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글로벌 통신 장비 투자 환경이 2026년을 기점으로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나증권은 미국이 어퍼 C밴드 주파수 경매 준비에 들어가며 국내 통신장비 업체들의 대규모 수혜가 예상된다고 21일 밝혔다.
미국 FCC는 현지시간 11월 20일, 3.98~4.2GHz 구간의 어퍼 C밴드(총 220MHz 중 인접 40MHz 제외) 주파수를 경매에 부칠지 여부를 결정한다. FCC가 NPRM(Notice of Proposed Rulemaking)을 제정하면 사실상 규칙 제정 절차가 개시되는 것으로, 이는 미국 통신사들의 설비투자(CAPEX)가 본격화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하나증권은 이 결정이 국내 통신장비 업체들에게 “대형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2020년 미국 주파수 경매 당시에는 국내 업체의 수혜가 제한적이었지만, 2026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국내 아웃소싱 장비업체들이 에릭슨·노키아 등 글로벌 SI 벤더 선정에서 배제된 점이 가장 큰 제약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 장비 규제가 부품 단계까지 강화되면서 글로벌 SI들이 대체 공급망을 찾고 있고, 이 과정에서 한국 업체들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일부 국내 업체는 2025년 유지보수 매출에서 미국향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KMW와 RFHIC는 2026년 벤더 선정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 가능성도 언급됐다. 중국 업체 배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버라이즌 간 기존 공급 관계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AT&T 신규 공급업체 선정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삼성전자가 2020년 선정에 실패한 이후 미국 시장 공략 의지를 지속해 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내 통신장비 업황 흐름은 2018년과 유사한 패턴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8년 국내 5G 관련주가 주파수 경매 이후 급등한 사례가 있으며, 이번 사이클에서는 미국 시장이 주도하는 형태로 유사한 구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증권은 2026년 실제 성과가 나타날 업체 위주로 포트폴리오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KMW·RFHIC·이노와이어리스·쏠리드 등을 미국향 수혜 대표주로 제시했다.
통신서비스 업종에서는 다음주 투자 매력도가 KT > LG유플러스 > SK텔레콤 순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해킹 이슈에 따른 잠재 손실과 연말까지 이어질 CEO 선임 공백을 고려하면 서비스주 비중 확대는 시기상조지만, 12월 말 이후 CEO 확정 및 밸류업 정책 기대감으로 KT 중심의 주가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2026년 미국 통신장비 빅사이클 진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미국 주파수 경매가 시작되면 국내 장비업체의 미국 매출이 본격 성장할 것”이라며 “RFHIC·KMW·쏠리드·이노와이어리스 등 미국 무선 장비수혜주 비중 확대를 제안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