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KT 차기 CEO 선임 절차를 둘러싸고 특정 후보자와 이사회 사외이사 간 유착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KT 새노조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차기 CEO 선임 과정에서 이해충돌 소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심사 절차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16일부터 차기 CEO 공개모집에 들어가 총 33명의 지원자를 접수했고, 24일 1차 심사를 통해 16명을 후보군으로 압축했다. 하지만 심사 과정에서 ‘심판 역할’인 사외이사가 특정 후보와 개인적 친분을 유지해 왔다는 내부 문제 제기가 나오면서, 이사회 논의 전반이 객관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의혹의 중심에는 고려대 교수이자 전 KT 이사회 의장인 김모 사외이사와, 차기 CEO 후보로 이름이 오른 주모 전 국정기획위 기획위원이 있다. 복수의 후보자들과 KT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서울대 83학번 동기이자 1989년 SK그룹에 함께 입사한 ‘40년 지기’로, 사석에서 막역한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후보자들은 “KT CEO 선임 과정에서 주 전 위원이 김 교수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정보 접근과 입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해당 사외이사의 이해관계를 즉시 공개하고, 관련 안건 논의와 표결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 안팎에서는 이사회가 이해충돌 최소화를 위한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후보자들과 내부 구성원들은 “사외이사가 특정 후보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보유할 경우 이를 먼저 알리고, 그 후보 심사에서 손을 떼는 것이 최소한의 지배구조 원칙”이라며 “국가 기간통신망을 운영하는 KT의 CEO 선출은 단순한 ‘인사 이벤트’가 아니라 공적 책임이 따르는 결정인 만큼 공정성이 훼손되면 선출 정당성과 향후 경영 안정성 모두가 흔들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잇따랐다. 지난 27일 ‘국민기업 KT 정상화를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국회 기자회견에서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은 “KT의 근간이 흔들리고 경영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인데, 혁신 비전은 보이지 않고 정치권과 이사회에 줄 서는 사람들만 보인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KT를 다시 일으킬 새 사장이 와야 하는데, 아직도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들이 사장을 하겠다고 발버둥 치고 있다”고 직격했다.
같은 당 과방위 소속 김우영·황정아·이주희 의원도 지난 26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사회는 파벌 중심 인사 관행을 즉각 중단하고 실력 중심의 혁신 리더를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모 교수는 과거 KT 이사회 의장 재직 시절에도 이해충돌 문제를 둘러싼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가 몸담은 고려대와 KT는 지난해 7월 인공지능(AI)·ICT 응용기술 공동 연구, KT 우면사옥 내 공동 R&D센터 설치, 고성능 GPU 인프라 제공 등을 골자로 한 전략적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이사회 수장이자 당사자인 사외이사가 자신이 재직 중인 대학과 KT 간 거래 구조에 연루된 만큼, 상법 제398조(이사의 자기거래) 및 KT 이사회 규정 제9조의 이해관계 충돌 금지 조항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당시부터 제기돼 왔다.
KT CEO 선발 작업은 앞으로도 이사회 심층 면접과 논의를 거쳐 최종 후보를 압축하는 절차가 이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특정 후보자와 사외이사 간 ‘40년 지기’ 관계를 둘러싼 유착·이해충돌 의혹이 정리되지 않을 경우, 차기 CEO 선임 결과가 나오더라도 공정성 시비는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외부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