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와 피고인은 대체로 징역이나 벌금 등 형량에 관심을 집중한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재판이 끝난 뒤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지속되는 ‘보안처분’이 일상과 사회적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보안처분으로는 신상정보등록, 공개·고지, 전자장치 부착, 취업제한, 치료프로그램 이수, 보호관찰 등이 있다.
보안처분은 형벌과는 별개로, 재범 방지와 사회 보호를 목적으로 부과되는 조치다. 성폭력범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등록 의무가 부과된다. 등록 대상자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직장, 차량 번호 등 일정한 정보를 경찰에 제공해야 하며, 주소지 변경 시에도 즉시 신고해야 한다. 등록기간은 범죄의 중대성과 형량 등에 따라 통상 10년에서 길게는 30년까지 지속되며, 해당 기간 동안 정보는 주기적으로 갱신·관리된다.
만일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라면 보안처분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신상정보 공개·고지, 취업제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이 결합해 선고되는 사례가 상당하다. 공개·고지 명령이 내려질 경우 일정 기간 성범죄자 알림 사이트 등에 이름과 주소 등이 게재되거나, 해당 지역 주민에게 우편 또는 전자 방식으로 통지된다. 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을 비롯해 병원·교육시설 등에는 최장 10년 범위 내에서 취업제한 명령이 부과될 수 있어, 학교·유치원·학원·복지시설 등에서의 취업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또한 중대한 성폭력범죄에 대해서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이 선고되어 이동에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성범죄 유죄 판결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등이 병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수명령은 수십 시간에서 많게는 수백 시간에 이르는 집단·개별 치료 및 교육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보호관찰이 함께 부과되는 경우에는 주거지와 외출, 직업 활동 등에 일정한 제한과 감독이 따르게 된다. 법률상으로는 ‘부가 처분’이라는 형식적 표현을 사용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직장 선택, 이사, 인간관계, 연애·결혼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보안처분의 영향이 지속된다.
문제는, 피의자 상당수가 수사·재판 초기에는 이런 보안처분의 무게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벌금만 나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다가, 뒤늦게 신상정보등록과 취업제한, 전자장치 부착, 장기간 치료명령까지 함께 선고된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유죄·무죄, 죄명, 적용 법조, 피해자 연령, 양형 사유에 따라 보안처분의 종류와 기간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초기 전략 단계에서부터 형벌과 보안처분을 함께 고려한 방어가 필요하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강천규 대표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 보안처분은 형량 못지않게, 때로는 그 이상으로 피고인의 장기적인 삶을 제약하는 요소”라며 “수사 초기부터 어떤 법이 적용되는지, 유죄가 선고될 경우 어떤 보안처분이 예상되는지까지 냉정하게 따져 본 뒤, 혐의 다툼과 양형, 피해 회복, 재범 방지 대책을 종합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