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대기업 지주회사와 대표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받은 상표권 사용료가 지난해 2조200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SK가 수년간 선두였던 LG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처음 가장 많은 브랜드 사용료를 받은 그룹에 올랐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102곳의 상표권 사용료는 총 2조22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최고치였던 2024년 2조1530억원보다 709억원 증가했다. 올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102개 그룹 가운데 80개 그룹이 1016개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았다.
대기업집단의 브랜드 사용료는 최근 수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 1조3468억원에서 2021년 1조5207억원, 2022년 1조7760억원으로 불어난 뒤 2023년 2조354억원을 기록하며 처음 2조원을 넘어섰다.
2020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8771억원, 약 65% 증가한 셈이다.
그룹별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SK가 계열사들로부터 3499억원을 받아 가장 많았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줄곧 2위였던 SK가 처음으로 LG를 앞질렀다.
같은 기간 1위를 유지해온 LG는 3490억원으로 2위로 내려갔다. 두 그룹의 격차는 9억원에 불과했다.
한화는 1992억원으로 3위, CJ는 1331억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포스코가 1282억원, 롯데가 1244억원으로 뒤를 이으며 총 6개 그룹의 상표권 사용료가 1000억원을 넘었다.
이 밖에 GS 992억원, 효성 616억원, HD현대 575억원, LS 573억원 순이었다.
상표권 사용료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주회사나 대표회사가 보유한 그룹 브랜드와 상표를 계열사가 사용하고 그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정상적인 기업 간 거래다.
쟁점은 가격을 어떻게 정하느냐다. 상표권은 일반 상품처럼 시장가격을 바로 비교하기 어렵고 그룹별로 사용료를 산정하는 기준과 적용 요율도 제각각이어서 적정 가격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통상 계열사 매출에서 광고비 등을 제외한 뒤 일정 요율을 적용하는 방식이 쓰이지만 구체적인 계산 방식은 회사마다 다르다.
특히 지주회사에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경우 과도한 상표권 사용료가 계열사 이익을 지주회사로 이전하는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상적인 브랜드 사용 대가와 부당지원 사이의 경계를 가려낼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정위도 상표권 사용료 산정 방식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6~7월 한화와 CJ를 상대로 현장조사를 실시했으며, 상표권 거래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정상가격 기준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이양수 의원은 “계열사 역시 마케팅과 광고를 통해 브랜드 가치 상승에 기여하는데 지주회사가 상표권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대가를 가져간다면 계열사 입장에서는 이중 지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가 그룹별 상표권 사용료 산정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고 부당지원이나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