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규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장이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45년 가까이 임상 현장을 지키며 가장 안타깝게 떠올리는 말이다.
치료가 필요한 시점을 지나 병원을 찾은 아이들, 조금 더 일찍 발견했다면 진행을 늦추거나 관리할 수 있었던 질환들, 뒤늦게 불안해하는 보호자들을 오랫동안 마주해왔기 때문이다.
더파워뉴스는 7일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신임 센터장으로 부임한 서병규 교수를 만나 건강검진의 역할 변화와 서울성모병원이 준비하는 전 생애 예방관리 체계, 소아청소년 검진 확대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병규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장이 더파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질병을 발견하는 검진을 넘어 건강한 미래를 설계하는 예방관리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 센터장은 국내 소아내분비 분야를 대표해온 의료진 중 한 명이다. 1981년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1982년 성바오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로 임상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강남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임상과장, 서울성모병원 PI실장,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회장, 아시아태평양소아내분비학회 상임이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학교실 주임교수,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한 분야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직접 만나고, 학회와 교육 현장에서 후학을 이끌어온 시간이 그의 말에 무게를 더한다. 건강검진센터장이라는 자리는 일반적으로 성인 검진, 프리미엄 검진, 병원 운영의 영역으로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서울성모병원이 서 센터장에게 맡긴 역할은 단순한 센터 운영이 아니었다.
질병이 생긴 뒤 치료하는 병원을 넘어, 생애주기 전반의 건강위험을 미리 발견하고 관리하는 예방의학 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었다.
서 센터장은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의 센터장으로 임명돼 책임감을 가지고 부임했다”며 “건강검진을 위해 방문한 고객들이 만족하고 돌아갈 수 있는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발전시키고, 40여 년간의 병원 경험을 바탕으로 센터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인생과 행복을 관리하는 밑거름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쉽게 수락한 자리는 아니었다. 인터뷰에서 서 센터장은 은퇴 이후 다시 중책을 맡는 일에 대해 처음에는 사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병원 전체 재설계 과정에서 건강검진센터의 중요성을 강조한 병원장의 요청, 그리고 “병원 발전과 후배들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말에 마음을 움직였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은 향후 평생건강증진센터를 국내 대표 검진센터 수준으로 확장하는 큰 구상을 갖고 있다. 서 센터장의 부임은 그 구상의 출발점이다. 병원이 그에게 기대한 것은 검진 규모의 확대만이 아니라, 서울성모병원다운 철학과 전문성을 담은 예방관리 체계의 확립이다.
서 센터장은 “병원은 병을 고치는 곳이긴 하지만, 그것이 최종적인 지향점은 아니다”며 “예방이 가능하다면 그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 이렇게 늦게 오셨냐’는 질문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 자리를 수락한 이유이고, 병원이 원했던 부분도 아마 그 지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는 1980년 강남성모병원 개원과 함께 문을 연 국내 최초 건강검진 전문센터다. 지난 40여 년간 국내 건강검진과 예방의학 발전을 이끌어온 기관으로, 현재는 서울성모병원 본관에서 개인별 건강 상태와 위험 요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평생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
센터는 매년 약 2만3000명의 수검자가 방문하는 검진 전문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2009년 서울성모병원 개원 이후에는 ‘평생건강증진센터’라는 이름으로 프리미엄 건강검진을 운영해왔다.
명칭에는 유·소아부터 노년까지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한다는 의미가 담겼지만, 건강검진이 40대 이상 성인의 영역처럼 인식돼 온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저연령층까지 외연을 넓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서 센터장은 이 한계를 넘어서는 역할을 맡았다. 소아내분비 전문의가 평생건강증진센터장을 맡은 것은 이례적이지만, 오히려 그 이례성이 서울성모병원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성인 중심의 검진센터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와 청소년의 성장기 건강위험까지 조기에 발견하는 전 생애 예방체계로 확장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서울성모병원이 2025년 12월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 개원을 통해 중증 소아 치료를 위한 새로운 치료 체계를 시작한다는 점은 평생건강증진센터의 역할 확장과 맞물린다.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이 중증 소아 치료의 축이라면, 평생건강증진센터는 소아청소년의 건강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한 경우 임상 진료로 이어주는 관문이 될 수 있다.
