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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다시 달린다…K배터리, 전기차보다 더 큰 ESS 기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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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다시 달린다…K배터리, 전기차보다 더 큰 ESS 기회 온다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6-15 10:53

전기차 판매 3년 만에 성장 전환 전망…BESS 생산능력 연말 130GWh로 확대

2026 테슬라 모델 Y
2026 테슬라 모델 Y
[더파워 이경호 기자] K배터리 업종에 다시 테슬라 변수가 떠오르고 있다. 한동안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 보조금 불확실성,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으로 투자심리가 약해졌지만,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 회복과 에너지저장장치(BESS) 증설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국내 배터리 밸류체인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 둔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글로벌 판매량은 2024년 1% 감소했고, 2025년에도 9% 줄며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전기차 대중화 속도가 둔화되고,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가 거세지면서 테슬라의 성장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올해는 흐름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유진투자증권은 15일 전기차·배터리 업종 보고서에서 테슬라의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8%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북미 시장은 미국 보조금 폐지 영향으로 역성장이 불가피하지만, 유럽과 기타 국가 판매가 각각 38%, 34% 늘며 전체 판매 회복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이다.

테슬라가 주요 국가에서 적극적인 인센티브와 금융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판매 회복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도 일부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시장 전체가 급격히 식는 것이 아니라, 가격과 기술,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더 큰 변화는 BESS에서 나타나고 있다. BESS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 전력망 안정화 필요성에 따라 빠르게 커지는 시장이다. 전기차가 배터리 수요의 첫 번째 성장축이었다면, BESS는 다음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테슬라의 글로벌 BESS 판매량은 2025년 46.7GWh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미국 내 판매도 29.5GWh로 45%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글로벌 판매량은 55GWh, 미국 판매량은 35GWh로 각각 18%,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지는 이유는 수요 둔화가 아니라 생산능력 한계로 분석된다. 현재 테슬라의 글로벌 BESS 생산능력은 약 60GWh 수준이다. 중국 상하이 20GWh, 미국 캘리포니아 40GWh 규모다. 그러나 증설이 진행되면서 올해 말에는 생산능력이 130GWh로 두 배 이상 확대될 예정이다. 상하이 40GWh, 미국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합산 90GWh 체제가 구축되는 구조다.

이는 2027년 이후 BESS 판매 성장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기차 판매 회복이 단기 수요를 떠받친다면, BESS 증설은 중장기 배터리 수요의 하단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배터리 업종 입장에서는 전기차와 ESS라는 두 개의 전방 시장이 동시에 움직이는 셈이다.

K배터리에는 이 변화가 특히 중요하다.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 배제 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유럽 역시 핵심원자재법, 배터리 패스포트, 역내 공급망 기준 등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테슬라 역시 미국과 유럽에서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현지화된 공급망을 확보해야 하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생산 거점과 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해왔다. 셀 업체뿐 아니라 양극재, 전해액, 첨가제, 전지박 등 핵심 소재 기업들도 현지 공급망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의 BESS 증설과 전기차 판매 회복이 국내 셀 업체와 소재 업체 전반에 낙수효과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BESS용 배터리는 전기차용 배터리와 수요 성격이 다르다. 전기차 수요는 소비 경기와 보조금, 차량 가격에 민감하지만 BESS는 전력망 투자, 재생에너지 보급,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맞물린다. 특정 소비자 선호보다 전력 인프라 투자에 가깝기 때문에 장기 계약과 대규모 발주가 가능하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수요 기반을 다변화하는 효과가 있다.

최근 K배터리 관련주 주가가 약세를 보인 배경에는 반도체 업종으로 쏠린 수급 영향도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전력기기, 데이터센터 관련주로 투자자금이 집중되면서 배터리 업종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그러나 전방 산업의 방향만 놓고 보면 전기차와 BESS 모두 회복 또는 성장 구간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미국 보조금 정책 변화는 북미 전기차 판매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도 계속된다. BESS 시장에서도 프로젝트 일정 지연, 전력망 인허가, 원자재 가격 변동이 실적 반영 시점을 늦출 수 있다. 테슬라향 공급이 실제 국내 업체들의 매출과 수익성 개선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방향성은 분명하다.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에서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고, 동시에 BESS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늘린다면 글로벌 배터리 수요의 중심은 다시 확장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 전기차 하나에만 기대던 배터리 성장 논리가 ESS와 전력 인프라로 넓어지는 것이다.

K배터리의 다음 반등은 단순히 전기차 판매량 회복에만 달려 있지 않다. 테슬라가 전기차 제조사를 넘어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한국 배터리 밸류체인이 얼마나 깊게 들어가느냐가 관건이다. 전기차와 BESS를 동시에 잡는 기업이 다음 배터리 사이클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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