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양승호 교수, 포스텍 IT융합공학과 박성민 교수, 포스텍 화학과 김원종 교수
[더파워 이설아 기자] 서울성모병원과 포스텍 공동연구팀이 코를 통해 항암 나노입자를 투여한 뒤 자기장으로 뇌종양 부위까지 유도하는 새로운 약물 전달 방식을 개발했다. 동물실험에서는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 모델의 생존기간을 유의하게 늘리는 효과가 확인됐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양승호 교수, 포스텍 IT융합공학과 박성민 교수, 포스텍 화학과 김원종 교수 공동연구팀은 경구 항암제 테모졸로마이드(TMZ)를 초상자성 산화철 나노입자(SPION)에 결합한 복합체를 개발해 비강으로 투여하고, 경두개자기자극(TMS)을 이용해 종양 부위까지 유도하는 방식을 동물모델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교모세포종은 성인 원발성 악성 뇌종양 가운데 가장 흔한 유형으로 꼽힌다. 전체 원발성 중추신경계 악성 종양의 약 65%를 차지하는 난치성 암으로, 국내에서는 매년 약 1000명이 새롭게 진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준 치료를 받더라도 평균 생존기간은 약 15개월 수준이며, 10년 생존율도 낮아 치료법 개선 필요성이 큰 질환이다.
기존 핵심 치료 약물인 테모졸로마이드는 경구로 투여된다. 그러나 뇌를 보호하는 혈액-뇌 장벽이 약물 침투를 제한해 치료 효율이 떨어질 수 있고, 전신 부작용 부담도 뒤따른다. 연구팀은 이 같은 한계를 줄이기 위해 뇌와 연결된 후각신경 경로와 자기장으로 이동 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자성 나노입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테모졸로마이드를 약 56나노미터 크기의 초상자성 산화철 나노입자에 결합한 복합체를 합성했다. 이후 이를 코를 통해 투여하고, 외부 자기장 역할을 하는 경두개자기자극을 적용해 약물이 뇌종양 부위에 더 잘 도달하도록 설계했다.
세포 실험에서 해당 복합체는 기존 약물과 유사한 종양세포 사멸 효과를 보였다. 전자현미경 분석에서는 나노입자가 종양세포 핵 내부까지 고르게 분포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동물실험 결과도 주목된다. 교모세포종 모델 마우스를 대상으로 90일간 생존을 추적한 결과 중앙 생존기간은 대조군 27일, 복합체 단독 투여군 51일, 복합체 투여 후 경두개자기자극을 적용한 군 72일로 나타났다. 대조군과 비교하면 경두개자기자극 적용군은 약 2.7배, 복합체 단독 투여군은 약 1.9배 생존기간이 연장된 셈이다.
특히 병용군에 사용된 약물 용량은 기존 경구 표준 투여량의 약 5.6% 수준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낮은 용량으로도 생존 연장 효과가 나타난 만큼, 향후 전신 면역억제 등 부작용을 줄이는 치료 전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약물 농도 분석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뇌 조직 내 약물 농도를 정밀 측정한 결과, 경두개자기자극을 적용한 군에서 뇌 실질 내 약물 농도가 미적용군보다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자기장 유도가 약물의 뇌 내 전달과 잔류를 높였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연구는 동물모델 단계의 결과로,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되기까지는 추가 전임상 및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번 플랫폼을 바탕으로 뇌 투과율이 낮거나 독성이 높은 약물에 대한 추가 연구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감마나이프센터장인 양승호 교수는 “비침습적인 코 투여 경로와 경두개자기자극을 결합한 방식은 혈액-뇌 장벽을 우회하면서 기존 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있다”며 “교모세포종을 장기적으로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약물전달 분야 국제학술지 ‘Drug Delivery and Translational Research’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