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콜마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26일 열린 콜마비앤에이치 임시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그룹 내 주도권을 확보했지만, 부친 윤동한 회장의 주식 반환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세종테크노파크에서 열린 이날 주총에는 위임장을 포함해 494명의 주주가 참석,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69.7%가 출석했다. 주요 안건이었던 ▲사내이사 윤상현 선임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 선임의 건은 모두 가결됐다. 이로써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는 윤 부회장 측 인사 5명, 윤여원 대표 측 인사 3명으로 재편되며 윤 부회장이 과반을 확보했다.
윤 부회장은 이미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지주사 콜마홀딩스가 콜마비앤에이치 지분 44.63%를 보유한 만큼 사실상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다. 이번 주총을 통해 자회사 이사회까지 장악하며 경영 전반에 개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사진=연합뉴스
윤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을 주총 소집 명분으로 내세웠다. 실제 콜마비앤에이치의 영업이익은 2020년 1092억원에서 지난해 246억원으로 급감했고,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1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6% 줄었다. 시가총액 역시 2020년 2조1200억원에서 최근 44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경영진 교체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윤 부회장이 새로 선임한 이승화 이사는 바이오 사업 전문가로, 윤 부회장이 강조해온 ‘생명과학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 전환 전략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분쟁이 봉합된 것은 아니다. 윤 회장은 지난 2019년과 2016년 장남에게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반환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법원은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을 인용했으며, 오는 10월 23일 첫 심리를 앞두고 있다. 윤 회장이 승소하면 그룹 지배구조는 다시 뒤흔들릴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윤 부회장이 이번 주총을 통해 명실상부한 경영권 주도권을 쥐었지만, 윤 회장의 소송과 남매 간 갈등이 남아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대표 교체 여부와 사업 재편 속도가 분쟁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