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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대금 90조→49.6조 ‘반토막’…증권사 이익은 왜 아직 안 꺾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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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대금 90조→49.6조 ‘반토막’…증권사 이익은 왜 아직 안 꺾였나

이경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9-02 14:34

8월 국내증시 일평균 거래대금 49.6조…2분기 90조에서 급속 냉각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비중 40%→5%…변동성 축소가 거래 감소로 연결
3분기 증권 5개사 브로커리지 수수료 1.75조 전망…전년 동기의 두 배
주가 조정에도 2027년 평균 ROE 14% 예상…“이익 체력 자체가 달라졌다”

여의도 증권가/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연합뉴스
[더파워 이경호 기자] 불과 몇 달 전 하루 90조원에 달했던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50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달아올랐던 단기 매매 열기도 빠르게 식으면서 증권사 실적이 정점을 통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숫자를 한 겹 더 벗겨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거래대금은 고점에서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도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대금 감소=실적 악화’라는 과거 공식이 이번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8월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49조6000억원으로 전월보다 25.2% 감소했다. 한국거래소(KRX)가 31조8000억원, 넥스트레이드(NXT)가 17조7000억원을 차지했다. 3분기 누적 일평균 거래대금도 58조3000억원으로 2분기 90조원에서 크게 낮아졌다.

거래대금을 끌어내린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ETF다. 8월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6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7% 감소했고, 3분기 누적으로도 25조6000억원을 기록해 2분기보다 9% 줄었다.

특히 한때 전체 ETF 거래대금의 40%를 차지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비중이 최근 5% 수준까지 급락했다. 지수와 개별 종목 변동성이 낮아지면서 고위험·고회전 매매 수요가 줄었고, 이 변화가 증시 전체 거래대금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 주변자금도 주춤하고 있다. 8월 고객예탁금은 99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4.3% 줄었고 최근 4거래일 연속 100조원을 밑돌았다.

반면 신용공여잔고는 58조8000억원으로 전월보다 8.0% 늘었다. 현금성 대기자금은 줄어든 반면 이미 시장에 들어온 투자자의 레버리지는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해외주식 거래도 비슷하다. 8월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규모는 404억달러로 전월보다 20.2% 감소해 지난해 월평균 550억달러를 밑돌았다. 3분기 누적 거래규모도 910억달러로 2분기 1802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만 매수세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8월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19억달러로 3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스페이스X와 알파벳, 아마존 등 성장주를 중심으로 투자자 자금이 계속 유입된 영향이다.

표면적인 지표만 보면 증권사에는 분명 불리한 환경이다. 국내와 해외 거래대금이 모두 감소하면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가 줄고, 금리가 상승하면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이클에서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대금이 2분기 90조원에서 급감했지만 지난해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7조원에 불과했다.

현재보다 거래대금이 더 내려가 일평균 65조원 수준에 머문다고 가정해도 지난해 평균을 크게 웃돈다. 주식 거래대금 50조원과 ETF 15조원을 합친 보수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익 기반이 전년보다 높게 유지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3분기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요 증권사 5곳의 3분기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을 약 1조75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8850억원과 비교하면 약 두 배에 달한다. 직전 분기보다 거래대금이 줄면서 실적 눈높이를 낮출 필요는 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이익 증가세 자체는 유지되는 구조다.

금리도 우려만큼 가파르게 오르지는 않고 있다. 8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84%로 한 달 동안 8bp 상승했고 10년물은 4.31%를 기록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4분기 37bp, 올해 1분기 60bp, 2분기 15bp 상승했지만 3분기 누적 상승폭은 14bp 수준이다. 금리 상승 방향은 이어지고 있지만 속도가 과거보다 완만해 채권평가손실도 시장이 우려하는 수준보다는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주 주가에는 이미 상당한 부담이 반영됐다. 9월 1일 기준 증권업종은 최근 3개월 동안 27.6%, 6개월 동안 36.0% 하락했다.

개별 종목 낙폭은 더 크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6개월 동안 51.6%, 키움증권은 40.5%, 한국금융지주는 25.7%, NH투자증권은 25.2%, 삼성증권은 17.6% 하락했다.

반면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은 빠르게 낮아졌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한국금융지주 4.2배, 키움증권 4.6배, 삼성증권 4.9배, NH투자증권 6.4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지금의 주가가 2분기 같은 거래 열기가 다시 돌아와야만 정당화되는 수준인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국내 증시 수준이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진 만큼 거래대금이 고점에서 줄어도 증권사의 이익 기반은 이전 사이클보다 한 단계 높아졌다는 것이다. 2027년 주요 증권사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약 14%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사 간 수혜 강도는 다를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을 보면 키움증권이 약 15%로 가장 높고 미래에셋증권 9.4%, NH투자증권 7.9%, 삼성증권 9.0% 수준이다.

특히 코스닥 거래 비중이 높아질수록 개인 투자자 기반이 강한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효과가 커질 수 있다. 반면 거래대금 회복 속도가 느릴 경우에는 높은 주주환원과 안정적인 이익 구조를 갖춘 증권사의 방어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을 증권업종 최선호주로 제시한 배경도 다르다. 키움증권은 코스닥을 포함한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이 높은 반면 NH투자증권은 업계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율이 강점으로 꼽혔다.

결국 증권주의 다음 방향을 결정할 핵심은 거래대금이 2분기 고점으로 다시 올라가느냐가 아닐 수 있다. 거래대금이 정상화된 뒤에도 증권사가 지난해보다 높은 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2분기 90조원이라는 기록적인 거래대금은 지속되기 어려운 숫자였다. 8월 49조6000억원으로 내려오면서 단기 과열이 걷힌 것은 분명하지만 지난해 평균 27조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시장 활동은 훨씬 활발하다.

거래대금은 낮아졌지만 증권사의 이익 기준선은 높아졌다. 앞으로 증권주가 다시 평가받으려면 ‘거래가 얼마나 많이 터지느냐’보다 거래가 식은 뒤에도 얼마나 많은 이익과 주주환원을 남길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경호 더파워 기자 lkh@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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