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에는 생산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콜마의 주문량은 2분기보다 높은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고 코스맥스도 하이드로겔 아이패치 주문이 계속 늘고 있다. 펌텍코리아는 생산능력 부족으로 2분기에 처리하지 못한 물량 일부가 3분기로 넘어갔다.
제닉은 이례적으로 2분기 매출이 1분기보다 60% 이상 증가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2분기 매출은 492억원, 3분기 전망치는 555억원이다. 올해 연간 매출은 170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7.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드로겔 마스크는 현재 K뷰티 생산 부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품목이다. 미국 오프라인 유통망 진출에 이어 유럽 판매까지 늘면서 일부 제조업체에서는 추가 주문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생산라인이 차 있다.
코스맥스와 제닉은 하이드로겔 생산라인을 각각 11대까지 확대했다. 코스메카코리아도 7월부터 4개 라인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요 고객사의 주문 증가 속도를 생산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도 쉽지 않다. 하이드로겔 생산라인 한 개를 설치하는 데 최근 약 5억원이 필요하고, 라인당 생산인력도 20~30명에 이른다. 자동화 수준이 높은 일반 화장품과 달리 인력 의존도가 높아 라인을 추가할수록 고정비 부담도 커진다.
수율도 문제다. 마스크 모양으로 절단하는 과정에서 원료 손실이 발생하고 하루 생산량도 약 4만~5만장으로 제한적이다. 30m 안팎의 긴 설비가 필요해 생산공간 확보도 쉽지 않다. 별도의 연구인력과 엔지니어까지 필요해 수요가 늘었다고 신규 업체가 곧바로 뛰어들기 어려운 구조다.
생산업체들은 결국 공장 운영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일부 ODM 업체는 2교대를 도입했고, 생산라인 증설과 함께 기존 설비를 고속 설비로 교체하고 있다. 외부 업체에 충진이나 포장을 맡기는 방식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화장품 생산이 원료 배합부터 충진·포장까지 한 회사 안에서 모두 이뤄지는 구조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주문 규모가 커지면서 ODM 업체끼리 공정을 나눠 맡고 물류비와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공장들이 가까운 지역에 모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생산설비 업체까지 호황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화장품 제조업체들이 자동화와 생산성 개선에 나서면서 신규 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드로겔에서는 기존보다 투입인력을 크게 줄이고 생산량을 높이는 자동화 기술이 차세대 경쟁력이 되고 있다.
K뷰티 공장이 바빠진 첫 번째 이유는 인디 브랜드의 ‘스케일업’이다. 과거에는 틱톡이나 아마존에서 제품 하나가 인기를 얻고 판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히트상품을 확보한 브랜드가 곧바로 제품군과 판매지역을 넓히고 있다.
메디큐브와 아누아, 달바, 조선미녀, 바이오던스 등 기존 대형 인디 브랜드가 생산량을 늘리는 가운데 닥터엘시아와 이퀄베리, 셀리맥스 등 후발 브랜드도 빠르게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하나의 히트상품이 여러 SKU와 지역, 채널로 확장되면서 ODM 주문 역시 일회성이 아닌 반복 발주로 바뀌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18일 미쟝센과 라보에이치가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미국에서 열린 ‘올리브영 페스타 LA 2026’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변화는 오프라인이다. K뷰티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과 유럽의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온라인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큰 오프라인 채널이 열리면서 브랜드 한 곳의 성장만으로도 생산업체가 받아야 할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
메디큐브는 얼타뷰티에 이어 월마트와 타겟으로 유통망을 확장했고, 달바 역시 해외 오프라인 점포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센텔리안24도 미국 얼타뷰티 전점에 입점하며 온라인 중심이었던 해외 판매 구조를 넓혔다.
유통업체의 실적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실리콘투의 2분기 유럽 매출은 전년보다 62%, 북미 매출은 78%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얼타뷰티와 타겟 등 대형 유통사의 주문이 확대됐고 유럽에서도 영국 부츠를 중심으로 발주가 크게 늘었다.
