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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출산이 아니라, 출산 이후 30년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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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출산이 아니라, 출산 이후 30년이 더 무섭다”

이승렬 기자

기사입력 : 2026-02-08 15:47

돈은 결정을 돕지만, 삶을 책임지지는 않는다
장려금의 신호, 제도로 완성될 수 있을까…부산의 과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앞줄 네 번째)이 5일 서울 중구 부영 태평빌딩에서 열린 2026년 시무식에서 출산 직원·가족에게 자녀 1명당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부영그룹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앞줄 네 번째)이 5일 서울 중구 부영 태평빌딩에서 열린 2026년 시무식에서 출산 직원·가족에게 자녀 1명당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부영그룹
[더파워 부·울·경 취재본부 이승렬 기자] 최근 민간기업의 고액 출산 장려금 지급 이후 출산율이 반등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출산을 망설이던 부부가 실제로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숫자가 움직인 자리에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질문이 남는다. 출산 이후의 삶은 누가 책임지는가.

이 질문의 답을 듣기 위해 지난 6일, 아이들 대상 교육 사업가 채 모 씨(40대)를 만났다. 채 씨는 과거 부산에서 살다 대구를 거쳐 현재 서울에 정착한 인물로, 해외에 자녀를 1명 두고 있는 배우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출산 장려금 논의를 두고 “결혼을 앞둔 신세대에게 출산 자체보다 더 큰 공포는 출산 이후”라고 말했다.

“출산이 무서운 게 아니라, 그 이후 20년, 30년이 더 무섭습니다. 아이를 낳는 순간보다 낳고 나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훨씬 막막해요.”

채 씨는 장려금이 출산 결정을 앞당기는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것이 삶 전체를 지탱하는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돈이 들어오면 ‘이번엔 가능하겠다’는 생각은 들 수 있죠.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결정의 순간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이어질 돌봄과 생계, 노후까지 생각하면 장려금 하나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가 특히 문제로 지적한 대목은 출산 이후 여성들이 감당하는 노동이 제도 밖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동시에 일합니다. 과외, 방문교사, 학습지, 프리랜서 강의, 통·번역, 콘텐츠 외주, 플랫폼 노동, 가족 명의 자영업 실무까지요. 분명 사회를 떠받치는 노동인데, 제도 안에서는 ‘없는 노동’이 됩니다.”

이 같은 노동은 연금과 복지, 의료, 노후 제도 어디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결국 여성들은 돌봄과 생계, 두 개의 일을 동시에 합니다. 그런데 제도는 둘 다 인정하지 않습니다. 노동은 사라지고, 권리는 쌓이지 않죠.”

관사 규정과 지역 간 일감 격차, 교육 환경 문제로 인한 장기 별거 역시 개인의 선택으로만 남겨진 현실도 짚었다.

“책임은 나뉘는데 권리는 아무에게도 가지 않습니다. 출산 이후의 불안이 전부 개인 몫이 되는 구조예요.”

채 씨는 출산 장려금 정책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단독 처방으로 쓰일 경우 한계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장려금은 출발 신호일 뿐입니다. 문제는 그 이후의 기여를 제도가 붙잡지 못한다는 거예요. 출산 이후의 노동과 시간이 기록되지 않고 권리로 환산되지 않으면, 숫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는 정책의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얼마를 줄 것인가’가 아니라 ‘출산 이후의 삶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비공식·비정형 노동과 돌봄 기여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인정할지, 장기 별거 상황에서도 의료·복지·주거 선택권을 어떻게 보장할지, 연금과 퇴직금 분할에서 돌봄과 생계 기여를 어떻게 반영할지 논의가 시작돼야 합니다.”

마지막 말은 단호했다.

“출산은 개인의 용기가 아니라 사회의 설계 문제입니다. 장려금으로 결정을 끌어냈다면, 국가는 이제 그 이후의 삶을 제도 안으로 끌어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너지는 건 출산율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신뢰입니다.”

출산율은 숫자로 나타나지만, 출산 이후의 삶은 제도로 증명된다.

정책의 성패는 출산이 아니라, 그 이후를 얼마나 책임졌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는 출산 부담을 덜기 위한 현실적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첫째아 출생 시 200만 원의 ‘첫만남이용권(바우처)’을 지급하고, 둘째아 이후에는 300만 원의 바우처와 함께 100만 원의 현금을 추가 지원한다.

국가통계포털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5년 1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부산의 출생아 수는 1,11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 감소했다. 조출생률은 인구 1,000명당 4.2명으로 8개 특별·광역시 중 가장 낮았고, 조사망률은 9.0명으로 가장 높았다. 부산이 다른 대도시보다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지난해부터 혼인 건수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면서 출생아 수 반등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부산시의 출산 장려와 주거 지원 정책이 혼인을 떠받치며 일정 부분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출산 이후의 삶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완할지가, 이제 부산 정책의 다음 과제가 되고 있다.

이승렬 더파워 기자 ottnews@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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