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HD현대중공업이 안전수칙을 위반한 작업자에게 동료들 앞에서 자신의 위반 내용을 발표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면서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사고 재발 방지와 안전의식 강화를 내세웠지만, 노동조합은 공개적 망신주기이자 인권침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7일 조선업계와 현대중공업 노사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이달 1일부터 개정된 ‘절대수칙’을 현장에 적용했다. 절대수칙은 작업 중 휴대전화·이어폰 사용 금지, 고소 작업 시 안전벨트 착용 등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핵심 안전 기준이다.
HD현대중공업은 2016년 7월 절대수칙 제도를 도입했다. 회사는 이 제도가 사망사고 감소 등에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 이번 개정을 통해 사고 재발 방지 성격의 조치를 추가했다.
논란은 위반자 교육 방식에서 불거졌다. 개정 매뉴얼에는 절대수칙 위반자가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시간에 동료들 앞에서 자신이 어긴 수칙과 당시 상황, 잠재 위험, 재발 방지 당부 사항 등을 발표하는 OPL 제도가 포함됐다. 일부 설명에는 위반 당시의 판단 과정이나 심리 상태까지 공유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를 안전교육이 아니라 공개적 책임 추궁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인권 없는 안전은 허구”라며 “안전을 명분으로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절대수칙 운영 매뉴얼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노조가 문제 삼는 핵심은 위반자를 동료들 앞에 세우는 방식이다. 노조는 “현장 노동자에게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수치심을 유발하는 제도”라며 “자율적 안전문화 정착이 아니라 위반자에게 주홍글씨를 새기는 낙인찍기이자 공개 망신주기식 처벌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가 산업재해의 구조적 원인보다 개인의 실수만 부각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조선업 현장은 고소 작업, 중량물 취급, 협착·추락 위험 등 다양한 위험이 상존하는데, 노동자가 자신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고백하도록 만드는 방식은 재해 원인을 개인 책임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서나 협력사 단위로 작업중지 조치를 적용하는 내용도 논란이 됐다. 노조는 누적 위반 횟수에 따라 부서 전체나 협력사 전체에 불이익이 갈 수 있다면 동료 간 상호 감시를 부추기는 연대책임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하청 노동자에게는 재계약 불이익이나 업체 퇴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이번 제도를 회사의 안전관리 책임을 흐리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자 개인에게 공개 발표를 시켜 현장 위험을 스스로 고백하게 만들면, 설비·인력·공정·관리체계 문제는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향후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사례를 모아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