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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애 개인전 《1cm Gap》, 물질과 시간의 미세한 간극을 탐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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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애 개인전 《1cm Gap》, 물질과 시간의 미세한 간극을 탐구하다

이강율 기자

기사입력 : 2026-06-14 17:52

. "시간과 물질 사이, 1cm의 사유"

사진= 갤러리 자인제노 제공 1cm Gap_Green Rising3_Acrylic on penel_2026
사진= 갤러리 자인제노 제공 1cm Gap_Green Rising3_Acrylic on penel_2026
[더파워 이강율 기자] 갤러리 자인제노는 2026년 6월 16일부터 6월 30일까지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박다애(Da Aie Park)의 개인전 《1cm Gap》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기준과 체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간극에 대한 작가의 탐구를 담고 있으며, 한지와 패널이라는 상반된 재료의 물성을 통해 회화가 생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인 ‘1cm Gap’은 단순한 거리의 개념이 아니다. 작가는 센티미터(cm)와 인치(inch)라는 서로 다른 측정 체계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견한 아주 작은 오차와 틈에 주목한다. 이 보이지 않는 간극은 재료와 재료 사이, 시간과 흔적 사이, 감각과 인식 사이에 존재하는 회화적 조건으로 확장된다. 작가에게 회화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행위가 아니라, 서로 다른 힘들이 교차하는 조건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관찰하는 과정이다.

박다애의 작업은 최소한의 개입과 절제된 색채를 바탕으로 한다. 황토는 천천히 침전되고, 먹은 표면을 스쳐 지나가며, 초록은 서서히 떠오르고, 흰색은 그 자리에 머문다. 이러한 변화는 작가의 의도에 의해 완성되기보다 재료와 시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작가는 "결과를 만들기보다 조건을 만든다. 이후의 과정은 시간에 맡겨진다"고 말하며, 회화를 통제의 대상이 아닌 생성의 장으로 바라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형 한지 작업인 〈Ochre Settled〉, 〈Black Passing〉, 〈Ochre Settled 2〉를 비롯해, 초록색의 미묘한 변화와 밀도를 탐구한 〈Green Rising〉 연작, 그리고 전시의 개념을 집약한 〈1cm Gap〉이 함께 소개된다. 한지 작품에서는 안료가 종이의 섬유를 따라 스며들며 시간의 흔적을 드러내고, 패널 작품에서는 표면 위에 축적된 색과 물질이 현재의 감각을 환기한다.

영국의 화가 데이비드 에딩턴(David Eddington)은 박다애의 작업에 대해 "회화는 더 이상 흔적을 새기기보다 감각을 조율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그의 글에 따르면 작가의 작업은 언어 이전의 감각과 물질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선언보다 민감성을, 결과보다 과정을 강조한다. 이는 회화를 시각적 재현의 수단이 아닌 지각과 시간의 장으로 확장시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박다애는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20여 년간 활동하며 12회 이상의 개인전과 다수의 국제 그룹전을 개최해 왔다. 최근에는 한지의 물질성과 시간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회화와 조각, 공간 설치를 넘나드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 《1cm Gap》은 눈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 작은 차이와 간극을 통해 존재와 감각, 시간의 흐름을 사유하게 한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무엇이 그려졌는가를 보기보다, 무엇이 스며들고 머물며 떠오르는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미세한 틈 속에서 회화는 조용히 발생하고, 시간은 물질이 된다.

이강율 더파워 기자 adamleeky@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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