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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왜 재판부는 보이스피싱중간책의 '몰랐다'는 항변을 더 이상 수용하지 않을까?

최성민 기자

기사입력 : 2026-02-20 15:44

왜 재판부는 보이스피싱중간책의 '몰랐다'는 항변을 더 이상 수용하지 않을까?
[더파워 최성민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의 양상은 점차 점조직화되고 지능화되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것은 물론이고 수거책, 전달책, 환전책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하여 수사망을 피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핵심적인 고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보이스피싱중간책이다. 예전에는 보이스피싱중간책을 총책 등에게 이용당하는 일종의 ‘도구’로 여겨 재판부가 '단순 심부름인 줄 알았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주장조차 미필적 고의로 간주하여 엄단하는 추세다.
실제로 대법원 사법연감 및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과거에 비해 일정 부분 등락을 반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가담자에 대한 실형 선고율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검찰도 보이스피싱중간책을 범죄 단체의 필수적 구성원으로 규정하며 조직적 사기 및 범죄단체가입·활동죄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추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행한 업무의 성격이 일반적인 경제 활동의 범주를 벗어난 경우, 피고인이 해당 행위가 불법임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했다고 판단한다. 고액의 현금을 가방에 담아 비대면으로 전달받거나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를 통해서만 업무 지시를 받는 행위, 성명불상자로부터 단기간에 고액의 수당을 약속받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적 평균인으로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아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필적 고의의 성립’ 여부가 중요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범죄 구성요건의 발생 가능성을 예견하고 이를 인용한 경우"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보이스피싱중간책 사건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의 일부임을 확정적으로 알지 못했더라도, 정상적이지 않은 자금 흐름임을 인지할 수 있는 객관적 상황이 충분했다면 유죄를 면하기 어렵다.

또한 보이스피싱중간책은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의 우려와 도주의 우려가 높다는 판단 하에 구속 수사가 원칙인 경우가 많다. 수사 단계에서 확보된 디지털 포렌식 자료, 금융 거래 내역, 공범과의 대화 기록 등도 피고인의 무고함을 입증하기보다 오히려 범행 가담의 지속성과 계획성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되기 쉽다. 단순 가담자라는 논리만으로는 검찰의 구형량과 법원의 선고 형량을 낮추기에 역부족인 셈이다.

로엘 법무법인 김명희 대표변호사는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부장검사를 역임하며 수많은 보이스피싱 수사를 접해온 바 있다. 김명희 대표변호사는 “수많은 중간책은 본인이 이용당했다고 주장하지만 수사 기관은 피고인이 얻은 수익의 규모와 은밀한 소통 방식에 주목한다. 피고인이 해당 업무의 불법성을 인지할 수 없었던 객관적 사정, 예컨대 구인 광고의 정상성, 허위 계약서의 정교함, 업무 지시 과정에서의 기망 요소 등을 구체적인 증거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감정적 호소만으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보이스피싱중간책으로 지목된 경우, 자신이 속았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미필적 고의가 없었음을 논리적으로 소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성민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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