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두장호 학생
[더파워 이설아 기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진단받은 뒤 2년 이상 금연을 유지한 환자에서 우울증 발생 위험이 지속 흡연군보다 낮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중증 COPD 환자에서는 장기 금연군의 우울증 위험이 약 60% 낮게 나타나 금연 ‘여부’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중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자료를 활용해 새롭게 COPD를 진단받은 환자의 금연 기간과 우울증 발생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14년 사이 새롭게 COPD를 진단받은 성인 5671명을 대상으로 평균 8~9년간 추적 관찰했다. 이 기간 603명에서 새로운 우울증이 확인됐다.
우울증은 병원 기록에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ICD-10 기준 F32~F33 진단과 항우울제 처방이 동시에 확인된 경우로 정의했다.
연구 대상자는 COPD 진단 전후 흡연 상태에 따라 지속 흡연군, 진단 후 금연 기간이 2년 미만인 단기 금연군, 2년 이상 금연한 장기 금연군, 비흡연군 등 4개 그룹으로 나눴다.
분석 결과 2년 이상 금연을 유지한 장기 금연군은 지속 흡연군과 비교해 우울증 발생 위험이 34% 낮았다. 보정 위험비는 0.66으로 나타났다.
장기 금연군에서는 579명 가운데 35명에서 우울증이 발생했고, 지속 흡연군에서는 1138명 중 114명이 새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발생률은 장기 금연군이 1000인년당 8.4명, 지속 흡연군은 12.0명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위험 감소가 2년 이상 금연한 집단에서만 확인됐다는 것이다. 2년 미만의 단기 금연군과 비흡연군은 지속 흡연군과 비교해 우울증 위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COPD 환자에서 단순한 금연 시도보다 장기간 금연을 유지하는 것이 정신건강과 연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자료를 분석한 만큼 장기 금연이 우울증 위험 감소를 직접적으로 일으킨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두 요인 간 연관성을 확인한 결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중증 COPD 환자에서는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 중증 환자 가운데 장기 금연군의 우울증 발생 위험은 지속 흡연군보다 약 60% 낮았으며 보정 위험비는 0.40이었다.
하위그룹 분석에서는 남성과 65세 미만, 동반질환이 적은 환자, 소득수준이 높은 환자, 체질량지수(BMI) 25kg/㎡ 미만인 환자 등에서 장기 금연과 낮은 우울증 위험의 연관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관찰됐다.
연구팀은 장기간 금연 과정에서 니코틴에 의해 영향을 받던 도파민·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 체계와 스트레스 반응이 회복되고 체내 염증이 감소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금연 초기에는 금단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정신건강 측면의 변화가 확인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는 COPD 환자 금연 상담에서 정신건강 관리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향후 금연 지원과 정신건강 서비스를 연계하는 관리 정책에도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교수는 "COPD 진단은 환자에게 생활습관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단순히 금연을 시도하는 것을 넘어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긍정적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특히 중증 COPD 환자에서 금연과 관련한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며 "COPD 환자 치료에서 금연 상담과 함께 정신건강 관리를 병행하는 근거로 이번 연구가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