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이경호 기자] 금호석유화학의 중장기 경쟁력은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얼마나 고부가 소재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업황 회복만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는 합성고무 경쟁력을 기반으로 전기차와 이차전지, 친환경 소재 영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핵심 사업은 합성고무다. 회사는 SBR과 BR 등 범용 합성고무를 비롯해 SSBR, NdBR, NBR, NB라텍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공식 사업영역 자료 기준 합성고무 부문 생산능력은 SBR 26만3000톤, HBR 16만5000톤, SSBR 12만3000톤, NdBR 6만톤, NB라텍스 94만6000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합성고무는 타이어와 자동차 부품, 신발, 의료제품, 산업용 소재 등에 쓰인다. 이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이 주목하는 제품은 고기능성 합성고무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타이어 성능 기준 강화가 맞물리면서 저연비·고성능 타이어용 SSBR과 NdBR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 현황에서 친환경 자동차 솔루션 강화를 주요 전략으로 제시했다. 전기차용 핵심 소재인 SSBR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핵심 타이어 고객과 맞춤형 전기차용 SSBR 신제품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기차 타이어는 차량 중량과 주행 특성상 내마모성, 제동력, 회전저항 등 복합 성능이 요구된다. 고기능성 합성고무의 역할이 커지는 배경이다.
이차전지 관련 소재 개발도 포트폴리오 전환의 한 축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음극 바인더용 SB라텍스 상업화와 전고체전지 바인더용 합성고무 개발 등 R&D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합성고무 기술을 배터리 소재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고부가 제품 전환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차세대 신규 감열지 현색제 제품 개발, 차세대 LBR·NdBR 개발, 환경 규제 대응 저독성 신제품 개발 등을 추진 전략으로 제시했다. 범용 제품 중심 구조에서는 중국발 공급 확대와 가격 경쟁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술 장벽이 높은 제품 비중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나노탄소 사업도 미래 소재 전략의 일부다. 금호석유화학은 탄소나노튜브를 생산·공급하고 있으며,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등 기존 사업의 탄소 복합소재 개발과 연계하고 있다. 아직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소재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개발 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합성수지와 정밀화학 부문 역시 단순 범용 제품 판매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회사는 합성수지 분야에서 ABS, HIPS, SAN, EPS, PPG 등을 공급하고 있으며, 단열소재 에너포르 등 고기능성 제품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정밀화학 부문에서는 고무 제품 안정성과 내구성을 높이는 산화방지제·노화방지제 등을 생산한다.
결국 금호석유화학의 과제는 ‘석유화학 회사’라는 기존 틀 안에서 고부가 소재 기업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느냐다. 범용 제품 시황은 회사가 통제하기 어렵지만, 제품 믹스와 R&D 성과는 내부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제시한 미래 방향은 뚜렷하다. 전기차용 합성고무, 이차전지 바인더, 지속가능 소재, 탄소 복합소재를 키워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올해 이후 회사의 평가는 기존 주력 사업의 회복뿐 아니라 이 같은 고부가 전환이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는 속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