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대학(원)생 300여 명 대상 ‘AI 시대의 선택과 기회’ 특강
‘AX의 J커브’ 제시…낯설게 보기·극한 마주하기·불편해지기 강조
정재헌 SKT CEO가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더파워 류동우 기자] 정재헌 SK텔레콤 CEO가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사람에게 필요한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통찰과 공감, 스스로 방향을 정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AI 도입 과정에서 당장의 비효율을 견디지 못하면 생산성 혁신에도 도달하기 어렵다며 자신이 SKT의 AI 전환을 이끌며 정리한 ‘AX의 J커브’도 공개했다.
SK텔레콤은 정 CEO가 지난 1일 서울대학교 제1공학관에서 대학생과 대학원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AI 시대의 선택과 기회’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고 2일 밝혔다.
정 CEO는 이날 “AI가 모든 것을 결정할 것 같은 시대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가치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은 끝까지 사람의 몫일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기술적인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더라도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정하고 사람과 산업을 연결하는 역할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AI 시대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도메인 전문성과 AI 활용 능력뿐 아니라 통찰과 공감을 꼽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생각 근육’, ‘적응 근육’, ‘공감 근육’, ‘신체 지능’도 소개했다.
정 CEO는 “네 가지 모두 코딩 능력이 아니다”라며 “기술은 AI가 점점 더 잘할 것이기 때문에 사람만이 가진 근육이 인재의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AI 전환이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정 CEO는 지난 1년간 SKT의 AI 전환 과정에서 경험한 변화를 ‘AX의 J커브’로 설명했다. AI를 도입하면 재교육과 업무 재설계, 데이터·조직 정비 과정에서 오히려 초기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이 구간을 넘어서면 생산성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를 넘어서는 방법으로는 ‘낯설게 보기’, ‘극한 마주하기’, ‘불편해지기’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낯설게 보기’는 기존 업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이 일은 반드시 사람이 해야 하는가”, “AI를 전제로 한다면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를 묻는 방식이다.
‘극한 마주하기’는 기존 방식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설정해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접근이다. 정 CEO는 SKT가 제한된 GPU 환경에서 6880억 파라미터 규모 독자 AI 모델 ‘A.X K2’를 개발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AI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초기 비효율도 피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SKT의 한 개발자가 기존에 약 50시간 걸리던 시스템 수정 업무를 AI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500시간 넘게 투입했지만,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수백 차례 검증을 거친 이후 같은 업무 시간을 1시간까지 줄였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정 CEO는 “불편함의 골짜기 앞에서 돌아서면 영원히 곡선의 왼쪽에 머물지만 이를 견뎌낸 조직은 어느 순간 J자로 꺾여 올라간다”고 말했다.
AI 경쟁을 국가 차원의 문제로도 바라봤다. 자동차 대중화에는 약 60년, 휴대전화에는 10여 년이 걸린 반면 챗GPT는 한 달 만에 이용자 50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기술 확산 속도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AI가 과거 석유와 반도체처럼 국가 간 경쟁의 핵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소버린 AI’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다른 국가나 기업의 기술에 의존할 경우 가격과 이용조건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번 강연은 SKT와 서울대가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AI 공동과정의 올해 첫 수업으로 마련됐다. 1987년 서울대 공법학과에 입학한 정 CEO는 약 40년 만에 강연자로 모교 강단에 섰다.
정 CEO는 “10년 전에는 ‘AI가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가’를 물었다면 이제는 ‘AI와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묻고 있다”며 “10년 뒤 그 답을 만들어갈 학생들과 AI 혁신 현장에서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동우 더파워 기자 rdw2026@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