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한승호 기자]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금융감독원의 내년 구상 윤곽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5대 전략목표 아래 15대 핵심과제를 담은 ‘2026년 업무계획’을 마련해 금융소비자 최우선 문화 정착과 흔들림 없는 금융시장 안정, 새 정부 국정과제의 성공적 추진을 뒷받침하겠다고 9일 밝혔다.
금감원은 먼저 “내적 쇄신”을 전략의 출발점으로 삼고 검사·제재 프로세스 전면 손질에 나선다. 공익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중간 검사결과 발표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수시검사 사전통지 기간을 늘리는 한편 검사결과 처리 단계가 금융회사에 자동 통지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
경미한 위반에는 준법교육을 조건으로 자율시정 기회를 부여해 제재를 면제하고, 제재심의위원회 민간위원 구성도 법조인 편중에서 벗어나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기관장 업무추진비 상세내역 공개, 공시 강화 등 내부 경영혁신과 함께 민원·분쟁·불공정거래 조사 전 과정에 생성형 AI와 감시시스템을 접목해 감독업무 디지털화와 효율화도 추진한다.
감독 패러다임은 “사후 구제”에서 “사전 예방”으로 옮긴다. 금감원은 리스크 기반 소비자보호 감독체계를 구축해 금융상품 설계·제조부터 심사, 판매, 사후관리 전 단계에서 소비자 보호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깜깜이 대출금리 변경’처럼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건 변경을 막기 위한 안내와 점검을 강화한다.
또 분쟁조정 편면적 구속력 도입에 대비한 회부 기준을 정비하고, 실손보험 전담협의제 고도화와 개인정보 유출 피해에 대한 고의·중과실 판단 기준 마련, 휴면금융자산 환급 관리 강화 등 사후적 권익 보호 장치도 손질한다. 불완전판매 위험이 높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기획검사, 정치테마주·가장거래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신속 조사, 투자자 관심이 높은 상장사의 회계심사·감리 주기 단축도 추진한다.
금융시스템 안정 강화를 위한 리스크 관리와 부채 관리도 핵심 과제다. 상호금융 조합별 연체율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상주검사역 파견 등 밀착 관리를 실시하는 한편, 부동산PF 부실채권 매각 유도와 제도 개선으로 부실을 줄인다.
가계부채는 총량목표 준수, 상환능력 중심 여신심사, 고정금리·유한책임대출 활성화 등을 통해 관리하고, 기업부채는 신용위험평가 체계를 세분화해 고위험기업을 조기에 포착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유도한다. 은행의 자본규제는 글로벌 기준(BaselⅢ)을 지키면서 합리화하고 일중 유동성 관리 제도를 도입하는 등 업권별로 핵심 리스크에 맞춘 감독제도 개편도 병행한다.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따뜻한 금융’과 민생금융범죄를 겨냥한 ‘잔인한 금융’ 혁파도 강조했다. 금감원은 은행권의 포용금융 실태를 종합 평가하는 체계를 도입해 포용금융이 경영문화로 정착되도록 유도하고, 중·저신용자 대출에서 2금융권 금리가 급격히 뛰는 ‘금리 단층’을 완화하기 위해 중소금융회사의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으로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등 연계공급망 금융을 활성화하고, 연령대별 맞춤형 금융교육으로 금융역량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민생금융범죄 특별사법경찰 유관협의체 추진,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기능 확대,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이행, 계좌·이체·출금 단계별 자금이동 차단 체계 구축 등으로 민생금융범죄 대응력을 끌어올린다.
디지털·가상자산·기후변화 등 미래 리스크와 혁신 과제도 별도 축으로 다뤘다. 금감원은 금융권 보안취약점 분석·평가 주기를 단축하고, 중대 전자금융사고 대응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사고 발생 시 소비자 피해 확산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금융AI 활용에 대해서는 공정성·투명성·책임성을 담은 ‘금융AI 윤리지침’을 제정해 가이드라인에 반영하고, 데이터 결합 품질 제고와 재사용 방안을 정비하는 한편 대형 투자자의 시세조종 등 고위험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한다.
아울러 금융권 공동 기후 스트레스테스트 실시, 기후리스크 관리 지원방안 검토, 실손·자동차보험 상품 구조·보상기준 개편 등으로 금융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