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정부가 K-소비재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인증 장벽을 낮추고, 할랄시장과 역직구 플랫폼을 활용한 수출 확대에 나선다. 일부 대기업과 특정 품목에 수출 성과가 쏠리는 구조를 완화하고, 중소·중견 소비재 기업까지 해외시장 진출 기회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산업통상부는 24일 김정관 장관 주재로 ‘제2차 민관합동 수출확대회의’를 열고 수출기업 해외인증 종합지원전략, 소비재 수출 다변화를 위한 할랄시장 진출 지원방안, 유통과 K-소비재의 융합 수출플랫폼 구축방안 등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산업부를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외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와 KOTRA, 무역보험공사, 한국무역협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지식재산보호원, 시험인증산업협회, 화장품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유통기업과 소비재 중소기업도 함께 자리해 해외인증 애로 해소와 K-소비재 수출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핵심은 해외인증 부담 완화다. 정부는 국내에서 발급 가능한 해외 시험·인증서를 현재 212종에서 2028년까지 500종으로 늘리기로 했다. 국내외 기관 간 시험·인증서 상호인정을 확대하고, 국내 시험인증기관의 해외 공인기관 지정을 추진해 기업이 현지 인증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국내에서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인증 취득에 걸리는 비용과 시간 부담도 줄인다. 그동안 비용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시제품 제작비와 1년 이상 걸리는 장기 인증 취득도 수출바우처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 인증 취득에 실패했을 때 비용을 보전해주는 비율도 기존 50%에서 70%로 높인다.
인증 규제 대응에는 범부처 ‘원팀’ 체계가 가동된다. 국가기술표준원, 재외공관, KOTRA 등이 함께 기업 애로를 상대국 정부에 공식 제기하고 협상을 추진한다. 정부는 주요 20개국 무역관에 인증지원 데스크를 설치해 현지 진출기업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보 제공 방식도 바뀐다. 정부는 AI 기반 해외인증·기술규제 정보포털을 통해 국내 26개 지원기관, WTO 회원국, 글로벌 인증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통합 제공한다. 단순 검색 수준을 넘어 인증 신청서 작성 지원, 취득 절차 안내, 인증기관 및 비용지원 사업 연계까지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로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 컨설팅도 확대된다. 정부는 높은 기업 수요를 반영해 컨설팅 대상을 2027년까지 2000개사로 늘리고, 전문가가 기업 현장을 방문해 제품 개발, 공정 설계, 리스크 평가 등 사업 준비 단계부터 인증 취득까지 지원하도록 할 예정이다. 바우처 신청, 컨설팅, 애로 접수 등 분산된 해외인증 업무는 국가기술표준원 해외인증지원단을 중심으로 통합 처리한다.
제도적 기반도 마련한다. 정부는 ‘무역기술장벽 대응·지원법’ 제정을 추진해 해외 기술규제와 인증 애로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할랄시장 진출 지원도 별도 축으로 추진된다. 한국무역협회는 K-소비재의 할랄 경제권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2028년까지 K-소비재 할랄시장 점유율을 1%에서 2%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국내 인증기관이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중동 국가와 상호인정협약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상 품목도 식품 중심에서 화장품, 생활용품 등으로 넓히는 방안이 추진된다.
무역협회는 상담 플랫폼에 할랄 전문상담을 신설해 1대1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할랄시장 경험이 있는 무역자문위원을 활용해 바이어 대응과 인증 애로 해소도 지원한다.
자금 지원도 병행된다. 무역협회는 할랄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무역진흥자금 저리융자를 지원한다. 하반기에는 할랄 종합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분산된 할랄 인증과 지원사업 정보를 한 곳에서 제공할 예정이다.
판로 개척 방식도 다변화한다. 유망 할랄시장을 대상으로 K-프리미엄 소비재전을 확대하고, K-할랄 팝업스토어와 라이브커머스,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을 활용해 젊은 무슬림 소비층을 공략한다. 한국무역협회의 글로벌 B2B 플랫폼에는 K-할랄 특별관을 만들어 국내 수출기업과 할랄시장 바이어 간 매칭을 활성화한다.
현지 지원 거점도 마련된다. 무역협회는 인도네시아와 UAE 해외지부를 활용해 ‘K-할랄 브릿지’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 거점은 현지 정부·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시장 정보 제공과 기업 애로 대응 역할을 맡는다.
유통플랫폼과 K-소비재 기업의 동반 진출 전략도 추진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K-소비재에 특화된 ‘국가대표 K-역직구 플랫폼’ 1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매년 유망 역직구 플랫폼 5개사를 선정해 수출품목과 타깃 지역을 분석하고, 물류·마케팅 등 맞춤형 패키지 지원을 제공한다.
온라인에서 수요가 확인된 K-소비재는 해외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연결한다. 정부는 국가별 진출 전략을 담은 ‘K-소비재 수출거점 지도’를 마련하고, 현지 매장 출점과 테스트베드형 팝업스토어 운영도 지원할 계획이다.
소비재 수출을 일괄 지원하는 ‘K-소비재 캐리어’도 구축된다. 뷰티, 푸드, 패션 등 유망 품목을 발굴하고, 유통플랫폼이 소비재 발굴과 인증·판촉 등 수출 전 과정을 총괄하는 방식이다. 애로가 발생하면 수출지원기관이 해외인증, 물류, 금융 등을 국가별 특성에 맞춰 지원한다.
이를 위해 이날 회의에서는 유통플랫폼 13개사와 수출지원기관 8개 기관 간 업무협약도 체결됐다. 정부는 유통플랫폼을 소비재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창구로 활용하고, 플랫폼과 제조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물류 지원도 확대된다. 주요 소비재 수출대상국을 중심으로 해외공동물류센터를 확충하고, 보세창고 활용도도 높인다. 유통망 해외진출 지원사업 참여 기업에는 기업당 최대 10억원의 물류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현지 대응 체계도 보강한다. 코트라 무역관에는 유통플랫폼 전용 지원 창구와 전담 코디네이터를 마련해 현지 동향을 빠르게 파악하도록 한다. 정부는 AI 기반 구매 트렌드 분석과 수요·물류 예측 모델도 개발해 유통·소비재 기업에 제공할 계획이다.
해외인증지원단의 기존 애로 해소 사례도 공유됐다. 문구용 스티커 수출기업은 유럽 CE 인증 취득 지원을 통해 미국 중심 수출을 유럽으로 다변화했고, 1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확대에 기여한 사례로 소개됐다. 한 화장품 기업은 UAE 할랄 전문가 매칭과 기술통역 지원을 통해 중동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의료기기 기업은 바이어 발굴과 인증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시회 참가와 공인기관 시험 지원을 통해 중동·남미 신규 시장 개척을 추진했다. 반려동물 체성분측정기 기업은 추가 인증 취득 지원으로 태국과 미주에 20만 달러 수출을 진행했고, 자동차 부품 기업은 인도 BIS 인증 의무화 대응 과정에서 인증면제확인서 확보 지원을 받아 인증 비용 45백만원과 3~4개월의 기간을 줄인 사례가 제시됐다.
이번 대책은 수출기업의 인증 부담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신흥 소비시장과 유통채널을 함께 묶어 수출 기반을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K-소비재에 대한 해외 수요는 커지고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인증, 할랄 기준, 물류, 결제, 현지 유통망 확보가 각각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정부는 이 같은 병목을 줄여 소비재 수출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대외 불확실성에도 수출 5대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일부 기업, 특정 품목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 성과를 누리는 ‘모두의 수출’이 필수적”이라며 “K-소비재 중소기업이 해외인증 장벽을 넘고 유통플랫폼과 함께 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