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이지웅 기자] # 도광일 디엔디라인 부사장, 업계 1위 디엔디라인의 원동력은 '도전정신'
# "사전 테스트에서만 자동차 100대 넘게 폐차시킨 적 있어"
# 특수효과 '올인원(all-in-one) 장비 제작 환경'은 디엔디라인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
매년 여름 블록버스터급 액션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전해주기 위해 찾아온다. 엄청난 스케일의 폭발, 박진감 넘치는 자동차 추격전 등 관객들은 시원한 액션을 보며 더위를 잊곤 한다.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특수효과는 두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다. 날씨, 화염, 폭발 등의 효과들을 실제로 구현해 촬영하는 'SFX(Special Effects)'와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잘 알려진 'VFX(Visual Effect)'다.
디엔디라인(DnD LINe)은 드라마, 영화, 뮤직비디오, 광고 등에서 SFX를 담당하는 국내 최대 특수효과 회사다. 디엔디라인에서 특수효과 장비 개발을 책임지며 새롭고 신선한 효과들을 선보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도광일 부사장을 만났다.
도광일 디엔디라인 부사장 / 사진=디엔디라인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디엔디라인에서 장비개발팀과 효과개발팀을 맡고 있는 도광일입니다. 현재 디엔디라인의 수장이자 제 형인 도광섭 대표의 소개로 2000년부터 영화 특수효과 업계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죠. 3년 정도 일하다가 도광섭 대표와 디엔디라인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Q. 자동차 폭파 장면 등을 보면 짜릿하면서도 실제 특수효과 촬영 현장을 떠올리면 다소 위험해 보인다.
현장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안전입니다. 폭파, 자동차 액션 등의 장면을 촬영할 때 지금도 긴장하곤 합니다. 아무래도 화약 관련된 장비나 자동차가 뒤집어질 정도의 고압이 필요한 장비들이 많기 때문에 위험해 보일 수 있죠.
그래서 현장 나가기 전에 사전 테스트를 충분히 진행하고 장비들을 엄격하게 점검합니다. 사전 테스트를 하며 스스로 안전을 상기하고 동시에 직원들에게 안전교육도 실시하죠.
다행히도 아직까지 사고는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안전에 대한 부분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특수효과 촬영 에피소드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중 바람이 휘몰아치는 장면 / 사진='별에서 온 그대' 캡쳐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별에서 온 그대' 도입부 절벽 신에서 휘몰아치는 강풍에 사람들과 가마 등이 함께 날아가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바람 효과를 내기 위해서 상공에서는 헬기를 띄우고 지면에서는 강풍기와 대형크레인을 가지고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절벽 위에서 진행하는 거라 위험한 요소도 꽤 있었죠.
헬기 바람에 날리는 돌과 먼지들 때문에 많은 스텝들이 힘들게 촬영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중 글로리호텔 폭파 장면 /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글로리 호텔 폭파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3층 규모의 건물이었는데, 3일 동안 폭파 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폭파 버튼 하나 누르니 3초 만에 전부 사라지더군요. 늘 하던 거긴 했지만, 허무하면서도 시원하게 날려 버리는 느낌이 짜릿했습니다. 무엇보다 사고 없이 잘 마쳐서 더 좋았고요.
Q. 특수효과 장비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린다.
특수효과 장비는 말 그대로 특수효과를 실현하는 장비입니다. 눈, 비, 바람 등 기상효과부터 폭발, 자동차 액션 등의 특수효과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하죠.
특수효과에 대한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는 만큼 특수효과 장비 역시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우리는 좀 더 현실감 넘치면서 역동적인 특수효과를 위해 밤낮으로 연구·개발에 매달리죠.
Q. 특수효과 장비를 직접 개발·제작하게 된 배경은?
특수효과 장비를 따로 판매하고 있는 곳이 없습니다. 해외의 경우 몇몇 특수효과팀이 단순한 특수효과 장비를 판매하기는 해요. 하지만 작품에 따라 필요한 특수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 설계하고 개발해야만 합니다.
Q. 특수효과 장비 제작에 앞서 새로운 장비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는가?
우선 시나리오를 보고 필요한 특수효과가 무엇인지 파악을 하죠. 그다음 '특수효과를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가'에 대한 메커니즘을 고민합니다. 이 부분이 가장 힘든 단계입니다. 전에 없던 장비를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내야 하니 고민이 깊어지죠.
이때 가장 중요한 건 가지고 있는 장비에 대한 이해와 순발력 있는 응용력입니다.
처음에는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잦았죠. 그래서 전문가를 찾아가 자문하기도 하고, 다른 작품의 메이킹 필름을 보고 배우며 전반적인 메커니즘에 관해 공부했습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지금의 디엔디라인이 될 수 있었죠.
Q. 지금까지 제작한 특수효과 장비 가운데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장비는?
2017년 MBC 드라마 '병원선'에서 사용된 '플립 캐논'이 가장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플립 캐논은 자동차 주행 중에 스턴트맨이 스위치를 눌러 원하는 타이밍과 알맞은 장소에서 차를 뒤집을 수 있는 장비입니다.
기존에도 차를 뒤집는 '에어램'이라는 장비를 갖고 있었는데, 이 장비는 멈춰 있는 자동차만 뒤집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감독님의 요구에 따라 주행 중인 자동차를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장비 '플립 캐논'을 고안하게 됐죠.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움직이는 자동차를 뒤집는 효과라서 더욱 위험했고,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었죠. 게다가 2톤 트럭을 10m 이상 공중에 띄운 후 뒤집어야 해서 압력도 훨씬 높아야 했어요. 촬영 전 안전·성능 테스트에서만 자동차를 100대 넘게 폐차시켰습니다. 역대급이었죠.
도광일 부사장은 험난한 시행착오 속에도 끈질기게 특수효과 장비에 몰두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도전정신'을 꼽았다. '될 때까지 한다'는 그의 도전정신과 장비개발팀의 피나는 노력 덕분일까. 디엔디라인은 어느새 대한민국 영상특수효과 1위 기업(드라마 작품 수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
디엔디라인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경쟁력'은 무엇일까?
도광일 부사장은 디엔디라인의 '올인원(all-in-one) 장비 제작 환경'을 꼽았다. 디엔디라인은 장비 제작에 필요한 공간, 자재, 인력은 물론 도면 설계부터 장비 테스트까지 모든 제작 과정을 한 번에 진행한다. 다시 말하면, 촬영 현장의 어떤 요구에도 탄력적으로 빠르게 맞춤 장비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약 20년 동안 쌓인 경력과 노하우,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게 준비된 수많은 특수효과 장비들은 디엔디라인의 튼튼한 밑바탕으로 자리하고 있다.
"어떤 작품이든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다"라고 당차게 말하는 도광일 부사장의 근거 있는 자신감에 지금도 많은 제작사들이 디엔디라인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