서 센터장은 “서울성모병원이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 개원을 통해 중증 소아 치료를 위한 새로운 치료 체계를 시작한다면, 평생건강증진센터에서는 성인뿐 아니라 소아청소년까지 포괄하는 예방 체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가 소아청소년 검진에서 주목하는 영역은 성조숙증, 소아비만, 청소년 당뇨다. 세 질환은 치료 기준에 도달하기 전 비교적 긴 전단계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적절한 시기에 위험 신호를 발견하면 수면 개선, 체중 관리, 식이 교육, 운동 습관 교정 등을 통해 진행을 늦추거나 관리할 수 있다.
서 센터장은 “성조숙증·소아비만·청소년 당뇨의 공통점은 치료 기준에 도달하기 전 오랜 전단계가 있다는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미리 발견해 수면 개선, 체중 관리, 식이 교육을 시작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진의 역할을 단순한 수치 확인으로 보지 않는다. 혈액검사와 영상검사 결과를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실제 생활에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 센터장은 “검진 후에는 단순히 수치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해 나가야 할 실생활에서의 과제를 명확히 제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이상 소견이 확인된 경우에는 6개월 후 추적 검진 일정을 잡고, 영양사와 운동의학 전문가 상담을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포함해 연속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놓인 환경에도 주목했다. 학업 부담, 인스턴트 식품 섭취, 운동 부족, 수면 부족,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성장과 대사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아청소년 검진은 단순히 키와 몸무게, 혈액 수치를 확인하는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봤다.
서 센터장은 소아청소년 검진 확대의 목적을 “검진뿐 아니라 식사, 정신건강, 스트레스, 운동관리까지 통합적으로 교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기부터 건강관리 개념을 심어야 성인이 된 뒤에도 예방과 관리 습관이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저출산 시대의 사회적 과제와도 연결된다. 아이 수는 줄고 있지만, 한 명의 아이가 갖는 사회적 가치는 더 커지고 있다. 성장기 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일은 개인과 가정의 문제를 넘어 미래 세대의 건강 기반을 다지는 일이라는 게 서 센터장의 시각이다.
그는 “현재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은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핵심 세대”라며 “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단순한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경제학적으로도 성장기 예방과 조기 개입은 성인기 만성질환 치료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며 “저출산 시대의 출발 전략이 바로 청소년기 건강관리”라고 말했다.
정책 환경도 이 같은 방향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제4차 국가건강검진종합계획을 통해 학생건강검진을 국가 건강검진 체계에 편입하고, 향후 검진 결과를 생애주기 데이터로 연결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검진에서 상담, 사후관리로 이어지는 체계 전환이 국가 단위에서도 추진되는 상황에서,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의 소아청소년 예방관리 확대는 의료 현장의 선제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의 강점은 소아청소년 검진 확대에만 있지 않다. 기존 성인 건강검진 분야에서도 센터는 독자적인 운영 구조를 갖추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에는 건강검진 전담 임상과인 건강증진의학과가 운영되고 있다. 가정의학과, 내과, 영상의학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안과,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 11개 임상과 전문의가 센터 내 검사와 판정, 상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건강검진센터 안에서 여러 진료과 전문의가 함께 논의하는 다학제 구조는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의 핵심 경쟁력이다. 성인 검진에서는 복합 질환과 만성질환 위험을 폭넓게 판단할 수 있고, 소아청소년 검진에서는 성장, 영양, 운동, 정신건강, 내분비 이상 등을 통합적으로 살필 수 있다.
