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비수도권 인구 유입 효과가 약 5년 뒤 약해진다는 분석은 지방정책의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제한된 예산과 정책자원을 모든 지역에 고르게 나누는 방식으로는 유입 인구를 정착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지속적 인구 유입의 조건: 골든타임과 거점 투자’ 보고서에서 비수도권 인구정책이 균등배분 방식에서 벗어나 거점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핵심은 인구 유입 효과가 살아 있는 약 5년 안에 정착 조건을 집중적으로 보강하는 것이다. 주거, 일자리, 교육, 돌봄, 의료, 문화, 생활서비스가 따로 움직이면 유입 효과는 오래가기 어렵다. 반대로 이 요소들이 하나의 거점 안에서 동시에 작동하면 유입이 정착으로, 정착이 다시 추가 유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보고서는 이를 ‘유입-정착-재유입’의 순환 구조로 설명했다. 특정 시점에 사람을 한 번 끌어오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유입자가 지역에 머무는 동안 다음 유입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인구정책은 일회성 유치 경쟁이 아니라 유입의 물결을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 단계도 달라져야 한다. 초기 0~2년에는 주거와 생활서비스, 정착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낯선 지역으로 옮겨온 사람이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빠르게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3~5년의 중기 단계에서는 노동시장 정착과 기업 활동, 교육·돌봄 기능을 연결해야 한다. 일자리의 질과 지역 내 경력 경로가 보이지 않으면 유입 인구는 다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가족 단위 정착을 위해서는 학교, 돌봄, 의료, 문화 인프라도 함께 필요하다.
5년 이후에는 산업 기반과 교육·문화·의료 인프라를 더 깊게 보강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단순 생활 지원보다 지역 자체의 성장성과 매력도를 높이는 투자가 중요하다. 그래야 유입 효과가 사라지는 대신 다음 유입을 부르는 기반으로 바뀔 수 있다.
공공기관 2차 이전도 이 같은 거점화 전략과 결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공공기관 이전이 단순한 지역 간 배분이나 나눠주기식 입지 선정에 그칠 경우 장기적인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봤다.
대신 기존 혁신도시를 우선 거점으로 고도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혁신도시는 이미 공공기관 집적과 기반시설, 일정 수준의 정주 여건을 갖춘 정책 수혜 지역이다. 새로운 지역에 인프라를 처음부터 만드는 방식보다 기존 혁신도시에 추가 이전 기관, 지역 전략산업, 연구·교육 기능, 주거·생활 인프라를 결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중요한 기준은 몇 개 기관을 어느 지역에 배치하느냐가 아니다. 이전 기관의 기능이 지역 전략산업과 맞물리는지, 고용 창출 효과가 있는지, 주택과 생활 인프라가 수용 가능한지, 교육·문화·의료 접근성이 충분한지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산업연구원은 현재 논의되는 5극 3특 체제, 지자체 간 행정통합, 공공기관 2차 이전 등을 초광역 성장거점 형성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개별 기초지자체 단위의 작은 사업보다 초광역 거점에서 일자리와 정주 인프라를 묶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책 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인구 변화는 한 시점의 결과가 아니라 유입, 정착, 이탈, 재유입이 시간에 따라 누적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어느 정책이 언제 효과를 내고, 얼마나 지속되며, 어느 시점부터 약해지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결국 지방 인구정책의 목표는 모든 지역에 같은 크기의 지원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정착 가능성과 파급효과가 큰 거점을 중심으로 자원을 집중하고,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다음 정책 충격을 겹쳐 넣어야 한다. 지방소멸 대응의 관건은 한 번의 유입이 아니라, 유입의 물결을 끊기지 않게 만드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