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 시장이 지난해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펀드 수와 출자약정액, 투자이행액이 모두 증가했고, 신규 출자약정액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다만 M&A 시장 성장 둔화 영향으로 전통적인 경영참여형 투자는 소폭 줄고, 기업대출과 메자닌 등 비경영참여형 투자가 크게 늘며 투자 방식의 변화가 뚜렷해졌다.
1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 즉 PEF는 총 1195개로 집계됐다. 전년 말 1137개보다 58개, 5.1% 증가한 수치다.
출자약정액은 167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3조9000억원 늘었다. 투자이행액은 124조3000억원으로 6조8000억원 증가했다. 약정액 대비 이행액 비율은 74.2%였다.
자금 모집도 확대됐다. 지난해 새로 만들어진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211개로 전년 173개보다 38개 늘었다. 신규 출자약정액은 27조8000억원으로 전년 19조2000억원 대비 8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상 역대 최대 규모다.
신설 펀드를 규모별로 보면 대형 PEF가 26개로 전년 9개에서 크게 늘었다. 대형 PEF의 신규 출자약정액은 15조8000억원으로 전체 신규 약정액의 56.8%를 차지했다. 중형 PEF는 51개, 소형 PEF는 134개로 각각 증가했다.
운용사 수도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PEF를 운용 중인 업무집행사원, 즉 GP는 455사로 전년보다 18사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업 GP가 332사로 전체의 73.0%를 차지했다. 금융회사는 65사, 창투계 회사는 58사였다.
대형 운용사 선호 현상도 이어졌다. 출자약정액 기준 대형 GP가 운용하는 펀드 비중은 2024년 66.2%에서 지난해 68.7%로 2.5%포인트 상승했다. 중형 GP와 소형 GP의 비중은 각각 27.0%, 4.3%로 낮아졌다. 투자자들이 운용 경험과 규모를 갖춘 대형사에 자금을 더 집중시키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투자 집행 규모도 증가했다. 지난해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투자집행액은 총 28조1000억원으로 전년 25조1000억원보다 3조원 늘었다.
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경영참여형과 비경영참여형의 흐름은 엇갈렸다. 경영참여형 PEF는 지난해 총 343개 기업에 23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전년 24조1000억원보다 4000억원 줄었다. 국내 기업 투자는 22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94.5%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투자가 15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경영참여형 투자액의 65.4%다. 이어 전기·가스공급업 1조3000억원, 운수·창고업 1조2000억원 순이었다. 제조업과 전기·가스공급업, 운수·창고업 등 상위 업종에 대한 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늘었다.
반면 비경영참여형 투자는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 중인 비경영참여형 PEF는 128개로 전년 78개보다 50개 늘었다. 약정액은 10조7000억원, 이행액은 5조8000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비경영참여형 PEF의 지난해 투자집행액은 4조4000억원이었다. 전년 1조원과 비교하면 3조4000억원 늘어난 규모로, 증가율은 340.0%에 달했다. 투자집행 펀드 수도 26개에서 90개로 늘었다.
투자 대상별로는 기업대출이 1조4000억원으로 32.3%를 차지했다. 메자닌 투자는 1조2000억원으로 27.6%였다. 부동산·인프라가 6000억원, 소수지분 인수가 5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기업대출과 메자닌 투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금감원은 M&A 시장 성장 둔화 등으로 전통적인 지분투자에서 벗어나 대출과 메자닌 구조를 활용한 중위험·중수익 자산 투자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봤다.
회수 규모도 늘었다. 지난해 투자회수액은 20조6000억원으로 전년 18조5000억원보다 2조1000억원 증가했다. 회수 유형별로는 배당과 제3자 매각 등 중간 회수가 6조7000억원, M&A와 IPO 등을 통한 최종 회수가 13조9000억원이었다.
지난해 해산된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153개로 전년보다 11개 줄었다. 평균 존속기간은 4.7년이었다. 해산 사유는 정관상 존속기간 만료가 63개로 가장 많았고, 투자집행 후 회수 완료 45개, 사원총회 해산결의 42개 순이었다.
추가 투자 여력은 확대됐다. 지난해 말 기준 미집행 약정액은 43조2000억원으로 전년 36조1000억원보다 7조1000억원 증가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향후 투자에 투입될 수 있는 자금이 상당한 수준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금감원은 기관전용 사모펀드 시장이 펀드 수와 약정액, 이행액 모두 증가하며 지속 성장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대형 GP 선호와 신규 GP 유입 증가로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향후에는 기관전용 사모펀드가 신성장 산업 육성과 기업구조 개선이라는 본래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도록 시장 질서와 투자 관행 정착을 유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