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전 세계적인 AI 전력수요 급증과 에너지 안보 현실화로 원전 산업이 중장기 구조적 성장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교보증권은 19일 글로벌 원전 시장이 대형원전과 SMR(소형모듈원자로)을 양축으로 확대되며 국내 원전 기업들의 수주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교보증권은 글로벌 각국이 원전 확충을 핵심 에너지 전략으로 채택하면서 2050년까지 원전용량이 2023년 대비 STEPS 기준 56%, APS 기준 109%, NZE 기준 14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원전 정책을 가장 강하게 추진하는 국가로, 현재 100GW 수준인 원전 용량을 2050년 400GW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투자 규모 측면에서도 대형원전(67%), SMR(26%)에 자금이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교보증권은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발전 전력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미국·유럽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서 원전 수요가 지속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국 기업, “단가 경쟁력·공기 준수로 글로벌 최상위권”
교보증권은 한국 원전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온타임·온버짓(On Time, On Budget)’을 꼽으며, “한국의 원전 건설단가는 4300~5700달러/kW 수준으로 글로벌 업체 대비 2~3배 저렴하고 공기도 더 짧다”고 평가했다.
또한 APR1400의 UAE 바라카 수출과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 수주를 통해 팀코리아(한수원·한전기술·한전KPS·두산에너빌리티 등)의 글로벌 경쟁력이 재입증됐다고 진단했다. 두코바니 프로젝트는 총 26조원 규모로, 프랑스 EDF 대비 가격·공사기간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한 것이 수주 성공 요인으로 분석했다.
교보증권은 “한국의 균등화 발전단가(LCOE)는 43.4달러/MWh로 주요국 대비 가장 낮다”며 “이는 한국 원전의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지표”라고 평가했다.
■ SMR 시장, “미국이 주도…국내 기업 수혜 가능성 확대”
SMR 시장은 미국 정부 정책 변화로 본격적인 상용화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2024년 ADVANCE Act 제정 이후 SMR·마이크로리액터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고, DOE(미 에너지부)와 DFC 등의 대규모 재정·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보고서는 뉴스케일(Nuscale)의 설계 인증, 테라파워(TerraPower)의 와이오밍 실증로 추진, 엑스에너지(X-energy)의 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 협력 등을 SMR 시장 확대의 주요 동력으로 지목했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의 i-SMR 개발이 2025년 표준설계 완료를 앞두고 있고, 원자력안전법 개정이 병행될 경우 상용화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국내 원전업종, 구조적 성장세…주가 모멘텀 이어질 것”
교보증권은 “코스피가 올해 YTD 77% 상승한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349%), 한국전력(146%), 한전기술(76%)이 확실한 아웃퍼폼을 기록했다”며 “단기 밸류 부담은 있으나 장기적으로 매출·영업이익의 구조적 성장이 이를 충분히 상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국내 원전, SMR, 가스터빈 분야에서 대형 수주 가능성이 높고, 미국·유럽·중동·동남아 시장에서 팀코리아의 경쟁력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 두산에너빌리티(034020) — 최선호주(Top Pick)
교보증권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원전 업종 내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투자의견은 ‘매수(BUY)’, 목표주가는 10만4000원으로, 현재 주가 대비 상승여력은 37.2%다.
보고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서 주기기 공급사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 프로젝트에서도 주단품 공급 계약을 이미 확보한 점을 핵심 모멘텀으로 꼽았다. 특히 미국·유럽 중심으로 신규 원전 프로젝트가 재개되는 가운데,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 확대가 이어질 경우 원자로 압력용기·증기발생기 외에도 추가 기자재 공급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도 뉴스케일·테라파워·엑스에너지 등 글로벌 선두업체와의 협업이 진척되면서 향후 주기기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회사는 2026년 SMR 생산능력(CAPA)을 확충할 계획이며, 2028년 이후에는 연간 12기에서 20기로 생산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전기술(052690)
한전기술은 핵심 원전 설계 기업으로, 교보증권은 투자의견 ‘매수(BUY)’와 목표주가 11만1000원을 제시했다. 상승여력은 25% 수준이다.
보고서는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본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2025년 말에서 2026년 초 사이에 한전기술이 약 1.1조원 규모의 설계 수주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프로젝트 변경 여부에 따라 수주 금액이 1.5조원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또한 미국·유럽 원전 프로젝트가 빠르게 재개되면서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 범위가 넓어질 경우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개선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팀코리아 중심의 해외 원전 진출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설계 경쟁력이 특히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한전KPS(015600)
한전KPS는 원전 정비 전문 기업으로, 교보증권은 투자의견 ‘매수(BUY)’와 목표주가 5만8000원(상승여력 14%)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새울 3·4호기가 2026년 상업 운전에 들어가면서 신규 정비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신한울 3·4호기 역시 2032년 말 가동이 예정돼 있어 중장기 성장성이 확보돼 있다는 평가다.
해외 부문에서도 체코 두코바니 프로젝트는 2025년 말~2026년 초 정비·검사 분야 수주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웨스팅하우스가 수주한 경우에도 국내 정비·검사 기업들이 공급 체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전반적인 수혜가 예상된다는 평가다.
◇ 한국전력(015760)
한국전력은 원전·에너지 업황 개선과 연료비 부담 완화가 동시에 나타나며 실적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보증권은 투자의견 ‘매수(BUY)’와 목표주가 5만6000원(상승여력 13.1%)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국제연료 가격 하향 안정세로 전력구입비 부담이 줄어들고, 내년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남아 있어 수익성 개선 여건이 유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전력이 팀코리아 중심 대형 원전 수출의 총괄 역할을 맡는 만큼, 중동·동남아시아 원전 프로젝트 수주가 현실화될 경우 매출·영업이익·밸류에이션 모두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유럽 원전 프로젝트에서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이 강화되면 전 세계 신규 원전 시장 재편 속에서 한국전력의 입지와 수익성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