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우영 기자] 최근 5년간 미성년자들이 조부모로부터 직접 물려받은 재산이 3조 8,300억 원에 달해, 전체 미성년 증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교 졸업 전인 만 12세 이전에 이뤄진 세대생략 증여가 66%에 달하는 등 부의 대물림이 조기화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기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미성년자 증여는 총 7만8,813건, 증여가액은 8조 2,775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조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를 건너뛰고 손주 세대에 직접 증여한 ‘세대생략 증여’는 2만8,084건(3조 8,300억 원)으로, 전체 미성년 증여의 46.3%를 차지했다.
증여 1건당 평균 금액도 세대생략 증여는 1억4천만 원으로, 일반 미성년 증여의 평균액(9천만 원)보다 더 많았다. 특히 미취학 아동(만 6세 이하)이 받은 세대생략 증여 규모는 1조 2,225억 원으로 전체의 31.9%, 초등학생(만 7~12세)은 1조 3,049억 원으로 34.1%를 기록했다. 미성년 세대생략 증여의 3분의 2가 초등학교 졸업 전에 집중된 것이다.
세대생략 증여는 본래 자녀 세대에서 손주 세대로 이어지는 증여 과정을 건너뛰어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행법은 세대생략 증여에 대해 30% 할증과세하고, 미성년자가 20억 원을 초과해 증여받을 경우에는 40%까지 할증한다.
그러나 국세청 집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미성년자 세대생략 증여의 평균 실효세율은 18.6%로, 일반 미성년 증여 실효세율(15.2%)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을 여러 자녀와 손주에게 분산 증여할 경우 기본공제 혜택이 늘어나고, 미성년자 기준 20억 원 이하 증여는 고율 할증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기상 의원은 “부유층의 조기 증여를 통한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세대생략 증여 할증제도가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며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완화를 위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