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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에도 끝나지 않은 호르무즈 리스크…통항 비용 새 변수로

한승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7-07 08:50

산업연구원 “종전 MOU에도 핵심 쟁점 후속 협상 이연”…통항·보험·운임 비용 고착 가능성

호르무즈해협/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연합뉴스
[더파워 한승호 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 국면에 들어섰지만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곧바로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가는 종전 기대를 반영해 하락했지만, 통항 비용과 보험료, 운임, 일부 원자재 가격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단기간에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미국-이란 종전 이후 호르무즈 리스크와 한국 산업 영향 및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MOU를 통해 군사행동 중단, 호르무즈 해협 재개, 60일 내 최종 합의 협상이라는 기본 틀을 마련했다.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와 이란의 60일간 무상 통항 보장도 즉시 이행 대상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산업연구원은 이번 MOU만으로 전쟁 전 통항·비용 구조가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핵심 쟁점이 후속 협상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제재 종료 일정, 핵 프로그램의 향후 처리, 농축물질 관리, 재건·개발 자금 집행 구조, 이행 감시 체계 등은 최종 합의에서 다시 다뤄야 한다.

특히 핵 프로그램과 농축물질 관리는 사찰과 검증 체계까지 합의해야 하는 난도가 높은 쟁점이다. 산업연구원은 2015년 이란 핵합의, JCPOA 본협상에도 약 2년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60일 안에 최종 타결이 쉽지 않다고 봤다.

교전 당사자인 이스라엘이 MOU 서명국이 아니라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MOU는 레바논을 포함한 전 전선의 군사행동 종료를 담고 있지만, 실제 레바논 전선에서 충돌이 재연될 경우 합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호르무즈 통항도 ‘재개’와 ‘정상화’를 구분해 봐야 한다. MOU는 상업 선박의 60일 무상 통항을 담았지만, 이는 영구적인 무료 통항 보장이 아니다. 60일 이후 통항 관리 방식과 수수료, 해상서비스 비용 지위는 별도 협상 대상으로 남아 있다.

산업연구원은 명목상 해협이 열렸다고 해서 통항 통제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통행료 없는 개방을 강조하지만, 이란은 페르시아만 해협관리청을 통해 서비스 수수료 명목의 관리 체계를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전쟁 전에는 없던 제도적 비용이 새로 생길 수 있다.

이번 사태가 과거 중동발 공급 충격과 다른 점도 여기에 있다. 과거 중동 충격은 특정 산유국의 생산·수출 차질이나 해상 안전 비용 상승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1973년 아랍 석유 금수, 1979년 이란 혁명,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2019년 아브카이크·쿠라이스 피격 모두 국제 유가와 수급에 큰 영향을 줬지만 주로 특정 국가나 시설의 차질이 중심이었다.

반면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단일 산유국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와 원자재, 물류가 동시에 제약된 복합 공급망 충격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호르무즈 해협은 평시 전 세계 석유 교역의 약 5분의 1, 해상 석유 수출의 약 3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통로다. 이번 봉쇄로 약 1580만 배럴, 전 세계 공급의 약 15%에 해당하는 물량이 시장 접근에서 차단된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만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헬륨 공급량의 약 3분의 1, 요소 교역량의 30% 이상, 암모니아·인산염 교역량의 약 20%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간다. 해협 리스크가 비료, 반도체용 특수가스, 석유화학 원료, 금속 소재 등으로 번질 수 있는 구조다.

실제 비용 충격도 컸다. 산업연구원은 원유와 LNG 가격 상승에 따른 에너지 가격 충격만으로 전 산업 생산비가 3.73% 올랐고, 제조업 생산비는 4.70%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서비스업 생산비 상승률은 1.32%였다.

제조업 충격이 더 큰 것은 에너지와 원자재 투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 상승은 정유·석유화학 원료와 운송 연료 비용을 통해 나프타, 석유제품, 물류비로 이어진다. LNG 가격 상승은 발전과 도시가스 비용을 통해 전력 다소비 업종의 생산비로 전이된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업종의 직접 충격으로 연결됐다. 중동산 원유 정제 물량과 직수입 물량이 함께 줄면서 원료 수급 불안이 커졌고, 일부 나프타분해설비는 3월 가동률이 50%대까지 내려간 뒤 정부 지원과 대체 공급선 확보로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평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원료 조달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간접 충격도 문제다. 한국이 중동에서 직접 수입하지 않는 품목이라도 중동산 에너지와 원자재가 제3국 생산공정의 투입재로 쓰인 뒤 국내 공급망으로 전이될 수 있다.

황산이 대표적이다. 중동산 공급 차질과 중국의 수출 제한이 겹치면서 국제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인산비료, 구리, 니켈 제련 등 여러 산업의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비료 역시 요소, 암모니아, 황 등 원료 이동이 제약될 경우 영농비용과 식량 가격 부담으로 뒤따라 전이될 수 있다.

종전 이후에도 물류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해협이 명목상 재개돼도 기뢰 제거, 제한 항로 운영, 대기 선박 해소, 선복 재배치, 보험 인수 재개가 순차적으로 필요하다.

보고서는 걸프 일대에 만재 선박 300척, 빈 선박 250척, 오만만 진입 대기 선박 300척이 묶여 있고, 기뢰 제거에는 40~50일에서 최대 6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을 소개했다. 합의 발표부터 6월 17일까지 호르무즈를 통과한 선박은 7척에 그쳤고, 첫 달 통항량도 하루 40척 안팎 회복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보험료도 빠르게 내려가기 어렵다. 전쟁위험보험료는 위험 발생 때 급등하지만 위험이 낮아진 뒤에도 해상 안전과 재보험 시장 판단이 바뀌기 전까지는 더디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호르무즈 통항 선박의 전쟁위험보험료는 전쟁 전 선박 가치의 0.2% 수준에서 2~3%로 오른 것으로 추정됐다. 선가 1억달러 선박 기준 보험료율이 0.4%포인트만 올라도 항차당 약 40만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운임도 유가 하락만으로 바로 낮아지기 어렵다. 항로 우회, 선박 대기, 선복 부족, 보험료, 위험 할증료가 함께 반영되기 때문이다. 60일 무상 통항 이후 이란이 통항 관리 또는 해상서비스 비용을 부과할 경우 비용 구조는 더 복잡해진다.

유가와 LNG 가격의 정상화 속도도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원유는 종전 기대와 OPEC+ 감산 완화, 미국·브라질 등 대서양 분지 증산이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봉쇄 기간 소진된 재고와 전략비축 보충 수요, 생산시설 재가동 지연이 하락 폭을 제한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유가가 단기간에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보다 올해 말까지 배럴당 70~80달러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LNG는 더 경직적이다. 원유보다 저장과 대체가 어렵고 장기계약과 현물 조달이 병행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카타르 LNG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부족분 보전을 위한 현물 조달 부담이 커지고, 유가 연동 장기계약의 가격 반영 시차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국내 LNG 도입단가가 후행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전력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LNG 도입 비용 상승은 발전 비용과 전력요금 인상 압력을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시멘트 등 전력 집약 제조업의 비용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연구원은 이번 사태를 단기 지정학 위기가 아니라 경제안보 비용의 재편으로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항비, 보험료, 운임, 제재 리스크를 일시적 변수로 보지 말고 원가 구조에 남는 상시 비용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핵심 통로와 원자재의 무기화 가능성을 상수로 두고 조달·물류·안보 전략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hansh1975@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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