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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 위험 큰 간질환부터 간암까지, 정밀 로봇 간절제술로 회복은 더 빠르게

이설아 기자

기사입력 : 2026-02-16 11:28

출혈 위험 큰 간질환부터 간암까지, 정밀 로봇 간절제술로 회복은 더 빠르게
[더파워 이설아 기자] 설 연휴는 기름진 음식, 잦은 술자리, 뒤바뀐 생활 패턴으로 간에 부담이 커지는 시기다. 문제는 간이 ‘침묵의 장기’라는 점이다. 상당히 손상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피곤함이나 소화불량 정도로 넘기다 뒤늦게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간암은 폐암에 이어 암 사망 원인 2위이고, 5년 상대생존율도 약 40% 수준에 그쳐 전체 암 평균(72.9%)보다 훨씬 낮다. 전체 발생은 국가검진과 B형 간염 백신 덕에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40~50대 경제활동 인구의 주요 사망 원인이라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대표 간질환의 뿌리는 비교적 뚜렷하다. B형·C형 만성 간염은 한국인 만성 간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간경변과 간암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비만·당뇨·고지혈증과 연관된 대사이상 지방간, 과도한 음주로 간세포 손상과 지방 축적이 일어나는 알코올성 간질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만성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간 조직이 섬유화돼 점점 굳어지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고, 간경변이나 만성 간염을 오래 앓은 환자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간암의 치료는 환자의 간 기능과 병기, 전신 상태 등을 종합해 수술(간절제·간이식), 비수술적 국소치료(색전술·고주파 열치료), 면역·표적항암제 등이 복합적으로 사용된다. 이 가운데 간절제술은 암을 직접 잘라내면서 남은 정상 간을 최대한 보존하는, 가장 근치적인 치료법 중 하나다.

간은 우리 몸에서 혈류가 가장 많이 모이는 장기로 큰 혈관과 미세한 담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암을 도려내는 과정에서 대량 출혈 위험이 높고, 절제 범위에 따라 수술 후 간 기능 부전도 문제가 될 수 있어 외과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영역으로 꼽힌다. 다행히 간은 절제 후에도 6개월 이내에 원래 크기에 가까울 정도로 재생하는 장기라, 종양을 제거하면서도 기능을 유지하는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종양 수술에 적용되던 로봇 기술이 간 수술에도 본격 도입되면서 이런 한계를 상당 부분 보완하고 있다. 로봇 간절제술은 수술 부위를 육안보다 10배 이상 확대해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미세 혈관과 신경, 담도 구조까지 또렷하게 구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암 주변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절제 범위를 정밀하게 잡을 수 있어, 수술 후 간 기능 저하 위험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로봇 팔의 관절은 540도까지 회전할 수 있어 기존 직선형 복강경 기구로 접근이 어려웠던 간 뒤쪽 깊은 부위(후상구역) 종양도 보다 안정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로봇 간절제술은 간세포암, 대장암 간전이, 간내담도암, 간내담석증 및 양성 종양 등 다양한 질환에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간세포암에서는 암과 정상 간의 경계를 세밀하게 구분해 절제함으로써 남은 간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된 경우 여러 곳에 흩어진 작은 전이 병변을 확대 시야로 찾아 하나하나 제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담관을 따라 퍼지고 주변 림프절로 빠르게 번지는 간내담도암의 경우, 좁은 공간에서 전이 림프절을 깨끗하게 박리·제거하는 작업이 중요한데 로봇 특유의 미세 조작 능력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간 내부에 담석이 고여 염증과 통증을 반복하는 간내담석증이나 혈관종 같은 양성 종양에서도, 병이 있는 특정 간 구역만을 정밀하게 절제해 재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낮추는 데 활용된다.

환자 입장에서 로봇 간절제술의 가장 큰 장점은 ‘몸이 훨씬 덜 힘들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개복 수술은 명치에서 배꼽 아래까지 15~20cm에 이르는 큰 절개가 필요해 수술 후 통증이 심하고, 호흡·기침조차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로봇 수술은 1cm 안팎의 작은 구멍 3~4개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통증이 크게 줄고, 출혈과 흉터도 덜하다. 실제로 개복 수술은 보통 일주일 이상 입원이 필요한 반면, 로봇 간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은 수술 다음 날부터 스스로 일어나 걷고 식사를 시작할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빠른 편이다. 절개 부위가 작으면 상처 감염이나 장 유착 같은 수술 후 합병증 위험도 줄고, 흉터가 크지 않아 정신적·미용적인 부담도 덜 수 있다.

다만 간 로봇수술은 고난도 수술에 속해, 국내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일부 전문의와 팀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간의 해부 구조를 정확히 이해한 간담췌외과 전문의, 숙련된 로봇 수술팀, 집중치료 및 수술 후 관리 역량을 갖춘 병원이 갖춰져야 안전성과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 한의수 교수는 “간암과 같은 중증 간질환에서는 어떤 수술기법을 선택하느냐보다 환자 상태에 맞게 최선의 치료 전략을 짜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팀워크와 경험을 갖춘 의료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간은 한 번 크게 손상되면 회복이 쉽지 않다. B형·C형 간염 보유자, 비만·당뇨·고지혈증이 있는 대사질환 환자, 과음이 잦은 사람, 가족 중 간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로 간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과식·과음이 반복되기 쉬운 때에는 술자리를 줄이고, 기름진 음식 섭취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간에 가해지는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한 교수는 “간질환은 조기에 발견해 관리하면 충분히 예후를 개선할 수 있지만,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을 찾으면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위험군이라면 정기 검진과 생활습관 관리로 간 건강을 지키고, 간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로봇 간절제술을 포함한 다양한 치료 옵션을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 자신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움말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한의수 교수

이설아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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