온라인 리셀러와 대형 오프라인 유통사의 차이는 주문의 지속성이다. 온라인에서 유행을 타는 리셀러는 판매 변동성이 크지만 대형 유통사는 한번 입점하면 대규모 물량을 장기간 공급해야 한다. K뷰티가 ‘바이럴 수출’에서 ‘유통망 수출’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제조업의 질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 ODM 기업들은 중소 인디 브랜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고가 제품까지 생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올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150달러 이상 고가 기초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전 제품이 프랑스에서 만들어졌던 제품군이라는 점에서 한국 ODM이 단순 생산가격 경쟁을 넘어 하이엔드 시장까지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코스맥스가 생산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쿠션도 미국 시장에 출시됐다. 과거 글로벌 브랜드의 쿠션 제품이 주로 중국과 아시아에서 판매됐던 것과 달리 미국에서 본격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초기 재주문이 이어질 경우 한국에서 시작된 쿠션 카테고리가 서구 럭셔리 시장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브랜드 업체에서도 성장의 조건이 달라지고 있다. 단일 제품이나 한 지역에서의 흥행보다 브랜드와 국가, 카테고리, 채널을 동시에 확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에이피알은 올해 매출 목표를 기존 2조1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높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매출이 3조원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와 유럽의 고성장에 화장품 제품군 확대, 미국 오프라인 진출이 동시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도 변화가 뚜렷하다. 코스알엑스에만 의존하지 않고 라네즈와 이니스프리, 에스트라, 일리윤 등 여러 브랜드가 미국·유럽에서 판매를 확대하면서 2분기 처음으로 해외 매출 가운데 서구권 비중이 51%를 기록해 아시아를 넘어섰다.
동국제약 역시 센텔리안24의 미국 판매 확대에 힘입어 화장품 해외 매출 비중이 지난해 약 10%에서 올해 2분기 30%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아마존에서 성과를 확인한 뒤 오프라인과 다른 국가로 판매망을 넓히는 전형적인 K뷰티 확장 경로를 밟고 있다.
LG생활건강도 2분기 처음으로 북미 사업 매출이 중국을 넘어섰다. 오랜 기간 중국과 면세점 중심이었던 대형 화장품 기업까지 북미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 K뷰티의 지역 다변화는 인디 브랜드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의 관심도 브랜드 하나의 흥행 여부에서 ODM·용기·유통업체의 주문 가시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2분기 실적 전망이 상향됐음에도 주요 제조·유통업체의 예상 주가수익비율은 10배 초반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실적 증가와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브랜드 업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미 높은 성장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기업은 실적이 좋아도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 결국 2027년으로 갈수록 단일 브랜드의 성장률보다 여러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포트폴리오 관리 능력이 기업가치를 가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K뷰티 호황이 과거 중국 특수와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에는 중국이라는 하나의 거대 시장이 성장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미국과 유럽, 일본, 중동, 중남미 등 여러 시장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판매가 오프라인으로 확장되고 스킨케어에서 마스크팩·헤어·향수까지 품목도 넓어졌다.
그 결과 특정 국가나 브랜드의 판매가 흔들려도 산업 전체 수요가 급격히 꺾일 가능성은 과거보다 낮아졌다. 반대로 여러 지역에서 주문이 한꺼번에 늘면서 생산능력과 납기가 새로운 병목으로 부상했다.
K뷰티의 다음 경쟁은 더 이상 ‘어떤 브랜드가 뜨느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세계 각지에서 들어오는 주문을 누가 가장 빠르게 제품으로 만들고, 용기에 담고, 유통망에 올려놓을 수 있느냐가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올해 수출 증가율 33%가 현실화한다면 K뷰티는 단순한 히트상품 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 산업으로 한 단계 올라서게 된다. 지금 한국 화장품 산업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해외 소비자의 관심이 아니라 그 수요를 따라잡을 생산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