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 반도체 업종 ‘긍정적’ 전망…하반기 D램 15~25%·낸드 20~25% 가격 상승 예상
/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한국 반도체주가 다시 시험대에 섰다. 올해 상반기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인공지능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 수요였다. 하반기부터는 여기에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 장기공급계약 확대, 미국 증권예탁증권 상장,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까지 맞물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핵심은 단순한 호황이 아니다. 과거 메모리 업종은 가격이 오를 때 큰 이익을 냈지만, 감익기가 오면 이익이 급격히 줄어드는 산업으로 평가받았다. 이익 변동성이 컸기 때문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보다 낮은 주가수익비율을 적용받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나 고대역폭메모리와 장기공급계약이 늘어나면 이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이번 전망의 출발점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반도체 업종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유지했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과 김나우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하반기 메모리 가격은 생각보다 더 좋을 것”이라며 “한국 메모리 산업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최소 배수인 선행 주가수익비율 10배를 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분석했다.
상반기부터 시장에는 메모리 가격 상승률 둔화 우려가 있었다. 1분기와 2분기 가격이 이미 크게 오른 만큼 3분기부터 상승폭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일부 글로벌 리서치 기관은 3분기 메모리 가격 상승률을 D램 기준 전분기 대비 3~8%, 낸드 기준 8~13% 수준으로 제시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시각은 다르다. 3분기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15~25%, 낸드 가격은 20~25% 오를 수 있다고 봤다. 2분기 D램 공급 부족률이 -2.55%, 3분기에도 -2.17%로 예상돼 공급 부족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낸드 역시 비트 출하 증가가 한 자릿수대에 머물며 공급 증가가 제한될 것으로 분석됐다.
가격 상승이 더 이어질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는 재고다. 메모리 업체들의 평균 재고 수준은 지난해 3분기 20주에서 올해 3분기 1주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과거에는 수요가 강할 때 보유 재고를 풀어 단기 공급 부족을 완화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여력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이유는 증설의 방향이다. 삼성전자 P4와 SK하이닉스 M15X 램프업이 올해 공급 증가 요인처럼 보일 수 있지만, 보고서는 이들 팹의 핵심 역할이 범용 D램 공급 확대보다 신규 고대역폭메모리 수요 대응에 있다고 봤다. 일반 서버용 DDR5, PC용 D램, 모바일용 저전력 D램 등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풀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본격적인 범용 메모리 공급 확대 시점도 늦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 P5와 SK하이닉스 Y1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시점을 2028년 상반기로 예상했다. 결국 2026~2027년 메모리 시장은 수요가 강한 가운데 신규 공급은 고대역폭메모리 중심으로 늘고, 범용 D램 공급은 선단공정 전환과 수율 개선에 기대는 구간이라는 분석이다.
하반기 첫 번째 모멘텀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다. 고대역폭메모리는 인공지능 반도체에 들어가는 핵심 메모리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대역폭을 높인 제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부터 HBM4의 본격 출하가 예정돼 있으며, 전작보다 높은 가격이 메모리 업체 매출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당초 HBM4 속도 기준으로 11.7Gbps를 제시한 뒤 10.3Gbps 수준까지 표준을 낮춘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10.3Gbps 수준의 표준 제품을 대량 납품하고, 삼성전자는 11.7Gbps 수준의 고속 HBM4를 납품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SK하이닉스에는 미국 증권예탁증권 상장도 변수다.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증권예탁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발행 총액은 약 45조5000억원 규모이며 나스닥 상장일은 7월 10일, 신주 증권예탁증권의 국내 상장일은 7월 29일로 제시됐다.
미국 증시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단순한 상장 이벤트를 넘어 밸류에이션 비교군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마이크론, 샌디스크, 씨게이트 등 미국 시장에 상장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같은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 기준 SK하이닉스의 2026년 예상 주가수익비율은 8.6배로, 마이크론 15.6배, 샌디스크 31.8배, 씨게이트 60.4배보다 낮게 제시됐다.
삼성전자도 하반기 재평가 요인을 갖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가동률이 상반기 70~75% 수준에서 하반기 85%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신규 고객사로 유입된 그록의 인공지능 추론용 반도체 물량이 가동률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파운드리 사업부가 해당 물량으로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더 큰 변화는 이익 체질이다. 현재 메모리 업체들은 주요 서버 고객과 장기공급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장기공급계약은 향후 공급 증가 국면에서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보고서는 최근 계약의 가격 산정 방식이 최소 영업이익률 50%를 목표로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감익기가 오더라도 메모리 제품 평균 영업이익률은 3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는 과거와 다른 그림이다. 과거 감익기에는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0% 미만으로 내려가거나 적자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장기공급계약과 고대역폭메모리 비중 확대가 이익의 하방을 막으면, 메모리 업체가 더 이상 극심한 이익 변동성을 보이는 회사가 아니라는 논리가 가능해진다.
