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公 ‘철거’ 보관 & 5·18단체 ‘안내판·보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맞아 재 정비 해야”
‘권위주의 상징’ 흔적 공공기념물 전수조사 필요
▲영암 영산호준공기념탑에 설치된 전두환 헌정(獻呈) 기념판. (사진=더파워뉴스 호남취재본부 손영욱 기자)
[더파워 호남취재본부 손영욱 기자] 전남 ‘영산호 준공기념탑’에 지난 1981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치사와 ‘全斗煥 大統領閣下’ 헌정(獻呈) 문구가 새겨진 동판이 45년째 상존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를 둘러싼 적절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12·12 군사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사법적 평가가 이미 끝난 현재까지 당시 권력자의 경칭인 ‘각하’ 표현이 공공기념물에 존치돼 있어,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출범을 계기로 공공시설에 대한 제반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영산호 준공기념탑’은 영산강 범람과 염해 방지를 위해 1978년 당시 고건 전남지사 주도로 착공해 1981년 준공된 영산호 완공을 기념해 세워졌다.
영산호 기념탑 준공 기념판에는 '이제 대자연에 도전하여 이룩한 오늘의 성공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의 방방곡곡을 화기가 넘치는 복된 터전으로 가꾸기 위해 우리 모두 전진의 대열에 힘차게 나설 것을 당부하는 바입니다‘의 전 대통령의 치사 문구가 새겨 있다.
아울러 동판 하단에는 치사 자의 출처인 ‘1981.12.8 全斗煥(전두환) 大統領閣下(대통령각하) 竣工式(준공식) 致辭中(치사 중)에서-’의 헌정도 선명하게 기록돼 있다.
이와 관련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해 전두환 기념판을 철거 후 본사 기록관에 영구보존 방침을 밝혔지만, 5·18기념재단과 오월단체는 단순 철거보다 현장 존치 후 안내판 설치 또는 광주 이관을 제안하며 처리 방식을 두고 이견이 팽배한 실정이다.
문제는 이 동판이 설치된 이후 45년의 시간이 지난 동안 전두환 신군부에 대한 사법·역사적 평가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전두환은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신군부의 핵심 인물로 군 지휘권을 장악했으며, 이후 5·18과 관련한 내란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대법원은 1997년 관련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유죄 판결 이후 2020년 남극 세종기지의 전두환 친필 동판이 설치 32년 만에 철거되는가 하면, 같은해 제주 신산공원 표지석, 2024년 부산 해운대구 전두환 기념식수 표지석, 2025년 2월 서울 예술의전당의 전두환 휘호석이 철거되는 등 전국의 전두환 잔재가 치워진바 있다.
▲영암군 영산강하구둑 인근에 설치된 영산호준공기념탑은 1981년 12월 준공식 당시 전두환의 기념사가 새겨진 기념판이 부착돼 있다. (사진=더파워뉴스 호남취재본부 손영욱 기자)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고려할 때 과거에 설치된 동판을 역사적 기록으로 가감 없이 보존하는 문제와, 현존하는 공공기념물에 권위주위적 경칭이 별도의 설명 없이 노출되는 여부가 상충된다.
특히 전남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의 희생과 아픔을 간직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해당 동판의 존치 방식은 더욱 민감한 문제다.
과거 기록이라는 이유로 원형을 그대로 보존할 수는 있지만, 후대가 당시 시대적 상황과 이후의 역사적 평가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해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단순히 동판을 철거하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다는 여론도 뒤따른다.
즉, 원형을 역사적 자료로 보존하면서 관련 재판과 역사적 평가를 함께 기록한 안내판을 설치할 경우 영산호 준공기념탑을 권위주의 시대의 흔적과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과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역사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서다.
반면 아무런 추가 설명 없이 존치할 경우 현재의 역사적 평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새로운 통합시대를 맞아 영산호 준공기념탑 관리 주체 등 전남광주 지역에 상존하는 과거 권위주의적 기념물·표지석·동판 등을 전수조사 후, 역사적 가치와 현재의 사회적 의미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1981년 당시 만들어진 기념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현재의 역사적 평가와 무관하게 그대로 둘 것인지, 역사적 증거물로 보존하되 새로운 설명을 더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공론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출범과 함께 지역의 새로운 미래가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5·18의 아픈 역사와 맞닿아 있는 군사정권 시대의 공공기념물을 어떻게 보존하고 설명할 것인지에 대한 관계기관의 공식적인 입장과 후속 조치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