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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민당 총선 압승…개헌·'전쟁가능국가' 추진 탄력

이상훈 기자

기사입력 : 2026-02-09 09:15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연합뉴스
[더파워 이상훈 기자] 일본 집권 자민당이 조기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선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하며 전후 최강 여당 체제를 구축했다.

9일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가 이끈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체 465석 중 개헌안 발의선이자 전체 3분의 2인 310석을 상회하는 316석을 차지했다. 기존 의석수 198석과 비교하면 128석이나 늘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128석을 늘리며 단숨에 '1강' 지위를 회복했다. 1955년 창당 이후 자민당이 기록한 종전 최다 의석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 시절인 1986년 총선의 304석이었는데, 이번에 이를 넘어섰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에도 자민당이 290석 안팎을 유지했지만 300석을 넘기지는 못했다.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까지 합친 여당 의석은 352석으로 전체의 4분의3을 상회한다.

최대 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은 직전 167석에서 49석으로 쪼그라들며 참패했다. 중도개혁연합은 이전 제1야당이던 입헌민주당과 중도 보수 성향의 공명당이 손잡고 만든 신당이지만 지역구 289곳 가운데 7곳에서만 승리하는 데 그쳤다.

공동대표인 노다 요시히코와 사이토 데쓰오는 지도부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제2야당인 국민민주당은 28석, 우익 성향 야당인 참정당은 15석을 확보했고, 인공지능(AI) 엔지니어 안노 다카히로가 세운 신생 정당 팀미라이는 11석을 얻었다.

이번 압승의 배경에는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개인기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3일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여도 좋은지를 국민이 판단해 달라"며 총리 권한으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선거 돌입 당시에는 조기 해산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적지 않았지만, 이후 전국을 돌며 '강한 일본'을 내세운 유세를 이어가며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그는 약 1만2천㎞를 이동하며 젊은 층까지 파고들었고, 60% 안팎의 높은 내각 지지율이 선거 막판까지 유지되면서 자민당에 유리한 구도가 굳어졌다.

자민당의 단독 3분의2 확보는 일본의 헌법 개정 논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본 헌법 9조는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을 규정한 '평화 조항'으로, 자민당은 실질적 군대인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자민당과 유신회는 지난해 10월 연립정권을 구성하면서 평화헌법 9조와 긴급사태 조항 개정을 위한 조문 초안 마련 협의체를 설치하기로 합의했고, 국회 헌법심사회 내에 조문 기초위원회를 두는 방안도 추진해 왔다. 보다 강경한 개헌 노선을 내세우는 유신회는 '전력 보유 금지' 조항 삭제와 집단적 자위권 전면 허용, 국방군 명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 자민당과 유신회, 국민민주당, 참정당 등 개헌에 우호적인 세력의 중의원 의석수는 모두 395석으로 개헌 발의선(310석)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참의원(상원)에서도 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이 필요하지만, 현재 참의원은 여소야대 구도여서 아직 개헌 가부를 단정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여름 치러질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개헌 추진 동력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자민당의 압승으로 개헌 논의 속도는 빨라질 수 있지만, 참의원에서 개헌 세력이 3분의2를 확보하지 못하면 개헌안을 발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책 노선 측면에서 다카이치 정권은 아베 전 총리의 노선을 전면 계승·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가 추진했던 3대 안보 문서 개정, 방위력 대폭 강화, 살상 무기 수출 규제 완화, 국가정보국 창설, 외국인 규제 강화 등 보수 색채가 짙은 의제들이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유세에서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며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자위대를 확실한 실력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헌법 개정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평소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내세워 온 그는 선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제가 꼭 심판받고 싶었던 것은 경제 재정 정책을 크게 전환하는 책임 있는 적극재정"이라며 새 내각에서도 각료 대부분을 유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핵을 갖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비핵 3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관련 문서 개정 때 어떤 표현을 사용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대만 유사시(有事)를 상정한 강경 발언으로 중국과 외교 갈등을 빚었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직전 "다카이치 총리는 강력하고 현명한 지도자"라고 평가한 점도 보수층 결집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56.26%로 집계됐다. 직전 총선(53.8%)보다는 소폭 올랐지만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한파와 눈 예보로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2701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2월에 총선이 실시된 것은 1990년 이후 36년 만이다.

이상훈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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