5%), 시금치(30.7%) 등 농산물과 돼지고기(4.8%), 쇠고기(5.9%) 같은 축산물이 크게 올랐고, 수산물 중에서는 조기 가격이 45.2% 뛰었다. 공산품은 석탄·석유제품(-1.1%)이 내렸으나 음식료품(0.3%) 등이 올라 보합세를 기록했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도 변동이 없었다.
반면 서비스는 전월 대비 0.4% 하락했다. 특히 정보통신 및 방송서비스(-3.4%)가 크게 내리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이 가운데 이동통신서비스는 26.2% 급락했는데, SK텔레콤이 해킹 사태 후속 조치로 지난 8월 한 달 동안 가입자 2000만명 이상의 통신 요금을 50% 감면한 영향이다.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SK텔레콤의 요금 인하가 총지수를 약 0.24%포인트(p)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제외하면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0.9% 올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수입 물가를 반영한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환율 상승과 국제유가 반등 영향으로 원재료(1.2%), 중간재(0.1%), 최종재(0.1%)가 모두 올랐기 때문이다. 국내 출하와 수출을 포함한 총산출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1% 상승했다.
결국 이상 기후로 농산물 가격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의 대규모 요금 인하가 전체 생산자물가 흐름을 일시적으로 뒤집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