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K푸드의 해외 진출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한인마트나 아시아 식품 코너를 중심으로 한국 식품이 팔렸다면, 이제는 코스트코와 대형 유통 체인, 현지 온라인몰을 통해 일반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라면, 만두, 디저트, 가공유까지 품목도 다양해졌다. 단순히 ‘한국 음식이 인기 있다’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유통망에 올라타 반복 구매가 가능한 소비재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K콘텐츠와 K뷰티가 만든 한국 브랜드 인지도가 식품 시장으로 번지면서 국내 식품사들의 해외 전략도 한층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15일 키움증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품사들은 최근 코스트코를 글로벌 유통 교두보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농심 일본법인은 7월까지 일본 코스트코 5개 매장에서 신라면 툼바 로드쇼를 진행한다. 신라면 툼바는 기존 매운 라면 이미지에 크리미한 소스 콘셉트를 결합한 제품으로, 해외 소비자에게 익숙한 맛의 문법과 한국 라면의 강점을 동시에 겨냥한 상품이다.
삼립도 미니 보름달을 미국 코스트코에 입점시키며 디저트류 해외 공략에 나섰다. 자료에 따르면 초도 수출량은 지난해 치즈케익 대비 21배 규모로 제시됐다. 이는 K푸드의 해외 수요가 라면이나 만두에만 머물지 않고 베이커리·디저트 카테고리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이미 북미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 비비고 만두는 북미 B2C 냉동 만두 시장에서 4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위와의 격차도 3배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냉동식품 시장에서 만두가 아시아계 소비자를 넘어 현지 일반 소비자의 식탁에 들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 매출은 지난해 5조9247억원을 기록해 국내 매출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북미 중심의 사업 성과가 본격화된 결과다. 회사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약 7000억원 규모의 아시안푸드 신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 거점 확대는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화 전략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다.
빙그레는 동남아 시장에서 가공유 카테고리를 넓히고 있다. 바나나맛우유로 해외 인지도를 쌓은 데 이어, 메론맛우유를 태국 최대 유통 체인 로터스 온라인몰에 입점시켰다. 하반기에는 바나나맛우유 타로·밤맛, 메로나 피스타치오맛 등 현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제품 출시도 예정돼 있다. 태국을 동남아 전략 거점으로 삼아 제품군과 유통 채널을 함께 넓히는 전략이다.
오리온의 황치즈칩 사례는 국내외 식품 시장에서 SNS 입소문이 얼마나 빠르게 수요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리온은 봄 한정판으로 출시했던 촉촉한 황치즈칩의 3차 추가 생산을 확정했다. 일부 온라인 채널에서는 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될 정도로 품절 현상이 이어졌다. 한정판 제품이 바이럴을 타고 재출시와 정규 제품화 가능성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이처럼 K푸드의 성장 공식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코스트코와 같은 글로벌 대형 유통 채널 입점이다. 둘째는 북미·동남아 등 핵심 시장에서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제품 확장이다. 셋째는 SNS와 팬덤을 활용한 바이럴 소비다. 과거 수출이 ‘해외에 물건을 파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현지 유통망과 콘텐츠, 소비자 경험을 동시에 설계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글로벌 식품 시장의 변화는 기회만 주는 것은 아니다. 비만치료제 확산은 식품업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복용 가구의 식료품 지출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칼로리·고당류 제품 중심의 식품 비즈니스는 소비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글로벌 식품사들은 기능성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백질, 저당, 고영양, 건강관리형 제품군이 강화되는 흐름이다. 국내에서도 고단백 요거트, 단백질 음료, 저당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K푸드 역시 맛과 재미를 앞세운 제품만으로는 장기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고, 건강과 기능성을 함께 담아내야 하는 구간에 들어섰다.
원재료 가격과 환율도 변수다.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곡물·원당·커피·코코아 등 주요 원자재 가격 변동성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 매출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원가와 물류비, 현지 마케팅 비용이 동시에 움직이는 만큼 수익성 관리가 중요해졌다.
그럼에도 국내 식품사들의 해외 확장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K콘텐츠를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한 경험 장벽이 낮아졌고, 글로벌 유통 채널은 검증된 아시아 식품 브랜드를 찾고 있다. 라면과 만두가 먼저 길을 열었고, 디저트와 가공유, 냉동식품, 기능성 제품이 뒤따르고 있다.
K푸드는 이제 일시적 유행을 넘어 글로벌 소비재 산업의 한 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코스트코 매대에 오른 라면과 디저트, 북미 냉동식품 시장을 장악한 만두, 동남아 온라인몰에 입점한 가공유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 식품 기업들의 다음 경쟁은 ‘얼마나 많이 수출하느냐’가 아니라, 해외 소비자의 일상 식탁에 얼마나 깊게 들어가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