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삼성물산·삼성E&A·GS건설 등 수혜 가능성 제시…건설업은 지난주 코스피 대비 7.6%p 하회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건설주의 시선이 주택에서 산업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다. 부동산 경기와 분양시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대형 투자 재료가 동시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중동 재건이 건설업종의 새 수주판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나증권은 건설업 주간 보고서에서 건설 섹터 내 투자 포인트로 반도체 투자, 데이터센터, 중동 종전 이후 재건 가능성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김승준·하민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투자 관련해서는 삼성물산과 삼성E&A, 데이터센터는 GS건설, 종전 이슈는 DL이앤씨와 삼성E&A를 추천한다”고 분석했다.
당장 주가 흐름은 좋지 않았다. 지난주 건설업종 수익률은 코스피 대비 7.6%포인트 낮았다. 기관과 연기금은 건설주를 팔았고 외국인은 전반적으로 매수했다. 코스피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건설주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물산만 보합권에서 마감하며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하락의 직접 계기는 해외 플랜트·건설 사업 우려였다. DL이앤씨가 사우디 과세 부과 이슈로 크게 하락했고, 이 여파가 해외 사업 비중이 있는 대형 건설주 전반으로 번졌다. 반면 금호건설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소식에 크게 올랐다. 같은 건설주라도 주택·해외 플랜트·산업 인프라 재료에 따라 주가가 갈린 셈이다.
정부가 제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는 건설주가 다시 주목받는 배경이다. 정부는 국민보고회를 통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800조원, 충청권 반도체 패키징에 81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반도체 팹 4기가 포함됐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도 크다. 정부는 2035년까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1000조원 이상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는 단순 건물이 아니라 전력, 냉각, 토목, 건축, 설비, 전기공사가 결합되는 대형 인프라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기존 주택 사업과 다른 수주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민간 기업의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SK그룹은 총 15GW 규모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전략을 세웠다. 1단계는 5GW 규모로 0.5~1GW 단위 분산 설치를 추진하고, 2단계는 10GW 규모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GS는 동해에 2.4GW, 네이버는 세종 등에 1GW 규모 데이터센터를 추진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 착공 목표 시점은 2028년 상반기 안이다.
삼성그룹의 지역별 투자 계획도 건설업종에는 중요한 변수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고대역폭메모리 팹은 충청권, 로봇은 경북 구미, 배터리는 경남 울산, 패키지 기판은 부산, 바이오는 인천 송도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공장과 연구시설, 물류·전력 인프라가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수혜 범위는 특정 대형 건설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관련 수혜 기업으로는 삼성물산, 삼성E&A, SK에코플랜트 등 그룹 계열 건설사뿐 아니라 한양이엔지, 한미글로벌, KCC건설, 코오롱글로벌, HL D&I, 동부건설 등이 거론됐다. 데이터센터에서는 레퍼런스를 보유한 현대건설, GS건설, 삼성물산, DL이앤씨 등의 수혜 가능성이 제시됐다.
중장기적으로는 산업단지 주변 부동산 개발도 관전 포인트다. 대형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일자리와 주거 수요가 뒤따를 수 있다. 산업 인프라 수주가 1차 수혜라면, 주변 주거·상업 개발은 2차 수혜가 될 수 있는 구조다.
세 번째 축은 중동 재건이다.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 종전 협상 흐름이 있었지만, 주말 사이 이란 선박 타격, 미국의 이란 공습, 이란의 미사일 발사 등이 이어지며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과 이란이 공격 중단을 합의하고 카타르 도하에서 회담을 할 예정이지만,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의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하나증권은 중동 재건 이슈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제시했다. 정부와 기업이 종전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종전이 확인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는 중동 인프라 협력 태스크포스를 구성했고, 대우건설은 글로벌인프라본부를 중심으로 플랜트·토목·건축 태스크포스 협의체를 구성해 중동 피해국 복구 공사와 이란 시장 재진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보고서는 “적극적으로 재건주를 매수해야 하는 시점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종전이 확실히 된 뒤 매수해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가 이미 계획과 투자 규모가 구체화된 재료라면, 중동 재건은 아직 정치·군사 변수 확인이 필요한 재료에 가깝다.
국내 주택시장 지표는 여전히 수도권 중심으로 강하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43주 연속 상승했고, 전세가는 54주 연속 상승했다. 수도권 매매가는 69주 연속, 전세가는 70주 연속 올랐다. 서울 매매가는 74주 연속 상승했고 전세가는 71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의 상승률은 더 두드러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주간 0.30%, 전세가는 0.36% 올랐다. 수도권 매매가는 0.20%, 전세가는 0.21% 상승했다. 반면 지방광역시 매매가는 0.02% 하락했고 기타 지방은 보합에 그쳤다. 주택시장 회복도 수도권과 지방의 온도차가 뚜렷한 셈이다.
청약시장에서는 아이에스동서의 경산 펜타힐즈 더블유 1단지가 주목됐다. 6월 29일 특별공급, 30일 1순위 청약 접수가 예정됐다. 26일 문을 연 모델하우스에는 3일간 2만7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증권은 해당 청약 결과에 따라 아이에스동서 주가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봤다.
주간 수주 공시도 이어졌다. 현대건설은 범천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서 8531억원 규모 공사를 수주했다. DL이앤씨는 울릉공항 건설공사 계약금액을 2803억원으로 정정했고, 대우건설은 수표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5233억원, 22-대미-독신숙소 4단계 시설공사 2229억원을 공시했다.
밸류에이션은 종목별로 크게 갈린다. 하나증권 커버리지 기준 삼성물산은 6월 26일 종가 49만4500원, 시가총액 80조1920억원으로 집계됐다. 1주 수익률은 0.6%로 건설주 가운데 가장 양호했다. 삼성E&A는 4만1450원, 현대건설은 10만3300원, GS건설은 2만3300원, 대우건설은 1만8190원, DL이앤씨는 5만9800원으로 제시됐다.
결국 건설주의 핵심은 주택경기 하나로 좁혀지지 않는다. 수도권 주택가격과 전세가격 상승은 기존 건설주 투자 논리를 뒷받침하지만, 더 큰 변수는 산업 인프라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대형 건설사와 설비·전기·엔지니어링 업체의 수주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중동 재건은 아직 확인이 필요하지만, 종전이 명확해질 경우 별도의 상승 재료가 될 수 있다.
건설주는 지난주 시장보다 더 많이 밀렸다. 그러나 주가 하락 속에서도 산업 인프라라는 새 축은 선명해지고 있다. 반도체 공장,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중동 인프라 복구가 동시에 움직인다면 건설업종은 단순 주택주가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 투자와 연결된 인프라주로 다시 평가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