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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립 요건 하나에 수억 원이 오가는 '유치권행사', 합법과 불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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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립 요건 하나에 수억 원이 오가는 '유치권행사', 합법과 불법의 경계

최성민 기자

기사입력 : 2026-08-12 10:34

로엘 법무법인 정태근 대표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정태근 대표변호사
[더파워 최성민 기자] 건축공사나 리모델링을 마친 뒤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한 시공사나 유치권자가 건물을 점거하고 현수막을 걸어두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민법상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을 변제 받을 때까지 점유를 계속하며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다. 경매 절차에서도 유치권은 낙찰자에게 승계되는 강력한 효력을 갖기 때문에, 채권자 입장에서는 미지급 대금을 회수하기 위한 강력한 카드로 쓰인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유치권행사는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다. 법적으로 엄격한 성립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건물을 점거할 경우, 유치권이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건물주나 낙찰자로부터 업무방해, 주거침입, 손해배상 청구 등 형사·민사상 고소를 당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유치권이 유효하게 성립하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는 점유의 지속성과 적법성이다. 유치권자는 대상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어야 하며, 이 점유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시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점유가 단 하루라도 중단되거나 제3자에게 빼앗길 경우 유치권은 그 즉시 소멸하므로, 현장 관리인을 두거나 도어락을 설치하는 등 끊임없는 점유 상태를 유지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둘째는 채권과 부동산 사이의 견련관계다. 유치권을 행사하려는 채권이 반드시 그 건물 자체에 관해 발생한 채권이어야 한다. 공사대금이나 인테리어 비용 등은 건물에 가치를 더한 채권으로서 견련성이 인정되지만, 단순한 대여금이나 보증금 반환 채권 등은 유치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계약서 내에 '유치권 포기 특약'이 존재하는지 여부다. 임대차 계약이나 공사 계약 시 "원상복구한다"는 조항이나 "유치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면 유치권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계약 체결 당시의 서류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진행해야 한다.

유치권 분쟁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루어지는 실무적 쟁점은 바로 '점유를 시작한 시점'이다. 대상 부동산에 경매가 진행되는 경우, 경매개시결정 등기를 마치기 전에 적법하게 점유를 개시했느냐에 따라 유치권의 권리 주장 여부가 완벽히 갈리기 때문이다. 경매개시결정 등기 이후에 비로소 점유를 시작했다면, 설령 실제 공사대금 채권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경매 절차의 매수인(낙찰자)에게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다.

유치권행사는 단순한 현장 점거나 주장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공사계약서, 기성고 서류, 세금계산서, 점유 입증 사진, 현장 관리 일지 등 수많은 자료 속 정보가 정교하게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법적 효력을 발휘한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소송을 통해 채권의 정당성과 점유의 적법성을 철저히 입증해내야 하고 반대로 건물주나 낙찰자 입장에서는 상대방 유치권의 법리적 허점을 파헤쳐 유치권 부존재 확인 소송이나 명도 소송으로 대응해야 하므로 어느 쪽이든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도움말 로엘 법무법인 정태근 대표변호사

최성민 더파워 기자 Sungmin@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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