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교체 앞두고 ‘셀프 연임’ 논란 확산…노조 “이사진 전원 사퇴만이 해법” 압박
[더파워 이설아 기자] 창사 이래 최대 경영 위기를 맞은 KT 이사회와 노동조합이 사외이사 교체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KT는 9일 사외이사와 사내이사가 모두 참석하는 사전 논의를 진행하고, 오는 10일 정식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 추천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이사회는 단순한 의결 절차를 넘어, 경영 공백 사태의 책임을 두고 이사진과 노조가 ‘강대강’으로 맞서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사회가 고강도 쇄신보다 기득권 유지를 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노조는 “이사진 전원 사퇴”를 내걸고 전면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현재 KT 이사회는 김용헌 의장을 비롯해 김성철, 최양희, 곽우영, 윤종수, 안영균, 이승훈 등 7명의 사외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조승아 전 이사가 겸직 논란으로 물러난 데 이어 안영균·윤종수·최양희 이사의 임기가 이번에 만료되면서 총 4석을 새로 채워야 한다. 내부에선 임기 만료를 앞둔 일부 사외이사가 “경영 안정성”을 명분으로 연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격한 이사진 교체가 경영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안팎에선 이를 전형적인 ‘보신주의’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경영 위기를 초래하는 과정에서 감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이사회가 안정을 이유로 ‘셀프 연임’을 시도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 감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이사회가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정은 주주 가치 훼손은 물론 ESG 경영 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이사회 내부 셈법도 복잡하다. 임기가 남아 있는 잔류 이사들 사이에서는 여론 악화를 부르는 셀프 연임 대신, 임기 만료 이사들과 선을 긋는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T 안팎에서는 잔류 이사들이 여론과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임기 만료 이사의 퇴진을 수용하는 대신 조직개편·인사 의결권 등 일부 쟁점을 양보받는 절충안을 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른바 ‘꼬리 자르기’를 통해 이사회 전체 붕괴를 막고 잔류 이사진의 입지를 지키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런 ‘각자도생’ 시나리오에 선을 긋고 있다. KT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부분 교체가 아닌 이사진 전원 사퇴만이 해법”이라고 못 박았다. 노조는 현 이사회를 실질적인 ‘사용자’로 규정하고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이사회를 정면으로 겨냥한 고강도 단체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사회가 내놓을 수 있는 부분적 쇄신안이나 타협 카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메시지다.
이사회가 처한 입지는 좁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내부 직원 여론도 최악 수준으로 악화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9일 이사회에서 이사들이 자신의 거취를 포함해 시장과 구성원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결자해지’ 조치를 내놓지 못하면, 노조의 단체행동과 주주들의 집단행동이라는 거센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설아 더파워 기자 news@thepowe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