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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특허 8년 새 7배…대기업 독주 깨졌지만 분야별 ‘혁신 격차’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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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특허 8년 새 7배…대기업 독주 깨졌지만 분야별 ‘혁신 격차’ 뚜렷

한승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8-20 09:10

2015년 2521건→2023년 1만7609건…연평균 27.4% 증가
AI 출원기업 921곳→6293곳…상위 10대 기업 비중 26.1%→14.2%
생명의료·헬스 출원 18.8배 늘었지만 기술결합 속도는 12개 분야 중 최하위

출처 Magnific
출처 Magnific
[더파워 한승호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특허 출원이 8년 만에 약 7배 늘면서 전체 특허 증가를 사실상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개발 주체도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신생기업으로 빠르게 넓어졌다.

다만 특허 숫자의 폭발적인 증가가 모든 산업에서 실제 기술 융합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어서, 분야별로 다른 병목을 겨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AI 기술혁신의 분야별 구조 진단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에 출원된 약 188만건의 특허를 전수 분석한 결과 AI 특허는 약 9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AI 특허 출원은 2015년 2521건에서 2023년 1만7609건으로 약 7배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27.4%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특허 출원의 연평균 증가율이 0.9%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국내 특허시장의 외형 성장을 AI가 사실상 홀로 끌어올린 셈이다.

등록 특허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높아졌다. 2015년 1.4%에 불과했던 AI 특허 비중은 2023년 9.0%까지 올라왔다. 국내 등록 특허 10건 가운데 약 1건이 AI 관련 기술인 셈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에 비하면 아직 격차가 있다. 한경연은 2023년 기준 미국과 중국에서 AI 특허가 전체 특허의 약 20%를 차지한다는 점을 들어 국내 AI 특허 비중이 추가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AI 개발 생태계의 저변도 크게 넓어졌다. 해당 연도에 AI 특허를 한 건이라도 출원한 기업은 2015년 921개에서 2023년 6293개로 6.8배 증가했다.

특히 국내 기업의 존재감이 커졌다. 전체 AI 특허 가운데 국내 기업이 차지하는 출원 비중은 같은 기간 47.3%에서 59.4%로 높아졌다. 반대로 외국 기업 비중은 20.1%에서 7.6%로 떨어졌다.

특허가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는 현상도 완화됐다. AI 특허를 가장 많이 낸 상위 10대 기업의 연간 출원 비중은 2015년 26.1%에서 2023년 14.2%로 낮아졌다.

이준형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대기업 중심이었던 AI 기술 개발이 다양한 국내 중소기업과 신생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이 냈느냐’와 ‘얼마나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냈느냐’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경연은 개별 기술 분야에서 이전까지 국내에 등장하지 않았던 국제특허분류(IPC) 코드 조합을 ‘새로운 기술 결합’으로 보고 AI 특허와 일반 특허의 기술 융합 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AI 특허에서 새로운 기술 조합이 등장한 비율은 일반 특허보다 약 1.5~2.4배 높았다. 특허 표본 규모와 초기 기술 범위 차이 등을 조정한 분석에서도 AI 특허군의 기술 다각화 속도는 일반 특허보다 약 18.8% 빠른 것으로 추정됐다.

AI가 단순히 기존 기술을 대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서로 다른 기술을 연결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융합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산업별로 뜯어보면 모습은 크게 달랐다. 한경연이 AI 특허 비중과 새로운 기술 결합의 다각화 속도를 기준으로 12개 세부 기술 분야를 분석한 결과 기술개발과 융합이 모두 활발한 분야부터 양쪽 모두 상대적으로 더딘 분야까지 뚜렷한 격차가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생명의료·헬스다. 이 분야의 AI 특허 출원은 분석 기간 18.8배 증가해 12개 분야 가운데 가장 높은 양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결합하는 속도는 오히려 12개 분야 중 가장 느렸다. 특허 건수만 보면 가장 빠르게 성장했지만, 기존에 없던 기술 조합을 만들어내는 질적 확장에서는 가장 뒤처진 것이다.

이는 AI 특허 출원 건수만으로 산업의 혁신 수준을 평가할 경우 실제 기술 융합 정도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경연이 AI 정책을 산업별로 달리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언어·텍스트와 음성·청각 분야는 AI 기술 개발과 새로운 기술 결합이 모두 활발한 ‘선도형’으로 분류됐다.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인 만큼 국내 시장 확대보다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는 전략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경연은 특히 한국어 데이터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이해도와 경쟁력을 활용해 한국어 AI 성능을 평가하는 기준을 표준화하고, 국제 AI 표준화 기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농업·식품과 에너지·환경, 보안·인증 등은 AI 특허 자체의 비중은 아직 높지 않지만 새로운 기술 결합 속도가 빠른 ‘잠재형’ 분야로 평가됐다.

이들 산업에는 분야별 학습데이터 구축과 융합인재 양성·영입 등 AI 기술 개발을 시작할 때 발생하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정책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봤다. 이미 AI 활용이 확산된 산업과 이제 도입이 시작되는 산업에 같은 지원방식을 적용해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국내 AI 특허 시장은 ‘숫자의 성장’에서는 이미 뚜렷한 성과를 냈다. 출원 건수는 7배, 출원기업은 6.8배 늘었고 대기업 상위 10곳에 집중됐던 특허 비중도 크게 낮아졌다.

다음 과제는 늘어난 특허를 실제 산업 혁신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특히 생명의료·헬스처럼 특허 출원은 급증했지만 새로운 기술 조합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나는 분야에는 단순한 연구개발 지원보다 데이터·규제·표준·융합인력 등 병목을 찾아내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준형 초빙연구위원은 “단순히 특허 출원 건수가 늘었다는 것만으로 착시가 생겨서는 안 된다”며 “실제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기술 결합과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는지를 함께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률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분야별 혁신 구조와 병목 요인을 고려한 맞춤형 정부 정책과 기업 전략을 설계해야 지금의 AI 혁신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hansh1975@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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