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대미(對美) 관세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제조업 체감경기가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수출기업의 부정적 전망이 두드러지며 경기 위축을 이끌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제조기업 227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가 74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전분기보다 7포인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2021년 3분기 이후 17분기 연속 기준치(100) 밑돌았다.
업종별로는 자동차(60), 철강(63), 석유화학(63) 등 관세와 공급과잉 영향을 받는 업종이 부진했다. 특히 자동차 업종은 일본·EU 대비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며 전분기 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철강은 50% 대미 관세, 석유화학은 중국·중동발 공급과잉에 직면했다.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진 비금속광물(56)도 전망이 어두웠다.
한때 수출 호조를 보였던 화장품(69)과 제약·바이오(87)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화장품은 미국의 소액소포 면세 혜택 폐지 영향으로 전망치가 무려 44포인트 떨어졌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미국의 고율 관세 예고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반면 반도체(98)와 식품(98)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반도체는 AI와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가 뒷받침됐고, 식품은 명절 특수와 K-푸드 수출 호조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지역별 전망치도 모두 기준치에 못 미쳤다. 대구(60), 부산(66), 경북(68) 등은 자동차 부품·섬유, 금속·기계, 철강·전자산업의 관세 부담으로 타격을 입었다. 전남(60), 충남(71), 울산(74) 등 석유화학 중심 지역 역시 수요 둔화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지수가 하락했다. 강원(65)은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비금속광물 부진이 심화돼 낙폭이 컸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그동안 부진한 내수를 수출 회복세가 뒷받침해왔지만, 대미 관세 부담이 본격화되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의 경영 여건도 악화될 수 있다”며 “정부가 긴급 유동성 공급, 규제완화, 투자 인센티브 강화 등으로 대외충격을 완화하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