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생성형 AI 활용이 기업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활용률이 대기업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회사 차원의 지원과 근로자 역량 등 조직 환경을 갖추면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는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원은 전국 만 20세 이상 임금근로자 약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생성형 AI 활용의 대-중소기업 격차: 역량과 조직환경의 역할’ 보고서를 11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의 생성형 AI 활용률은 66.5%, 중소기업 근로자는 52.7%로 집계됐다. 단순 활용률 격차는 13.8%포인트다.
그러나 회사의 지원 체계, 근로자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역량, 개인 수용성 등 다른 요인을 포함해 분석하면 기업 규모 자체로 설명되는 순수 격차는 4%포인트 수준으로 줄었다. 중소기업도 조직 차원의 활용 여건을 갖추면 AI 활용률을 상당 부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회사가 사내에서 AI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를 만들 경우 근로자의 AI 활용 확률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15.5%포인트 높았다. 회사가 구독료 등 비용을 지원하는 경우에도 활용 확률은 8.1%포인트 상승했다. 개인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역량은 23.5%포인트, AI 수용 태도는 21.4~40.0%포인트의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지원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생성형 AI 도입 로드맵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중소기업이 70.4%로, 대기업 54.4%보다 높았다. 교육·훈련 제공 비율도 대기업 34.7%, 중소기업 24.9%로 차이가 났고, 내부 가이드라인·매뉴얼 제공은 대기업 33.8%, 중소기업 24.3%였다. 자체 개발 또는 맞춤형 AI 도구 제공 비율 역시 대기업 11.4%, 중소기업 5.7%에 그쳤다.
AI로 아낀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도 기업 규모별로 달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모두 ‘기존 업무 품질 향상’을 가장 많이 꼽았지만, 2순위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대기업 근로자는 절감된 시간을 ‘새로운 프로젝트 및 업무 수행’에 쓴다는 응답이 22.6%였고, 중소기업 근로자는 ‘업무 외 휴식 및 개인 시간 확보’가 27.3%로 높았다.
김용미 대한상의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성형 AI로 절감된 시간을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재투입하는 방식에서 대·중소기업 간 차이가 관찰된다”며 “이는 단기적인 AI 활용률 격차가 중장기적으로 생산성 격차로 누적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업종과 지역별 격차도 뚜렷했다. 서비스업의 대·중소기업 활용률 격차는 9.2%포인트였지만, 제조업은 24.2%포인트로 2.6배 수준이었다. 중소기업 활용률도 수도권은 57.3%, 비수도권은 47.8%로 차이를 보였다. 제조업과 지방 중소기업이 생성형 AI 활용의 사각지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조직문화 역시 과제로 지목됐다. 근로자들이 사내에서 AI 활용 경험을 공유하기 주저하는 이유로는 ‘생성형 AI 활용을 부정적으로 볼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대기업 39.0%, 중소기업 33.6%로 가장 높았다. 단순히 도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AI 활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대한상의 경제연구원은 AI 활용 격차를 줄이기 위해 근로자 역량, 기업 전략, 조직문화 개선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용보험 직업훈련 내 AI 특화 과정 확대, 비수도권·제조업 맞춤형 프로그램, 중소기업 대상 AI 도입 진단·컨설팅, 표준 로드맵 보급, AI 구독료·도구 도입 비용 지원 간소화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AI로 줄어든 업무 시간이 실제 비즈니스 고도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성과 연동형 직무 재설계와 사내 노하우 공유 인센티브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양수 대한상의 경제연구원장은 “대·중소기업 간 AI 격차는 개인의 태도를 넘어 기업의 정책과 지원 같은 조직 환경에서 비롯된다”며 “중소기업의 도입 여건 조성과 근로자 역량 강화를 아우르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