고대역폭메모리의 이익 기여도도 커진다. 범용 메모리는 수요와 공급의 작은 불일치에도 가격이 크게 흔들리는 범용재 성격이 강하다. 반면 고대역폭메모리는 주문 생산에 가까운 특수재 성격을 갖는다. 가격 하방은 견조하게 방어되고, 상방은 열려 있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제품의 이익 비중이 늘수록 감익기의 방어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2027년에는 다시 고대역폭메모리가 사이클을 이끌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메모리 업체들은 6월께부터 2027년 고대역폭메모리 가격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기준 범용 D램 수익성이 고대역폭메모리 수익성을 앞질렀지만, 내년 가격 협상을 통해 고대역폭메모리 수익성이 다시 범용 D램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대역폭메모리 평균 판매가격도 오른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대역폭메모리 평균 판매가격은 2026년 2.3달러에서 2027년 3.5달러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출하량도 2026년 341억개에서 2027년 433억개, 2028년 642억개, 2029년 835억개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8년은 ‘증명의 시간’으로 제시됐다. 메모리 가격은 2027년까지 견조한 흐름을 보이다가 2028년에는 하락 트렌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P5, SK하이닉스 Y1, 미국 마이크론과 중화권 메모리 업체들의 신규 생산능력이 동시에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보고서는 2028년에 감익기가 오더라도 과거처럼 실적이 급격히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제한됐던 공급이 늘면서 가격 일부 하락은 가능하지만, 장기공급계약과 고대역폭메모리 비중 확대로 이익 체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감익기에도 이익 급감이 발생하지 않음을 증명하면 한국 메모리 업체도 글로벌 로직 반도체 기업과 유사한 실적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경우 밸류에이션의 상단도 달라진다. 한화투자증권은 한국 메모리 업체들이 기대감만으로도 최소 주가수익비율 10배 이상을 부여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봤다. 실제 증명으로 이어질 경우 20배 이상의 멀티플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단순 경기민감주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이익을 유지하는 반도체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소부장 전략도 달라진다. 반도체 대형주 쏠림에 이어 소부장 안에서도 대형 장비사 위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테스, 피에스케이, 원익IPS, 브이엠, 주성엔지니어링, 유진테크를 전공정 빅6로 언급했다. 이 밖에 HPSP, 이오테크닉스, DB하이텍, 리노공업 등도 시장 선호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정 대형 장비주는 2026년과 2027년 모두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삼성전자 P4, SK하이닉스 Y1 등 고대역폭메모리 생산능력 중심의 증설이 진행되고, 2027년에는 범용 메모리 중심 증설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7년에는 전공정 장비 발주 규모가 더 커지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기회가 대형 장비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형주 프록시, 대형 장비주로 자금이 몰리는 3중 쏠림 현상 때문에 성장성을 갖춘 소형 우량주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화투자증권은 고대역폭메모리 후공정 장비사와 소형 종목 중 올해와 내년 설비투자 사이클 수혜로 사상 최대 실적을 2년 연속 달성할 수 있는 업체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전략은 명확하다. 대형 장비주 위주의 투자와 함께 과도하게 저평가된 우량 소형주를 바닥권에서 선별 매수하는 전략이다. 장기 시계열로 보면 반도체 소부장과 대형주는 결국 동행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현재와 같은 대형주의 단독 질주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개별 종목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피에스케이가 제시됐다. 삼성전자는 투자의견 ‘매수’ 유지, 목표주가 58만원으로 상향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를 “글로벌 최고의 이익을 창출하는 메모리 업체이자 가장 저렴한 메모리 업체”로 평가했다.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은 5.9배 수준으로 글로벌 비교 기업보다 낮다고 봤다.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액은 727조9630억원, 영업이익은 378조3340억원으로 전망됐다. 2027년 매출액은 953조7390억원, 영업이익은 560조1520억원으로 제시됐다. 범용 메모리, HBM4, 파운드리 모두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목표주가 상향의 배경이다.
결국 이번 반도체 전망의 핵심은 하나다. 메모리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느냐보다, 가격이 꺾일 때도 이익이 버틸 수 있느냐다. 하반기에는 가격 상승과 HBM4 출하, SK하이닉스 미국 상장, 삼성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이 주가 재평가의 재료가 될 수 있다. 2027년에는 고대역폭메모리 가격 협상이 다시 사이클을 끌고, 2028년에는 감익기에도 이익 체력이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한국 반도체가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권 시나리오에 도전하려면 필요한 것은 기대가 아니라 증명이다. 장기공급계약과 고대역폭메모리가 과거의 급격한 실적 변동성을 낮춘다는 점이 확인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평가 논리는 더 강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