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금융회사가 연체채권을 매각한 뒤 채무자 보호 책임에서 사실상 벗어나던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앞으로는 대출을 처음 취급한 금융회사가 채권을 넘긴 뒤에도 양수인의 불법 추심 여부를 점검하고, 문제가 확인되면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사전예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월 발표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의 후속 조치다.
현재 금융회사가 연체채권을 직접 보유하며 추심할 경우에는 개인채무자보호법에 따라 추심 횟수 제한, 연락 제한 요청권, 추심 유예 등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추심업무를 외부에 위탁하는 경우에도 수탁 추심회사가 채무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면 금융회사가 연대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문제는 금융회사가 연체채권을 매각하는 경우다. 그동안 금융회사는 채권을 팔면 즉시 회수 효과를 얻는 동시에 이후 추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객보호 책임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채권을 계속 보유하며 관리하기보다 반복적으로 매각하는 것이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연체채권이 은행에서 저축은행·카드·캐피털사, 다시 매입채권추심업체 등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채무자는 예상보다 강한 추심에 노출될 수 있고, 신용평점 하락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개정안은 이 같은 구조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원채권 금융회사에 채권매각 이후 양수인의 불법행위 점검 의무가 부여된다. 양수인이 개인채무자보호법이나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위법행위를 발견하면 해당 양수인에게 시정을 요구해야 하며, 시정요구일로부터 7일 이내에 위반 내용과 근거 법령, 위반 횟수, 시정요구 내용 등을 금융감독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점검을 위해 필요한 정보 요구 권한도 생긴다. 원채권 금융회사는 양도채권의 추심·추심위탁 현황, 소멸시효 관리 현황, 채권자변동정보 등록 여부 등을 양수인에게 요구할 수 있다. 양수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채권 재매각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금융회사는 채권매각계약서에 재매각 가능 여부와 범위, 재매각 시 승계되는 채무자 보호 조건, 재매각 대상 기관의 적정성 판단 기준 등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재매각 대상 기관의 적정성 판단에는 자산·자기자본 규모, 추심 인력과 채권 규모, 내부통제 장치, 민원 발생 빈도, 최근 5년간 법규 위반 이력 등이 포함된다. 양수인이 계약상 재매각 조건을 위반한 경우 원채권 금융회사는 해당 양수인에 대한 다음 채권매각을 제한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을 7월 중 완료하고, 개정이 끝나는 즉시 시행할 계획이다. 사전예고 기간은 18일부터 7월 8일까지 20일간이다.
연체채권 관리 공시시스템도 마련된다. 금융회사별 채무조정 실적, 채권매각 주요 내용, 시효완성 실적 등을 보고·공시하는 체계를 만들고, 올해 상반기 실적부터 공시할 예정이다.
신용회복위원회 신속 채무조정을 이행 중인 채권의 매각을 제한하는 개인채무자보호법 감독규정 개정안도 7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장기연체가 발생하지 않은 채권이 대부업체 등으로 매각될 경우 채무자에게 신용평점 하락 등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소멸시효 관리도 함께 정비된다.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 개정안은 7월 중 개정을 마치고 9월 중 시행할 계획이다. 연체채권에 대해 소멸시효 완성을 조건으로 대손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해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시효 연장 관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완성하고, 예외적으로 연장한다’는 방향을 세우기 위해 업권별 소멸시효 관리 모범규준도 8월 중 개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