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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억 예산의 KFA, '이름값' 대신 백현식·이석재 같은 '실무 행정가'에 눈 돌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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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억 예산의 KFA, '이름값' 대신 백현식·이석재 같은 '실무 행정가'에 눈 돌릴 때다

이강원 기자

기사입력 : 2026-07-07 09:43

백현식 부산시축구협회장(왼쪽).(사진=부산시축구협회)
백현식 부산시축구협회장(왼쪽).(사진=부산시축구협회)
[더파워 부·울·경 취재본부 이강원 기자] 차기 대한축구협회(KFA) 수장 선거를 앞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언론과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일제히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국가대표 출신 ‘스타플레이어’들에게 쏠려 있다. 한국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이들의 헌신과 상징성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KFA가 처한 위기의 본질을 짚어본다면, 차기 회장 선거가 '누가 더 인지도가 높은가'를 겨루는 인기투표로 전락하는 현상은 매우 우려스럽다.

위기의 본질은 '스타 부재'가 아닌 '행정 붕괴'

현재 대한축구협회는 사상 초유의 신뢰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밀실 행정, 원칙 없는 의사결정, 그리고 대중과의 소통 단절은 뼈아픈 실책이었다. 이는 축구인들의 '열정'이나 '이름값'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1년 예산 1,000억 원을 주무르는 거대 조직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시스템과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철저히 망가졌기 때문이다.

KFA 회장 자리는 국가대표팀의 얼굴마담이나 명예직이 아니다. 엘리트 축구와 생활축구의 통합을 이끌고, 지방자치단체 및 기업들과 예산을 협상하며, 복잡하게 얽힌 축구계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혹독한 '최고경영자(CEO)' 자리다. 화려한 선수 경력이 곧 거대 조직을 이끄는 행정 능력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과거의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지금 KFA에 절실한 것은 카메라 앞의 스타가 아니라, 무너진 행정 시스템을 수술할 '실무형 행정가'다.

검증된 지역 행정가, 백현식과 이석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러한 현실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KFA 후보군의 시야를 중앙 무대 밖으로 넓혀야 한다. 오랜 기간 지역 축구 현장에서 검증된 행정 역량을 입증해 온 인사들이 그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백현식 부산광역시축구협회장과 이석재 경기도축구협회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무려 6선에 걸쳐 부산 지역 축구계를 이끌어온 백현식 회장은 KFA가 필요로 하는 통합 행정의 표본을 보여준다. 그는 언론의 화려한 조명이 닿지 않는 곳에서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의 화학적 통합을 이뤄냈고, 만성적인 예산 부족과 열악한 인프라 문제를 지자체와의 끈질긴 협상을 통해 풀어냈다. 복잡한 지역 축구인들의 갈등을 묵묵히 조율하며 유소년 축구의 기반을 다진 그의 행보에는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묵직한 행정 노하우가 담겨 있다.

대한민국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의 축구를 책임지고 있는 이석재 회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탁상행정을 철저히 배격하고 현장 중심의 실무 행정을 뚝심 있게 펼쳐온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방대한 규모의 경기도 축구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일선 지도자들과 동호인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그의 '상향식(Bottom-up)' 리더십은 현재 불통 논란에 휩싸인 KFA가 가장 시급히 배워야 할 덕목이다.

이들처럼 척박한 뿌리의 생태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거대한 지역 협회를 실질적으로 경영해 본 경험이야말로 지금 KFA 리더십에 가장 필요한 자격 요건이다.

차기 KFA 리더십의 조건: '시스템'과 '풀뿌리’

벼랑 끝에 선 KFA를 정상화하기 위해 차기 수장이 해결해야 할 현실적 과제는 명확하다.

시스템에 의한 투명한 행정: 특정 인물의 독단이 개입할 수 없도록 감독 선임, 예산 집행, 징계 등 핵심 행정 절차를 명문화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표팀 편중에서 풀뿌리 중심으로의 예산 재편: A대표팀의 성적과 상업성에만 매몰된 현재의 구조를 탈피해, 백현식·이석재 회장이 지역에서 증명했듯 일선 축구협회와 유소년 육성에 예산과 권한을 대폭 이양해야 한다.

갈등 조정과 현장 중심의 소통: 중앙 집중식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지역 현장의 실무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인지도'라는 낡은 프레임을 깨라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회장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행정 경험이 전무한 스타 선수에게 1,000억 원대 조직의 운전대를 덜컥 쥐여주는 것은 한국 축구 전체를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백현식 회장이나 이석재 회장처럼 오랫동안 축구계의 궂은일을 도맡으며 실질적인 행정 역량을 입증한 인사들이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은 시급히 타파해야 한다.

이번 KFA 회장 선거는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누가 더 유명한가'라는 낡은 프레임을 집어 던지고, '누가 KFA의 행정 시스템을 정상화하고 풀뿌리 축구를 살려낼 수 있는가'를 묻는 치열한 정책 검증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 축구의 진짜 위기 극복은 그 냉철한 현실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강원 더파워 기자 bs051@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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