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등 100일간 범정부 합동단속…193개 업체 원산지표시 위반 등 확인
이종욱 관세청장(가운데)이 9일 더불어민주단 을지로위원회가 주최한 '의류 라벨갈이 근절 기자간담회'에서 라벨갈이 합동단속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더파워 한승호 기자] 저가 수입의류의 원산지 표시를 바꾸거나 지운 이른바 ‘라벨갈이’ 불법행위가 대거 적발됐다. 공공기관 납품 의류와 백화점·온라인몰 판매 제품, 해외 수출용 직물까지 원산지 둔갑 사례가 확인됐다.
관세청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의류 라벨갈이 근절 및 패션·봉제산업 기반 보호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범정부 합동단속 결과 총 193개 업체, 416억원 상당의 원산지표시 위반 등 불공정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지난 2월 9일부터 5월 19일까지 100일간 진행됐다. 관세청이 총괄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조달청, 경찰청, 서울특별시가 함께 참여했다.
라벨갈이는 외국산 의류에 붙은 원산지 라벨을 제거한 뒤 국산 라벨을 붙여 유통·판매하는 행위다. 정부는 내수 위축 등으로 국내 의류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저가 수입의류의 원산지 둔갑이 계속 발생하자 합동단속에 나섰다.
관세청은 통관 단계에서 의류 수입검사를 강화하고, 국내 유통 단계에서 의류 라벨갈이 등 원산지표시 위반 행위를 특별단속했다. 특별단속 기간 통관검사 비율은 10% 상향됐다.
서울시와 조달청 등 관계기관과의 합동 현장 단속도 병행됐다. 단속 첫날에는 서울 창신동 봉제골목과 동대문 도매상가 일대에서 라벨갈이 근절 캠페인이 진행됐다.
정부는 초기 3주간을 집중신고기간으로 정해 업계와 소비자로부터 제보도 받았다. 특별단속 기간 접수된 의류 라벨갈이 관련 제보는 총 21건이었고, 이 가운데 13건이 적발로 이어졌다.
적발 유형은 다양했다. 의류 도매업체가 봉제업체에 외국산 의류 라벨을 국산 라벨로 바꾸도록 지시한 뒤 납품받아 국산으로 판매한 사례가 확인됐다.
외국산 의류에 부착된 라벨을 제거하고 원산지 표시 없이 판매한 사례도 있었다. 공공조달업체가 계약 조건과 다른 원산지의 의류를 납품하거나, 외국산 직물의 원산지를 국산으로 가장해 수출한 사례도 적발됐다.
공공기관 납품 사례도 포함됐다. 중앙행정기관 납품용 근무복에서 원산지 이중표시가 확인됐고, 규모는 1억5000만원으로 제시됐다. 지자체 납품 민방위복에서는 원산지표시 제거 사례가 적발됐으며 규모는 1600만원이었다.
공공기관에 납품된 화학물질보호복의 국산 라벨갈이 사례도 확인됐다. 해당 규모는 36억원으로, 관세청과 조달청의 합동 현장 단속 건이다.
일반 유통시장에서도 위반 사례가 나왔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된 티셔츠는 원산지 미표시로 적발됐고, 백화점 판매 여성의류는 국산 라벨갈이 사례로 확인됐다. 복합쇼핑몰 판매 머플러에서는 원산지표시 손상이 적발됐다.
어린이용 제품과 잡화도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어린이용 미술 가운 315점은 원산지 미표시, 여성용 속옷 888점은 원산지표시 제거로 적발됐다. 가죽 핸드백은 2만4361점, 1억원 규모가 원산지 미표시 사례로 확인됐다.
수출 관련 위반도 드러났다. 외국산 직물을 수입한 뒤 허위로 한국산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고 한국산인 것처럼 해외로 수출한 사례가 2개사, 237억원 규모로 적발됐다.
정부는 적발 업체에 대해 대외무역법에 따른 과징금이나 벌칙을 부과할 예정이다. 과징금은 최대 3억원까지 부과될 수 있다.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적용될 수 있고, 징역과 벌금은 함께 부과될 수 있다.
불공정 조달업체에 대해서는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부당이득 환수 조치도 병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일회성 단속만으로는 라벨갈이를 근절하기 어렵다고 보고 후속 조치도 추진한다. 국회와 협력해 원산지표시 위반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의 대외무역법 개정을 검토하고, 지자체와 연계한 라벨갈이 신고센터 구축 등 상시 감시체계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이번 적발 금액이 2019년 특별단속 당시 150억원보다 약 2.8배 많다"고 밝혔다. 그는 "라벨갈이가 국내 생산기반을 약화시키고 K패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불법행위라며 원산지표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hansh1975@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