서 센터장은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가 지역 병의원과 차별화되는 본질적 부분은 크게 세 가지”라며 “첫째는 소아내분비뿐 아니라 영양, 운동의학, 정신건강 소견을 통합하는 다학제 판정 구조이고, 둘째는 정밀 검사가 필요한 경우 MRI부터 정밀 혈액검사까지 즉각적인 원스톱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차별점으로는 독립적 판정 구조를 들었다. 검진 결과가 정상 또는 경과 관찰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구조, 매출이나 외부 압력과 무관하게 의학적 판단을 유지하는 문화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서병규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장이 더파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질병을 발견하는 검진을 넘어 건강한 미래를 설계하는 예방관리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 센터장은 “검진 결과가 정상 또는 경과 관찰이면 그렇다고 말하는, 수익과 무관한 독립적 판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치료가 필요하거나 신체적·정신적으로 개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처방하되, 남용은 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칙은 성장호르몬 처방에서도 드러난다. 성장 지연이 애매한 사례에서는 센터가 자체적으로 처방을 확대하기보다 소아내분비 교수진과 협업해 의뢰하고, 충분한 의학적 조언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한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성장호르몬 처방이 과도하게 이뤄지는 것과 달리, 서울성모병원은 남용을 지양해왔다는 것이 서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매출이나 외부 압력에 의해 판단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가톨릭 이념에 기반한 우리의 진료 철학”이라며 “건강검진센터의 판정 원칙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검진 이후 치료 연계 체계도 강화된다. 경계선 성조숙, 인슐린 저항성, 갑상선 이상 등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소견이 확인되면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 외래로 이어지는 내부 경로를 표준화할 계획이다. 검진이 일회성 확인에 그치지 않고, 필요한 경우 임상 진료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 센터장은 “같은 병원 안에서 검진과 치료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인 만큼, 일반 외래진료와도 연계 경로를 표준화할 예정”이라며 “아이들의 성장기 건강관리를 체계화하고, 검진을 임상으로 이어지는 관문으로 만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프리미엄 검진센터의 특성상 비용 부담과 접근성 문제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센터는 기본 항목과 심화 항목을 단계적으로 구성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가톨릭 정신에 기반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나 학교 밖 청소년 건강검진 사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서 센터장이 임기 초반 핵심 과제로 꼽은 것은 안전이다. 건강검진센터는 짧은 시간에 많은 수검자가 검사를 받는 공간이지만, 그만큼 안전관리 체계가 촘촘해야 한다. 특히 소아청소년 검진을 확대하려면 아이들이 불안과 위험 없이 검진을 마치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서 센터장은 “건강검진센터는 일종의 작은 병원”이라며 “정확한 진단, 원활한 협진, 철저한 관리, 그리고 안전을 센터만의 차별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원내 QI 부서와 협업해 안전 시스템을 수시로 점검하고, 검진 과정 전반의 질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접목도 추진 방향 중 하나다. 병원 전체가 스마트병원과 AX 전환 흐름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건강검진 분야에서도 개인별 위험도 분석과 맞춤형 건강관리 연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서 센터장은 “원내 스마트병원을 중심으로 건강검진 분야에서도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접목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한 방향 중 하나”라며 “병원 전체적으로 스마트병원을 향한 흐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기관 전반이 AX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가시화된 방향과 성과가 도입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도입의 방향도 결국 환자와 수검자를 위한 안전, 정확성, 사후관리 강화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가 경쟁 병원과 비교해 규모만으로 승부하기보다 정확한 진단, 원활한 협진, 철저한 관리, 안전을 중심에 두려는 이유다.
서 센터장은 기존 성인 검진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쌓아온 교수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자신은 소아청소년 검진을 보다 깊이 있게 발전시키는 역할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프리미엄 검진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가 새롭게 확장해야 할 방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의 변화는 건강검진의 의미를 다시 묻는 작업이기도 하다. 검진은 병을 발견하는 절차에 머무를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 질병이 본격화되기 전 위험을 알아차리고 생활을 바꾸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서 센터장이 말하는 평생 건강관리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는 “평생건강증진센터의 목표는 질병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질병을 예방하고 고객들의 건강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이라며 “검진 결과를 단순히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별 건강 위험도를 분석하고 맞춤형 건강관리까지 연계하는 예방의학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 센터장이 임기 동안 남기고 싶은 변화는 분명하다. 성인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듯, 건강한 청소년도 1~2년에 한 번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아프고 난 뒤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아직 아프지 않을 때 자신의 건강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습관을 청소년기부터 심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건강관리 습관은 평생 건강의 출발점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로 출발해 국내 소아내분비 분야를 이끌고, 다시 평생건강증진센터장으로 돌아온 서병규 센터장의 시선은 여전히 환자보다 한발 앞선 곳에 있다. 치료가 필요한 아이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아직 아프지 않은 아이를 먼저 만나 위험을 낮추는 구조.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가 ‘질병을 발견하는 곳’을 넘어 ‘건강한 미래를 설계하는 곳’으로 나아가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