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최성민 기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부모의 치매나 인지능력 저하로 재산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도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은행 업무, 부동산 관리, 병원비 지급, 요양시설 계약 등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 뒤에야 성년후견 제도를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모 재산 문제는 단순 가족 간 합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자녀니까 대신 처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법적으로는 다르다. 부모 명의 예금을 인출하거나 부동산을 처분하고, 금융계약을 변경하는 행위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가능한 것이 아니다. 특히 인지능력이 저하된 상태라면 거래 자체가 무효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법적 권한 정리가 중요해진다.
성년후견 제도는 정신적 제약으로 인해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부족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하면 후견인은 재산관리와 법률행위를 대신하거나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모든 경우에 동일한 후견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실무에서는 상태와 필요 범위에 따라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등을 검토하게 된다. 지속적이고 전반적인 판단 능력 저하가 있다면 성년후견이, 일부 영역만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한정후견이나 특정후견이 적절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치매 진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성년후견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절차 역시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성년후견 개시를 위해서는 가정법원 심판 절차가 필요하며, 진단서와 가족관계 자료, 재산현황 자료 등이 검토된다. 필요하면 법원이 정신감정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후견인이 선임된 이후에도 재산 사용 내역이나 중요한 처분행위는 법원의 감독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후견제도를 둘러싼 가족 간 갈등도 늘고 있다. 형제자매 사이에서 누가 후견인이 될지 다투거나, 부모 재산 사용 문제를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재산 규모가 크거나 부동산이 포함된 경우에는 향후 상속 문제와 연결되면서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너무 늦기 전에 검토하는 것이다. 이미 인지능력이 크게 저하된 이후에는 의사 확인 자체가 어려워지고, 금융거래나 재산관리 공백도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치매 진단 여부보다 현재 어느 정도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인지부터 확인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부모의 치매나 인지능력 저하 상황에서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관리 권한이 자동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성년후견은 단순 재산 처분 목적이 아니라 본인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인 만큼 현재 판단능력 수준과 필요한 지원 범위를 먼저 검토해 적절한 절차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