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직장인 66명 대상 시청 전후 혈압·맥박·심리 지표 분석
불안·긴장·우울 등도 감소…연구진 “비약물적 보조수단 가능성”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송영환 교수
[더파워 이설아 기자] 강아지의 얼굴과 표정, 움직임 등을 일정한 방식으로 구성한 영상을 15분간 시청한 직장인들의 혈압과 스트레스 관련 지표가 시청 전보다 낮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혈압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참가자에서 수축기·이완기 혈압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송영환 교수와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철 교수 공동연구팀은 국내 직장인 66명을 대상으로 연구팀이 제작한 강아지 영상을 15분간 보여준 뒤 시청 전후 혈압과 맥박, 심리적 스트레스 지표를 비교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팀은 강아지가 가진 이른바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에 주목했다. 큰 눈과 둥근 얼굴, 작은 코와 입처럼 어린 개체를 연상시키며 사람의 관심과 돌봄 행동을 유도하는 외형적 특징을 뜻한다.
연구용 영상은 단순히 강아지 영상을 모아놓은 형태가 아니었다. 연구팀은 강아지의 얼굴과 표정, 움직임 등 정서적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요소를 분석한 뒤 영상의 구도와 촬영 방식에 반영했다.
시청자가 강아지와 눈을 맞추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카메라 시선과 장면 구성도 설계했다. 영상은 물놀이를 하는 강아지, 마당을 뛰어노는 모습, 장난감 자동차에 앉은 강아지, 새끼를 돌보는 어미 개, 서로 눈을 맞추는 어미 개와 강아지 등을 담은 3분짜리 5편으로 구성됐다.
변화는 시청 전 혈압이 수축기 120㎜Hg 또는 이완기 80㎜Hg 이상이었던 ‘혈압 상승군’에서 두드러졌다.
이들의 평균 수축기 혈압은 영상 시청 전 125.23㎜Hg에서 시청 후 118.58㎜Hg로 6.65㎜Hg 낮아졌다. 이완기 혈압은 88.28㎜Hg에서 83.38㎜Hg로 4.93㎜Hg 감소했으며 맥박도 분당 평균 4.12회 줄었다.
정상 혈압군에서도 평균 수축기 혈압이 3.16㎜Hg 낮아졌고 맥박은 분당 2.76회 감소했다. 다만 정상 혈압군의 이완기 혈압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심리적 지표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불안 수준을 평가하는 상태불안척도(STAI-S)는 혈압 상승군에서 평균 9.43점, 정상 혈압군에서는 6.64점 낮아졌다. 긴장과 우울, 분노, 피로, 혼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총기분장애점수(TMD)는 각각 11.77점과 7.92점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강아지 영상 시청만으로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보다, 일상에서 기존 치료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비약물적 보조수단의 가능성을 확인한 결과로 봤다.
송영환 교수는 "혈압은 약물치료뿐 아니라 스트레스와 생활환경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는 지표"라며 "진료실 밖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콘텐츠 기반 중재를 기존 치료와 병행한다면 일상적인 스트레스 관리와 혈압 조절을 돕는 보조수단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곽상기 해피독 TV 대표가 제1저자로 참여해 연구용 영상을 기획·제작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퍼블릭 헬스(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